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은 역량에 기반한 조건적 자신감과 존재적 근거에 기반한 근자감으로 나뉜다.

조건적 자신감이란 자신이 준비된 어떤 조건이 맞아 떨어져 있을 때 체험하는 자신감이다. 영어에 능통한 사람에게 영어 통역 과제가 맡겨졌다면 당연히 이 사람은 조건적 자신감을 체험한다. 하지만 영어에 능통하다고 해서 다 소통에 능통한 것은 아니다. 이 사람에게 투자자들이나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는 IR 업무가 맡겨졌다면 이 조건적 자신감은 작동되지 못하고 무너진다. 영어를 잘하는 것은 통역이라는 조건에서는 조건적 자신감을 형성해주기만 조건을 벗어났을 때는 자신감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

최근 젊은이들이 공들여 구축하는 스펙은 모두 조건적 자신감의 기반이 된다. 하지만 이들이 구축한 스펙이 회사가 요구하는 스펙과 맞아 떨어질 개연성은 거의 없다. 설사 맞아 떨어진다해도 이들이 작동되는 시효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스펙에 올인했던 젊은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누구보다 자신감이 없는 사람으로 추락한다.

근자감은 조건에 구애받지 않는 무조건적 자신감(unconditional confidence)이다. 무조건적 자신감은 자신의 존재에 근원을 둔 근원적 자신감(grounded confidence)이라고도 칭한다. 조건적 자신감과는 달리 자신이라는 존재가 어떤 조건에 던져지더라도 이 조건을 헤치고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다는 의미에서 근원적 자신감이다.

어떤 사람들이 근원적 자신감을 뽐낼 수 있을까?

전략의 개념으로 접근해보면 <존재우위> 전략과 <경쟁우위> 전략을 구사하는 사람들의 차이이다.

경쟁우위란 자신의 약점과 강점을 분석하고 상대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해서 나의 강점을 통해 상대의 약점을 공격해 상대를 이길 수 있는 역량을 만들어가는 전략이다. 경쟁우위란 나의 존재의미를 실현하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에서 상대를 이기기 위한 것이다.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다면 자신의 역량이 작동되는 조건 하에서는 남들에 비해 자신감을 느낄 것이다.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다면 개인이던 기업이던 조건적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문제는 변화가 상수가 된 세상에서 경쟁우위의 시효는 짧아지는 것을 넘어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경쟁우위에 모든 것을 건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누구든 모래수렁을 헤어나지 못한다.

경쟁우위와 대비되는 존재우위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공동체의 번성을 위해 어떻게 차별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내가 이 세상이나 이 조직을 다녀갔기 때문에 이 세상이나 조직이 더 좋고 행복하고 건강한 상태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남들과 다른 차별적 기여의 가능성을 믿는 것이 존재우위이다. 존재우위는 나를 통해 세상에 더 나은 변화라는 차이를 생성해내는 관점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이 세상을 다녀갔기 때문에 세상이 어떻게 따뜻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바뀌었는지가 존재우위이다.

존재우위 전략에서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굳이 자신의 몸으로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이 이유를 실현시켜 더 나은 차이를 만드는 전략이다. 아무 것도 가지지 않고 태어난 텅 빈 형식에 불과한 존재의 빈 배에 삶의 이유와 목적을 실현시켜 채워서 존재의 무게(존재감)를 온전하게 늘리는 전략이 존재우위 전략이다.

어떻게 존재우위를 구축해 삶에서 직장에서 근원적 자신감을 가진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을까?

전략의 1%는 방향성의 문제이고 99%는 정렬의 문제다. 존재우위 전략도 마찬가지다. 99%가 정렬의 문제를 해결했는지이고 1%는 이 정렬이 지향하는 방향성이다. 존재우위 전략에서는 존재자체가 정렬되 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다음 세 가지 질문을 사용한다.

