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땅꽁사건으로 촉발되어 조현민의 물컵사건으로 전개되어 이명희의 갑질으로 이어지고 조양호의 구속영장으로 마무리되는 대한항공 사태를 보면서 21세기 기업이 망하는 이유를 심각하게 다시 생각해보았다.
21세기 기업은 능력과 경험의 부족 때문에 망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의 불화, 더 구체적으로 미래와의 불화 때문에 무너진다. 대한항공 가족은 시대가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능력만 믿고 다가오는 미래를 끌어내리고 막아선 죄로 붕괴했다.
대한항공의 홍보팀의 <지금 현재로서는 확인이 어렵다>라는 아주 일관된 대응을 보면 역시 미래지향적이라기보다는 책잡힐 수 있는 증거를 안 남기려는 몸부림이다. 아주 과거지향적이다. 아마도 변호사들이 홍보를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법무팀에서야 증거를 안 남기도록 최소한의 대응을 하겠지만 이 법무팀의 행동은 타고 있는 불에다가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초연결사회에서 기업의 잘못된 행동은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죄가 아니라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법원으로 갈 때까지는 유죄라는 유죄추정의 원칙에 의해서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전파되고 이것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수하는 법원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한항공이 살려면 법무가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홍보팀부터 바꾸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대한항공하면 수준 높은 서비스에 대한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능력에서는 최고점을 받아서 한국인들은 프리미엄까지 지불해가면서 대한항공을 이용했다. 하지만 초연결시대는 서비스의 질을 넘어서 서비스를 통해 대한항공에서만 할 수 있는 신선한 체험을 전달해야 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이 체험을 만들어나가는 데 기업의 문화와 철학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간과했다. 같은 서비스 수준으로 따라오는 다른 업체들과 경쟁하려면 이제는 체험을 전달하라는 시대적 요구가 강해지자 문화와 철학이 없던 대한항공의 조현아씨가 급박증에 시달려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화나 철학은 하루 아침에 만들이지는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과 같은 집안에서 회사의 종업원과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문화와 철학을 만든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힘들었을 것이다. 문화나 철학으로 체험을 전달할 수 없으니 결국 택할 수 있는 선택지로 종업원들을 쥐어짜서 서비스의 질로만 독하게 승부하다가 결국은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기업은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능력을 넘어서 자신의 철학과 자신만의 문화를 기반으로 미래와 적극적으로 협업할 수 있을 때 기업의 과거 현재 미래는 살아있는 역동성을 증명하게 되고 시대를 선도하게 된다.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능력만 믿고 미래를 밀어 붙인다면 미래에 대해 갑질하는 형국이다. 시대와의 불화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코칭업계의 대부격인 골드 스미스는 과거와 현재의 성공만을 믿고 미래와 시대적 전쟁을 벌이지 말도록 충고한다. 또한 미래와 협업하기 위한 전략으로 다음과 같은 상상적 실험을 제안한다. 지금 나는 미래의 95세가 되어 마지막 한 번 숨을 쉬면 세상과 하직할 운명이다. 이때 신이 선물을 내려보냈다. 지금 살고 있는 현재를 위해 충고를 한 마디하고 하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를 위해 어떤 충고를 할 수 있을까? 미래가 현재에게 하는 충고를 절대적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이 충고가 지금 하는 것을 다 버리라면 버리시고 새롭게 시작하라면 시작라는 것이다.
골드 스미스는 본인이 <황금수도꼭지: 목적경영>에서 설파하고 있는 미래가 만들어지는 기업의 원리를 코칭의 입장에서 설명한 것이다. 미래는 죽는 순간 다음 세대에게 남기고 싶은 삶의 존재이유인 목적을 지금 현재로 가져와 자신의 실험실에서 서비스나 상품의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 파는 행동이다. 미래는 이처럼 죽음 앞에선 자신의 미래를 먼저 가서 만나고 이것을 현재로 가져와서 미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주도한다.
대한항공이나 대한민국의 기업들에게 부족한 점이 바로 미래를 만들어 시대와 화합하는 능력이다. 이들은 과거의 경험과 지금의 R&D 능력이라면 미래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믿겠지만 미래는 이들처럼 과거했던 방식에 속도를 붙여 따라 추격한다고 도달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미래는 먼저가서 기다리는 사람이 주인이고 이 주인들만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다. 먼저 가서 기다릴 수 있는 사람들은 다 철학자들이다.
뉴스에서 대한항공은 대한항공 갑질근절 시위에 참여한 직원연대의 사람들을 지방으로 발령내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대한항공은 계속 시대와의 전쟁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대와 전쟁을 해서 미래를 이길 수 있는 회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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