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 선생은 <님의 침묵> 시집의 서문을 쓰면서 님을 국가나 사랑하는 연인으로 한정해가며 물상화시키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군말>이라는 님의 침묵 서시를 보면 한용운 선생에게 님은 평범하게 죽어가는 대상을 주체로 고양해가며 사랑으로 길러낸 모든 것이다.

사람들에게 님은 주체로 고양된 자신을 의미한다. 단순히 상황에 따라 고양된 자신이 아니라 상황을 떠나서 삶 전체를 통해 일관되게 최고로 극진하게 고양된 자신만이 님이다. 우리 말에서 님을 여기저기에 다 붙여서 쓰지만 님의 본질적 의미는 상대의 주체성을 최고로 고양하고 고양된 대상을 최고로 사랑하기 위해 부르는 최고의 높임 말이다.

진성리더들에게 님은 목적에 대한 깨달음을 가지고 주체로 고양시킨 자신을 의미한다. 모든 리더가 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진성리더에게 님이란 자신 삶의 고유한 목적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을 때 찾아 온다. 또한 이 깨달음을 각성한 님의 약조를 실현하기 위해 자신에게 사랑과 주체성을 부여하여 고양할 때 더 구체적으로 찾아 온다. 님을 위해 약조한 것을 남들과 어울려가며 헌신적으로 실현했을 때 님은 님은 진짜 님의 모습으로 찾아온다. 최고로 고양될 수 있는 님이 되는 방법은 자신의 존재이유를 규명할 수 있는 리더로 태어나 자신의 목적에 대한 약조를 지킬 때이다.

우리는 첫 사랑에 강렬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삶의 목적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 목적과 첫 사랑에 빠졌을 때 그 강렬함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살다 보면 가끔 이 첫 사명에 대한 사랑의 맹세를 잃어 버리고 엉뚱한 길을 찾아 헤맨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 따르면 첫 사랑은 회한과 눈물의 씨앗으로 다시 태어나 자신을 더 성숙한 님으로 다시 키울 것이기 때문이다.

사명과 목적에 대한 깨달음이 없다면 리더에게 첫 사랑의 님은 아직 오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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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침묵

한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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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1]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