첫째는 존재의 시간여행이 제대로 정렬되었는지에 관한 질문이다.

나의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한 문제이다. 나는 어디에서 왔고 지금 어디에 서있고 미래 어디로 향해가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이 질문이 정렬되어 있다는 것은 이 정체성에 내러티브 즉 기승전결의 스토리가 있다는 점이다. 평범하게 태어나 평범하게 살다가 평범하게 세상을 하직했다는 스토리는 내러티브가 없는 최악의 스토리다. 아무 것도 없이 태어났지만 존재의 의미를 깨닫고 열심히 살았고 결국 눈을 감는 순간에 세상에 묵직한 울림의 메모리를 남겨놓을 삶이 최고의 내러티브를 가진 정렬된 삶이다. 성숙으로의 기울기와 강도를 가진 삶이 제대로 된 스토리를 가진 삶이다. 모든 존재의 무게는 현재를 제대로 채워감을 통해서 채워진다는 것을 이해하고 과거에 접속해 과거를 부활시키고 시간에 앞서 미래에 접속시켜 미래의 눈으로 현재를 살게 만든다면 현재를 중심으로 과거와 미래의 점들이 정렬되어 연결된다.

둘째는 내면과 외면이라는 삶의 공간에서 정렬의 문제이다. 세상에 적응해서 살다보면 다른 사람과 관련한 사건들과 지식과 역량들은 늘어남에도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근육은 사라져 정렬이 끊어진다. 밖으로 멀리 뛰기할 수 있는 근력만큼 자신의 내면 안으로 멀리 뛰기를 할 수 있는 성찰의 근력을 길러내는 것이 내면과 외면 간의 정렬의 골자이다.

마지막은 자신의 삶에서 know why, know how, know what이 서로 정렬되어 있는지에 관한 질문이다. Know Why는 삶의 목적에 관한 질문이고, Know How는 이 목적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가의 질문이고, Know What은 이 목적을 어떤 업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삶의 목적을 깨달고 이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 해야할 일을 알고 있고 이 일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고 있다면 이 마지막 질문이 정렬된 것이다.

이 세 가지 질문이 모두 정렬되는 삶을 살고 있다면 그 존재는 삶의 온전성(Integrity)을 달성한 것이다. Integrity란 정직과 성실이라기보다는 존재가 분열되지 않고 통합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온전성이 달성되는 삶을 살게 되면 정직, 성실, 신뢰 자동적으로 따라온다. 온전성의 기반이 무너진 사람이 정직하고 성실하고 신뢰롭게 사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은 이 사람이 정직, 성실, 신뢰를 위해 삶을 연기하고 있는 것이다.

정직과 성실 신뢰가 연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존재의 무게가 온전하게 늘어날 때 우리에게는 자유의 날개가 생긴다. 역설적으로 사람들의 허욕으로 치장한 몸의 장식들이 더욱 가벼워지면 우리는 삶에서 온전한 비행을 위해 이륙할 수 준비가 된 것이다. 존재우위를 가진 사람들만이 근원적 자신감을 가지고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이유이다.

근원적 자신감을 체험하는 사람들만이 느끼는 자유는 존재의 온전함을 통해서 찾아 온다. 경쟁우위를 넘어 존재우위까지 구축한 사람들만이 어떤 불확실성의 망망대해에 떠 있어도 벌거벗은 채로 자신의 몸을 던질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진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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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우위와 경쟁우위 조건적 자신감 근원적 자신감 사이에 이원론적 선택의 문제는 아니다. 이 글을 조건적 자신감을 무시하고 근원적 자신감을 위해 존재우위를 구축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글의 의도를 잘못 읽은 것이다. 존재우위가 삶의 충분조건이기는 하지만 존재우위만 가지고 삶을 제대로 영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존재우위가 구축된 후 이 존재우위에 정렬된 경쟁우위를 찾아서 자신을 애자일하게 만들라는 것이 제대로 된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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