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동원된 장관 후보와 초고속으로 임용된 차관이 약자에 대한 긍휼감이 결여된 행태를 보인 과거 행적들이 되살아나서 공분을 사고 있다.

최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구원투수로 동원된 변창흠 장관후보는 2016년 5월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고치다 열차에 치여 숨진 김군(당시 19세)에 대해 아픔을 겪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사과나 위로가 아닌 고통거리로 취급했다는 기사가 공분을 사고 있다.

"사실 아무 것도 아닌데 걔가 조금만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는 말로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사과를 받아야 할 대상은 우리가 아니라 김군이며, 김군에게 직접 사과하라"고 요구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한 편 윤석렬 총장 징계에 구원투수로 임용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변호사 신분이던 지난 달 술취해 자고 있는 자신을 집에 도착했다고 깨우던 택시기사를 폭행하는 구설수에 올랐다. 택시기사를 폭행한 중범죄를 저질렀음에도 가제의 게편으로 보이는 경찰은 단순폭행으로 처리해 판사였던 당사자를 전관예우 처리한 것이 아니냐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의 행태는 자신과는 다른 범주에 살고 있는 약자인 택시기사나 비정규직 국민을 사랑하지 않는 증거로 보인다. 이들의 발언과 행동을 보면 택시기사나 비정규직 국민을 아픔을 가진 고통받는 긍휼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을 괴롭히는 골치거리로 생각하는 듯하다.

긍휼감(compassion)은 상대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내재화 해서 행동으로 풀어나가려는 성향이다. 긍휼(矜恤)의 한자는 지금 창에 심장이 찔려 피를 흘리고 있는 우리 편의 병사를 보고 있는 것을 뜻한다. 피 흘려 가며 죽어가고 있는 우리 편 병사를 보고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도망간다면 지독하게 인지상정에 맞지 않는 행동이다. 이런 상황에 처할 때 실제 긍휼감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못본척 사라진다.

긍휼감은 상대의 아픔까지 사랑하는 사랑의 가장 숭고한 형태이다. 인간은 서로를 긍휼의 대상으로 사랑할 때에만 상대를 주인공으로 생각한다. 공직자가 국민을 주인으로 모시는 것이 아니라 군림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모두 긍휼감의 결여에서 오는 문제다. 긍휼감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사랑은 커녕 피흘리고 있는 아군(배경이 없는 사람)을 보고도 우리 편이 아니라고 돌아선다.

또한 긍휼감이 있는 전문가들만이 고통의 원인을 찾아서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한다. 문제를 고통거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문제를 근원에서 혁신적으로 풀기보다는 문제를 결과의 수준에서 보이지 않게 덮는 일에 더 치중한다. 변창흠 후보처럼 문제를 김군에게 돌리고 덮는 방식이 이들의 방식이다. 긍휼감이 떨어지는 전문가들은 전문성이 아무리 뛰어나도 창의적 문제해결력이 떨어진다.

세종이 창의적 문제해결력이 뛰어났던 사랑받는 역사적 성군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백성에 대한 한결같은 긍휼감 때문이었다.

조선왕조실록(세종 16년 1434년 음력 6월 5일)에 보면 세종이 조선에 역병이 돌았을 때 긍휼감을 통해 문제를 어떻게 혁신적으로 해결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세종은 예조(禮曹)에 다음과 같은 분부를 내린다.

“치료하는 방법이 육전(六典)에 있는데도 수령들은 신경도 안 쓰고 못 본체, 죽는 사람이 많으니 참으로 가엽다. 처방전을 써 내려보내 성내와 성외의 집집마다 알리고 힘을 다해 치료하면 죽지 않을 것이니 백성을 가엽게 여기는 내 뜻을 받들라.”

집값과 검찰개혁이라는 아무리 시급 중대한 사안을 해결하기 위한 소방수를 구하는 행동이라해도 긍휼감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등용한다는 것은 큰 문제다. 현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거나 내집단 위주로 인사를 운용하다보니 인재의 풀이 고갈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국민들을 사랑의 대상으로 삼는지 골치거리로 생각하는지는 긍휼감의 차이이다. 개인적으로 문대통령이 선거 때만 되면 시장에 가서 서민 흉내를 내며 국밥 코스프레를 일삼았던 전직대통령이나 정치가들에 비해 긍휼감이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등용되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처음에 문대통령의 긍휼감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인사는 만사이다. 지금과 같은 인사 실기는 현 정권의 정당성 위기를 스스로 자초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