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Power)는 상대의 의지에 반해서 내 의지를 관철 시킬 수 있는 힘이다. 노상강도가 칼로 위협해가며 내게 지갑을 내놓으라고 강요하면 노상강도는 날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무술로 노상강도의 칼을 빼앗으면 노상강도는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 정말 돈이 필요하면 나에게 무릎을 꿇고 거지가 되어 나에게 구걸해야 한다.

권력의 적나라함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이런 비유를 인용했지만 이런 비현실적 관계가 아닌 일상에서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나에게 의존성을 높여야 한다. 상대가 나에게 많이 의존하면 할수록 내가 상대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의 크기는 커진다. 그렇게 믿고 싶지 않겠지만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행사하는 것은 대부분 권력이다. 양육 과정에서 아이들은 부모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이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시킨다면 이것도 생계에 대한 의존성을 높여서 일을 시키는 것이므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권력의 기반은 의존성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관계에서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평소 상대에게 많이 베풀어서 나에게 많이 의존하고 상대가 이 의존성의 틀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가족, 조폭, 교도소가 권력 부패의 온상으로 언급되는 이유도 의존성을 피해 도피할 다른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권한(Authority)은 사용이 정당화된 권력이다. 권한은 제도화된 직책을 정하고 여기에서 요구되는 역할과 책임(Role & Responsibility)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직책에 합당한 범위를 정하고 상과 벌을 자원으로 쓸 수 있게 실탄을 부여한 것이다. 회사의 팀장이나 본부장, 태통령, 국회의원, 검찰, 판사 등은 다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자신들에게 부여한 권한을 무기로 이용해서 자신의 사적 이익을 챙기는 것이 문제다. 국민의 복리를 위해 권한을 위임해 주었더니 이 위임한 권한을 이용해서 노상강도가 했던 수법으로 자신들의 이득을 챙기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 권력 비리의 본질이다.

위세(Prestige)란 직책이나 권력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위세는 사람들이 어떤 특정한 사람을 리더로 인정할 때 이 사람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여기에 자발적으로 순종하는 것을 의미한다. 위세는 리더의 지위(Status)에 관련된 개념이다. 어떤 사람이 자신들의 공동체의 생존과 번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더 공헌을 많이 할 경우 구성원들은 이 사람의 이 공헌을 인정하고 이 사람에게 집단의 규범을 넘어서 더 공헌을 많이 하게 할 수 있는 영향력을 허락한다. 권력이 상대가 하고 싶지 않은 일에 의존성으로 복종시키고, 권한도 의무적으로 순종하게 만든다면, 위세는 자발적 순종의 기반이다.

이런 자발적 순종이라는 엄청난 영향력을 가져오는 위세는 어떤 특정한 사람이 공동체와 집단에 남들보다 더 큰 공헌을 할 목적에 대한 진실성이 인정되어야 주어진다. 이들은 위세의 범위에서 평균적인 구성원들의 의견보다 이들의 의견을 더 자발적으로 들어주고 더 지지해준다.

의사 등 전문가 집단에 더 큰 위세를 허락하는 것은 이들의 전문성이 없다면 지금과 같은 코로나 정국과 같은 상황에서 사회가 생존하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구성원들이 이들에게 자신들이 누릴 수 없는 위세를 허락하고 사회 지도층이라고 불러주는 이유는 이들이 위세를 이용해서 자신들의 공동체를 더 낫고 더 행복하고 더 건강하게 바꿔줄 것이라는 목적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어떤 조직이나 공동체 사회의 리더가 된다는 것의 본질은 권한도 아니고 권력도 아니다. 목적에 대한 진실성을 검증 받은 결과인 위세를 통해 구성원들과 공동체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선한 영향력의 정도는 공동체의 생존과 번성에 실질적 기여를 했는지 할 개연성이 있는 지의 문제이다.

자신과 자신 범주의 이득만을 챙기려는 속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연기에 속아 이들에게 리더로의 위세를 부여할 때 액턴 남작이 우려한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라는 언명이 현실이 된다. 처음에 이들의 연기에 속아서 리더십을 인정하고 위세를 허락했는데 이 위세를 공동체의 번성과 생존을 위해서 사용하지 않고 권한을 획득해 이 권한을 자신과 자신의 인그룹의 사적 이득을 챙기는 사적 권력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번성을 위해 사용하도록 허락한 리더의 지위를 가지고 사적 배임행위에 나서는 유사리더들이 가장 위험한 사람들이다.

지금 우리가 리더로 생각했던 사람들에게서 목격하고 있듯이 초심을 가지고 시작한 리더도 공동체의 변화와 번성이라는 목적을 잃으면 온갖 이해할 수 없는 절대부패 행위에 몰두한다. 새해에는 소수의 배경을 가지고 있음에도 공동체의 목적과 변화와 미래에 대한 믿음으로 무장하여 유리천장도 깨고 선한 영향력으로 사회의 번성에 기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진성리더들이 가득 채워지는 대한민국을 그려본다. 연기로 위세를 획득하고 리더 행세를 해온 유사리더들이 점점 발 붙일 자리가 없어지는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