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상실하고 이윤만을 목표로 추구할 때 기업의 모든 경영 활동은 부분 최적화를 통해 쇠퇴하기 시작한다. 경영을 통해 세상에 왜 존재해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하지 못할 경우 결국 구성원들은 자신 기업의 목적함수는 이윤추구라고 가정한다. 공진화가 뉴노멀인 시대에 이윤추구을 통해 자신만 살겠다고 몸부림치는 회사를 위해 고객과 구성원들이 희생할 이유가 없다. 시대는 가성비를 넘어 철학이 제품과 서비스에 녹여 고객에게 우리 회사만의 체험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데 돈에 대한 천박한 욕심은 있어도 경영목적에 대한 철학이 없는 회사가 이런 체험을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과 같이 공진화가 상수가 된 시대에 목적 없이 경영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세상에 우리 그냥 망하게 해달라고 소리치는 형국이다.

경영의 최적화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회사에서는 목적에 대한 수단으로 제시되었던 것들이 구성원들에는 시시각각 목적으로 전치되기 때문이다. 회사가 설정한 목적은 홈페이지에만 존재하는 실체가 없는 가짜 목적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은 이 플라스틱 목적을 무시해도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플라스틱 목적을 설정해서 홈페이지에서라도 목적함수를 제공하면 구성원들은 이 목적을 수단보다 부수적인 것으로 취급해가며 적극적으로 디커플링 시킨다. 공동의 목적을 공유하지 못한 회사는 각자 다른 속셈이 있는 사공들이 모여서 움직이는 배와 같다. 조직과 구성원이 따로 노는 회사다. 이들은 같은 회사에서 같은 페이지에 서 일한다고 볼 수 없다. 회사와 구성원은 같은 가족이 아니다. 동상이몽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여기저기에서 많은 과정 손실이 발생한다.

제대로 된 목적에 대한 믿음이 없는 회사의 예를 들어보자.

이 회사에서는 종종 종업원과의 신뢰를 복원하고 회사 모든 구성원이 유대감을 가져야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한 대부분의 행동은 실패한다. 신뢰나 유대감 자체를 중시하다보니 신뢰나 유대감이 회사의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된다. 이들이 목적이 되면 신뢰나 유대가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대방의 잘못은 눈을 감아야 되고 하루를 덕담에서 시작해서 덕담으로 끝내야 된다. 한 마디로 콩가루 회사로 만든 것이다.

요즈음 회사들이 도입하는 KPI, OKRs, 인게이지먼트, GWP, 애자일, 다양성, 워라벨, 52시간 근무제도, DT 다 마찬가지다. 이들은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목적이 거세당한 회사가 이런 수단적 도구에 집중하다보면 이것이 조직의 목적인 것처럼 전치된다. 직원들에게 KPI가 할당되면 이 KPI는 회사의 성과를 달성하는 수단이 아니라 생계와 직접 연관된 목적으로 전치된다. 자신의 밥그릇을 위해 회사의 목표를 침해하는 방식을 동원해서라도 자신의 KPI를 채운다. KPI에 몰리면 회사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도 구성원들은 몰래 이 거위의 배를 갈라서라도 자신의 성과를 채워넣는다.

회사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경영 목적이 없어서 돈 버는 것이 목적으로 전치된 회사에서는 구성원이 수단을 목적으로 전치시켜도 윤리적으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수단이 수시로 목적으로 전치되는 회사에서 혁신적 제도가 제대로 뿌리를 내릴 방법이 없다. 목적을 잃고 그냥 어쩔 수 없이 하다가 상황이 바뀌면 폐기처분 당하는 수많은 디커풀링 사례들을 만들어낸다.

수도 없이 많은 혁신적 실험들이 다 실패하는 이유는 회사가 이들 실험을 달성해서 축적해야 하는 더 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회사에서는 회사의 정신모형이 구성원들에게 운동장이 되어주지 못한다. 이런 회사에서 일어나는 혁신은 모두 밑빠진 독이 되어 소진된다.

혁신에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기 전에 우리 회사는 이런 혁신을 담을 제대로 된 목적함수가 있는지를 먼저 점검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이 목적함수를 대부분 구성원들이 믿고 있어서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종업원이 개인적 목적을 위해 조직의 목적을 희생하는 일이 생기고 있지는 않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