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저서에는 성평등의 역설에 대해서 다룬다. 성평등의 역설은 성평등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면 될수록 역설적으로 남성과 여성간의 성고정관념을 강화시키는 직업적 격차는 심해진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성평등이 완벽하게 보장된 나라일수록 여성과 남성 간 직업적 격차는 심화된다는 통계가 제시되고 있다. 데이비드 기어리(David Geary)와 기스버트 스토엣(Gijsbert Stoet) 교수 팀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등에 나타난 67개국 청소년(15~16세) 472,242명의 과학, 수학, 독해 학업 자료를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르웨이나 핀란드 등 성평등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들의 이공계 졸업생 중 여성 비율은 20%로 가장 낮았다. 반면 아랍에미리트나 알제리 등 성평등지수가 최하위인 국가의 경우, 이공계 졸업생 중 여성 비율은40%로 세계 최고였으며 이는 인도네시아, 루마니아, 터키 등에서도 비슷했다. 이 연구는 STEM(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의 줄임말) 분야에서 왜 여성 비율이 낮은지도 분석했다. 남녀가 차별을 격고 있는 아프리카 여학생들은 STEM 분야의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고, 사회적 안전망과 보호제도가 탄탄해 성평등지수가 비교적 높은 북유럽 국가 여성들은 오히려 STEM 분야의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적었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진정한 선택의 자유가 주어졌을 때, 여성들은 STEM 쪽을 선택하지 않았으며 이는 STEM 분야의 남녀 비율 격차가 발견된 것이 사회적 성차별의 결과라고만 볼 수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해석했다. 성평등으로 자유롭게 자신의 직업을 선택하라고 하면 여성들은 더 전통적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선생님, 사회복지 등의 직업을 더 선택한다는 것이다. 결국 직업에서 남성과 여성의 고정관념은 성평등이 보장되면 더 자유롭게 발현되어 생물학적으로 여성에 적합한 돌봄 직업에 여성들이 몰린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2018년 아민 포크(Armin Falk)와 요하네스 허밀(Johannes Hermle)이 76개국 8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경제가 성장하고 성평등지수가 높을수록 오히려 성적 고정관념이 심화되고 남녀선호도 격차가 커지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남녀 모두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상태에서 자유로운 선택을 하도록 놔두면 여성은 소위 전통적인 여성성(이타성, 신뢰성,보답과 감사함 등)을, 남성은 남성성(위험감수성, 보복성 등)을 지지하는 직업에 선호를 보인다는 것이다. <여성은 전략적 파트너인가>에서는 젠더 정치학자들이나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처럼 성평등의 제도화만으로는 성차별과 성 고정관념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제시한다. 젠더 정치학자들의 성평등에 대한 잘못된 정치적 가정이 여성을 남성으로부터 해방시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키워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성평등의 역설의 주장처럼 그냥 여성과 남성간의 평등을 인정하고 제도적으로 남성과 여성 간 차별이 없도록 만들어 놓고 가정친화적 제도도 많이 만들어주고 더 더 이상 개입하지 않으면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제도적 편리성이 주는 제도의 덫에 갇힐 확율이 높아진다. 아무리 가정친화적 제도라하더라도 이런 제도적 편리함에 갇히게 되면 전통적 여성의 역할이나 직업을 벗어나지 않고 여기에 머무를 개연성이 높아진다. 제도의 덫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 해방된 여성들이 남성과 여성의 범주적 차이를 탈주해서 사회와 미래의 번성을 위해 얼마나 차별적 전문성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 문제이다. 해방된 여성들이 제도적 편리함을 넘어서서 사회의 미래를 위해 차별적으로 기여하는 여성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면 여성들이 염원하는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는 것은 물건너간 일이 되고 결국 진화론자들이 데이터를 사실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남녀평등만 이뤄지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젠더 정치학자들에 대해 남녀평등은 여성의 완전한 인간으로서의 해방의 필요조건이나 초기값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핵심은 남녀 간 범주적 차이를 극복하는 것을 넘어서 전통적 여성 역할에서 해방된 능력 있는 여성들이 사회의 미래를 위해 차별적 전문성으로 기여할 수 있는 전문인으로 성정할 수 있는 지의 문제다. 사회적 편견에서 제도적으로 탈주한 여성들이 다시 이전의 성고정관념으로 다시 갇히게 된다면 진화생물학자들의 주장의 정당성을 지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가 주장하는 여성의 완전한 해방은 여성이 남녀평등에 머물지 않고 사회의 번성에 차별적으로 기여하는 전문적 인간으로서의 인정받을 때라고 주장한다. 여성해방을 넘어 사회의 진화와 번성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가로서의 인정받은 여성의 숫자가 충분히 많을 때 여성의 해방은 자연스럽게 실현된다고 본다. 이 숫자는 여성이나 남성 독자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고 대문자 남성과 대문자 여성을 탈주한 사람들이 더 높은 곳에 평평한 협업의 운동장을 만들어내서 사회와 조직에 차별적 기여를 할 수 있을 때 비로서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들도 전통적으로 돌봄과 관련한 직업에 머무는 것을 넘어서서 STEM과 기업경영, 벤처, 디지털 등의 분야로 더 많이 진출하여 여성인재의 파이프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인류에 기여하는 파트너로 인정받은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성평등이 제도적으로 구현된 나라일수록 여성들 인재의 파이프라인을 가동시켜 이런 직종에 진출해 사회의 변화와 미래를 창출하는 일에 파트너가 될 수 있을 때 여성이 진정한 파트너로 받아들여진다. 성평등은 이런 마라톤의 첫번째 반환점에 불과할 뿐이다. 첫번째 반환점을 돌아온 여성들이 포기하지 않고 힘을 내 마지막 결승점을 위해서 헌신하고 희생할 수 있을 때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여성되기는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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