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의 원래 의미는 미래에 도달하려는 목적, 즉 자신의 존재이유에 대한 믿음의 안경으로 못 보던 세상을 보게 되는 경험을 의미한다. 이런 비전을 획득한다면 당연히 미래에 도달해야 할 세상도 더 잘 볼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이 잊고 지냈던 과거도 잘 볼 수 있어야 하고 그금 가진 기회와 위기도 더 잘 볼 수 있어야 비전을 가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밖만 주시하고 살 때 못 보았던 자신의 내면의 흐름을 볼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비전을 가진 것이다.

이런 원래 의미의 비전의 개념을 왜곡시키기 시작한 것은 경기가 활성화되었을 때 시장과 경쟁을 기반으로 한 성장 이념을 제공했던 신자유주의다. 신자유주의는 비전을 큰 목표에다가 멋진 옷을 입힌 개념으로 축소시켰다.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물음은 당연히 성장이라는 답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비전에 대한 근원적 물음은 우문으로 취급했다.

목표를 설정하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원을 최적화 시킬 수 있는지의 문제가 비전의 핵심이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얼마나 달성할 수 있는지가 비전의 답이었다. 이런 개념으로 축소되어 사용되던 시대에는 리더란 비전으로 답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이전의 세상은 환경변화가 미미해서 과거의 결과를 종합하면 미래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따라서 문제의 관점도 옳고 그름의 관점인 객관적 검증가능성이 주도하고 있었다. 큰 목표만 세우고 열심히 뛰면 성장이 가능하던 신자유주의 시절도 회사의 성장을 예측하는 비전도 맞고 틀린 비전을 이야기 할 정도로 성장이 예측가능한 시대였다.

하지만 21세기의 변화 무상한 시대는 과거의 정답이 미래의 정답을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이다. 누구든 설득력이 있는 미래에 대한 스토리로 현실을 구성하고 그에 대한 믿음을 사람들에게 설파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그 스토리를 구현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회사의 비전도 맞고 틀린 비전의 문제라기 보다는 구성원들이 이런 비전에 얼마나 강한 믿음을 공유하고 이것을 사업하는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이런 구성주의 세상에서는 진실성의 잣대로 세상을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은 점점 축소되고 자신의 내면에서 흘러나온 스토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감동을 줄 수 있는 믿음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즉 진정성이 삶의 기준이 되고 있다.

비전이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바가 있다면 이것은 그냥 자신의 존재이유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의 방향성일 뿐이다. 목적을 제대로 찾아서 비전을 만들었다면 이 방향성이 잘못되었는지 제대로 되었는지를 묻는 것은 잘못된 질문이다. 비전이 잘못되었는지 제대로 되었는지의 질문보다 중요한 질문은 이 비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몰입시켜 이들을 협업으로 동원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비전이 있다하더라도 사람들을 협업으로 동원해서 비전에서 정한 미래에 대한 약속을 실현시키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비전이 잘못되었다고 규정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