<Order on the Edge of Chaos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태어난 질서>는 코넬대학교 석좌교수이셨던 Lawler 교수님, 제 20년 연구동료 Thye 교수와 제가 2016년에 Cambridge University Press에서 공동 편집 출간한 책입니다.

이 책에는 오랫동안 질서를 연구해온 세계 최고의 석학들을 초대해 무질서에서 새로운 질서가 탄생하는 관점을 조명했습니다. 모든 석학들의 공통적 관점은 새로운 질서는 항상 혼돈의 끝자락에서 다양한 자기 조직화 과정을 이끄는 목적의 끌개(Attractor)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21세기 초연결 플랫폼 기반 초뷰카 시대에는 국가에 의해서 개인에게 탑다운으로 강요된 질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저항만 불러옵니다. 새로운 시대의 질서는 내부에 숨어 있는 목적의 끌개가 구성원들의 마음에 모닥불을 지피고 이 불이 자기 조직적 방식에 따라 들불로 자라날 때 탄생합니다.

책에 제시된 여러 관점 중에서도 대한민국이 혼돈의 가장자리로 내몰리게 된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공통의 관점은 미래의 끌개(Attractor)로 방향을 제시해주는 목적의 상실이라는 관점입니다.

세계 어떤 나라보다 대한민국만큼 존재목적을 유령 취급해가며 효율성과 수단을 목적으로 정당화 시켜 나라 전체와 온 국민들을 관료제의 철장에 성공적으로 가둔 나라는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법조인들 중심으로 나라의 질서가 구성될 때 겪는 대표적 현상을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심각하게 겪고 있습니다. 법률가들이 지배하는 국가는 항상 법의 기능인 수단과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워가며 심지어 법의 의도와 목적이 담긴 헌법을 무력화하는 시행령들을 만들어 자신의 욕망을 실현합니다. 이들이 이런 시행령으로 카르텔의 밥그릇을 채워주는 동안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우리가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반드시 서야 하는 존재목적입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정치도 목적을 상실했고 대학도 목적을 상실했고 종교도 경제도 언론도 병원도 목적을 상실했습니다. 목적을 상실한 나라에서 미래를 위한 혁신에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지금 상태가 지속된다면 우리는 후세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주어야 할 대한민국의 미래를 상실한 것입니다.

대한민국 지금 겪는 혼돈은 한 마디로 바로 목적의 상실이 초래했다고 보여집니다. 목적을 상실한 지도자의 연기에 속아서 이들을 리더로 세운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에 모여 던진 <이게 나라냐>라는 질문은 나라의 목적과 정체성 상실에 대한 준엄한 질문이었습니다. 무너진 혼돈의 나라의 광화문 광장에서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찾아 나섰던 것도 목적이 분명한 나라였습니다. 우리 미래에 대한 극심한 불안도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방향을 설정해주는 목적에 대한 상실 때문입니다.

촛불혁명으로 목적을 찾았다고 믿고 있었는데 전 정권은 무슨 이유인지 국민이 희생해 찾아다 준 목적의 횃불을 다시 꺼트리는 절대로 범해서는 안되는 역사적 실수를 범했습니다.

전 정권이든 현 정권이든 우리는 이들의 무능을 탓하고 있기에는 지금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 상태입니다. 국가가 좌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혼돈의 회오리 바람 속으로 다시 굴러 떨어진 지금의 대한민국을 살려낼 수 있는 방법은 사회 각자 영역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목적의 불씨를 가진 국민들이 Bottom Up으로 불씨를 모닥불로 살려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을 넘겨줄 후세에 대해 일말의 책무성을 자각한 국민들이라도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당장 지금 가진 것만 가지고 목적의 불씨를 살려내야 합니다.

결국 대한민국의 새로운 질서는 사회의 각 영역에서 각자의 국민들이 모여 Bottom Up으로 목적을 끌개로 복원해 대한민국 한의 에너지에 불을 붙여 세워질 것입니다. 목적을 잃지 않은 국민들이 모여 목적을 불씨를 가진 진성리더를 국회로 보낸다면 선거는 모닥불을 자기 조직적 들불로 키우는 합법적 부채질입니다.

목적의 불쏘시게로 다시 지핀 모닥불을 자기 조직적 들불로 만드는 또 다른 다른 외생적 변수는 외풍입니다. 한 개의 모닥불은 강한 외풍이 불면 꺼지만 모닥불이 대한민국 방방곡곡에서 지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강한 외풍은 모닥불을 들불로 키워냅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천운인지 이런 외풍도 강력하게 불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가 후세에게 물려줄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생각하며 모두 선거에 참여한다면 이번 총선 이전의 대한민국과 이후의 대한민국의 차별적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동학혁명, 3.1 만세, 일제 항거, 4.19 혁명, 5.18 광주, 광화문 촛불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존재목적과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복원하는 혁명의 역사는 국가가 아니라 항상 국민이 주도해서 써왔습니다. 혁명이란 국가가 길을 잃고 좌초하고 있을 때 주인인 국민이 나서서 국가의 존재이유를 복원하고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확인하는 역사적 서사입니다. 혁명은 국민이 주인됨을 선포하는 의식입니다.

국가의 주인으로서 반드시 한 표를 행사해 혁명을 완결해 주셨으면 합니다.

2024년 4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