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은 밤에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고 밤새 잠을 설쳤다.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가 입양 10여 개월 만에 입양부모의 학대로 짧은 생을 마감한 이야기다.

입양모에 의해 장기 뒤에 있는 췌장이 절단되도록 심한 구타를 당한 흔적, 사망하기 하루 전 유아원에서 구타로 인한 내장 출열 고통 때문에 배가 부풀어 올라 먹지도 못하고 일어나지도 못하고 선생님들 품에 하루 종일 누워 있던 정인이를 데리러 온 입양 부가 자신을 의심하는 선생님들을 안심 시키기 위해 걸어보라고 하니 공포에 떨며 죽음을 무릅쓰고 걸으려는 모습, 수차례의 아동학대 신고를 했음에도 경찰서와 입양 기관에서 제대로 사건 처리를 못해 정인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내용을 방영했다. 정인이의 사망 하루 전 모습은 말도 못하는 어린아이가 학대의 고통을 이기기 위한 방호기제를 극단적으로 사용한 부작용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조차 마비된 상태였다.

정인이 사건은 최소한의 긍휼감 마저 소진되면 평범한 사람들도 쉽게 악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정인이 건을 보고 우리 주변에 학대자를 비롯해 평범한 얼굴의 악마들이 산재했다는 사실에 놀랬다.

구속된 입양모의 재판을 앞두고 방조한 입양 부와 사건을 안일하게 대처해 사전에 막지 못한 경찰관을 같이 처벌하라는 국민청원이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