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많은 사람들은 내일이 크리스마스라 휴일인 것은 알지만 정작 이 날이 예수가 탄생한 날이라는 것을 모른다. 세상 사람들에게 성탄으로 휴식과 휴일을 준 것만으로 큰 선물이다. 하지만 적어도 크리스찬이라면 예수 탄생의 의미를 한 번쯤 더 깊게 생각해가며 성탄을 보내는 것도 필요할 것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예수의 탄생의 본질적 의미는 2020년전 마긋간에서의 물리적 탄생자체보다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한 재탄생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왜 많은 사람들이 예수의 죽음을 애도해가며 예수의 부활을 갈망했을까?

그 당시 예수는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돌봄을 못 받고 방치되던 병자와 약자들이 겪는 아픔에 대해 긍휼로 대했을 뿐 아니라 이 긍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유의 기적을 실천했다. 예수는 그 당시 지도자들과는 달리 이들을 고통거리로 규정하기보단 고통으로부터 일으켜 세워야 할 인간으로 보았다. 긍휼은 상대의 아픔조차도 사랑하는 사랑의 가장 숭고한 감정이다. 사람으로서 구실을 못하던 병자와 환자에게 사랑으로 인격을 부여하고 이들도 주체적으로 인간으로 설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해 기적을 실현했다. 사람들은 사랑을 주고 받을 때만 상대를 주인공이자 진정한 주체로 인정한다. 문제는 당사자가 주인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예수는 사랑으로 치유 기적을 행하며 자신을 주체적 설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사랑의 본질에 대해 오해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예수가 치유를 행하며 항상 강조했던 말이 "사랑에 대한 너의 믿음"이다.

열두 해 동안 하혈이 멈추지 않았던 여인을 고쳐주시며 "너의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마태 9,22)라고 선언한다. 여리고에서 눈 먼 이에게 빛을 되찾아주었을 때도(마가 10,52), 갈릴리 인근에서 나병 환자를 낫게 한 뒤에도 (루가 17,19) "너의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라고 선포한다.

예수에 대한 삼인칭 믿음이 여인과 맹인과 나병환자를 고친 것이 아니라 여인과 나병환자가 "너 자신"에 대한 사랑의 믿음을 복원함으로 너희를 고쳤다고 선포한다.

소크라테스가 "네 자신이 자신을 모른다는 것을 알라"라는 언명으로 자신을 삼인칭으로 대상화 시켜 철학의 기초를 쌓았다면 예수는 "네 자신과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라는 일인칭 언명으로 인간을 인간으로 주체화 시켰다. 소크라테스가 자신을 넘어서는 삼인칭 인간의 사유를 찾아내 철학을 만들었다면 예수는 제대로 된 일인칭 삶의 복원을 통해 기원전(BC)와 구별되는 인간만의 주체적 역사(AD)를 시작하는 물꼬를 만들었다. 예수는 사랑의 힘으로 주체화 된 인간만이 자연과 질병과 가진 자들의 노예상태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킬 수 있다는 것을 설파했다. 사랑하는 사람들만 이들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을 주인공으로 각성하고 자신만의 역사를 쓰기 때문이다. 예수가 우리에게 가르친 것은 자신과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의 주체성을 일으켜 세워 자신만의 역사를 써나간 사람만이 자신의 역사기록에서 기원전(BC)를 벗어난 기원 후(AD)의 역사를 갖게 된다는 사실이다.

예수 부할의 메시지는 약자의 아픔까지도 사랑하는 긍휼의 실천이다. 이 긍휼을 실천해 자신과 이웃을 주체이자 주인공이자 인간으로 일으켜 세우는 것이다. 자신의 배경이 무엇이든 누구의 생물학적 혈통을 타고 났던지 상관없이 사랑만이 자신의 주체적 삶을 복원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수가 남긴 사랑에 대한 일인칭 믿음을 복원하라는 메시지가 내 몸을 통해 실천되지 못한다면 결국 크리스쳔인 나는 예수가 탄생한 크리스마스에도 예수를 다시 한 번 장사지내는 사람일 뿐이다. 내 마음 속에서 예수가 매일 부활하여 내 삶을 주체적 인간의 삶으로 바꾸지 못한다면 나는 매일 예수를 장사지내는 사람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