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평범성(The Banality of Evil)은 설치 예술가 Banksy가 동네 사람이 벤치에 앉아 아름다운 가을 풍광을 감상하는 이발관 그림을 개작해 벤치에 앉은 사람만 나치 복장을 한 사람으로 바꿔치기 해서 만든 개념이다. 악의 평범성은 집단적 악행에 동원되었던 나찌 군인도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면 다 평범한 옆집 아저씨 아주머니들이라는 의미이다.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도 언제든지 이런 악행에 자연스럽게 동원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했다.

정인이 사건을 일으켜 공분을 사고 있는 양부와 양모도 일상에서 만났을 때는 평범한 아저씨 아주머니의 모습을 한 독실해 보이는 크리스쳔이었을 것이다. 이들은 평소에 입양아에 관련된 자원봉사에도 많이 참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진부해질 대로 진부해져 악마의 대변인으로 전락하는 이유에 대해 신의 죽음을 선언했던 니체와 하나님의 아들이었던 예수는 다른 해석을 제기한다.

니체는 사람들이 자신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 즉 삶의 목적을 상실하면 평범한 사람들의 시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온갖 미친 짓에 몰두한다고 주장했다. 삶의 목적이란 나침반과 같은 것인데 길을 잃어 나침반 없이 길을 찾기 위해 맨붕 상태로 허둥대는 행동을 평범한 사람의 눈으로 목격했을 때는 다 이해할 수 없는 "미친 짓"이라는 것이다.

니체가 규정한 "미친 짓"은 삶의 목적을 상실한 평범한 사람들이 극단적 종교의 율법주의와 세속의 원칙주의와 대 이은 모태신앙의 감옥에 빠질 때 가장 심각한 형태로 자행된다. 이들은 사명과 목적을 자신의 율법과 자신의 원칙과 모태신앙을 정당화시키는 도구로 사용한다.

나찌가 게르만을 우상화시키는 과정에서 자행했듯이 이들은 율법과 원칙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마음껏 죄 의식 없이 기행을 저지른다. 악은 율법과 원칙이 목적을 상실하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아주 평범한 모습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아이러니 하게도 악은 사악한 사람들에 의해서보다 율법주의자나 원칙주의자들에 의해 더 많이 자행된다. 이런 모습이 목적을 상실한 막강한 직책을 가진 고위 관료나 리더들에 의해 재현될 때 사회적 비극이 탄생한다.

예수는 니체와는 다른 해석을 제시한다. 악이 평범한 얼굴로 드러내는 것은 사랑이 잘못되었을 때로 규정한다.

예수는 사랑을 강조하지만 약자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내재화해서 해결하려는 행동성향인 긍휼이 없다면 사랑은 그냥 편협하기 짝이 없는 자기애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예수는 자신이 행하는 사랑이 긍휼감이 발현된 진짜 사랑인지 자기애의 가짜 사랑인지는 대상에 따라 갈라진다고 가르쳤다. 자신보다 약한 자에 대해 사랑을 실천한다면 이것은 긍휼감이 발현된 진짜 사랑이지만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강자에게만 편파적 사랑을 보인다면 이것은 자기애이다. 긍휼이 없는 자기애는 역지사지라는 인간관계의 황금율을 실행하는 뇌의 거울세포를 마비시켜 평범한 사람을 소시오패스로 만든다. 예수는 긍휼감이 결여된 상태에서 자기애에 빠진다면 인간 누구나 악의 평범성의 희생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십자가에 못박혀 죽어가면서 까지 경고했다.

양부와 양모가 입양기관에 봉사활동을 하던 모습도 따지고 보면 정인이에 대한 긍휼감이었다기 보다는 결국은 자신들이 크리스챤으로이런 사람이라는 스펙을 과시하기 위한 자기애였다. 이들의 신앙은 자신의 가면을 숨기기 위한 연기의 도구였다.

예수의 정신을 사회적으로 해석한 한나 아랜트에 따르면 긍휼감은 사회의 소수로 치부된 사람들을 위해 힘있는 다수라고 칭해진 사람들이 먼저 나서서 자신의 가면을 벗고 이들의 아픔의 가면을 대신 써주는 정신이라고 규정한다.

자신의 존재이유를 잃어버린 것에서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하는 니체와 긍휼감의 상실에서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하는 예수는 서로 만날 수 없었던 것일까?

왜 니체는 신의 죽음을 선고했을까?

니체가 선고한 죽은 신은 예수가 아버지로 경외하던 하나님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 속에 우상화되고 물상화 되어 더 이상 신앙으로 자라지 못하게 된 신을 의미한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 우상화되고 물건으로 환치된 신이 자리잡기 시작한다는 것은 신을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우상화한 것이다. 니체에 따르면 신을 죽인 사람들은 자신을 신으로 우상화 시킨 사람들이다. 신을 빌려와 자신을 우상화하는데 사용한 사람들이다.

일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니체는 누구보다 독실한 모태신앙을 가진 크리스쳔이었다. 단지 니체가 경고한 것은 신을 핑게로 자신을 우상화 시키는 가짜 크리스천의 운명이다. 특히 자신처럼 모태신앙으로 태어난 사람들에게 특별히 경고한 것이다. 자신을 우상화 시킨 사람들이 자기애를 넘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긍휼감을 가질 개연성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일처럼 불가능하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

결국 예수와 니체는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이유를 각성하지 못하고 다른 한 편으로 긍휼감이 고갈되어 자기애에 중독된다면 결국 진부해질대로 진부해져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상실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진부해진 인간으로 전락하면 자기애와 자기 우상화가 서로 공모해가며 악의 평범성을 실천할 개연성이 높아짐을 다른 언어로 경고했을 뿐이다.

#평범하게는_살아도_진부해져_부패하지_않는_삶은_어떻게_가능할까?

#입양이_크리스쳔의_스펙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