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ruction #learning #education #잡은_고기_먹여주기 #고기잡는법 #고기를_왜_내가_잡아야_하는가 #대체가능성 #대체불가능성 #근원적_문제해결력

초뷰카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모래바람이 부는 사막을 여행하는 것과 비슷하다. 사막을 여행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여행을 시작했지만 사막에서 하루 밤을 지내고 나면 준비한 것들이 모두 쓸모없어 진다. 밤 사이에 모래 바람이 불어와 지형을 다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준비해간 지도가 쓸모 없어진 것이다. 지도에 따라 어디서 어디로 여행할 것이라고 준비했는데 지형이 달라져서 준비해간 각종 물건도 쓸모가 없어졌다.

지도가 사라지면 사람들이 느끼는 체험이 맨붕이다. 맨붕 상태에 도달하면 머리 속 지도가 지워져서 하얗게 된다. 머리 속 지도가 하얗게 사라지면 잘못된 행동도 과감하게 하지 못한다. 틀린 지도라도 있어야 틀릴 방향으로 가보고 아니면 지도가 틀렸으니 고쳐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모두 사막 여행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은 그나마 나침반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의 길 잃은 지점을 파악해내고 같이 여행하는 구성원들과 협업해 임시방편이라도 새로운 지도를 그려낼 수 있는 애자일하는 적응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애자일한 적응력의 원천은 애자일 리더십에서 주장하듯 지도를 세련되게 그릴 수 있는 능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나침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일전에는 대한민국의 교육계에 오랫동안 헌신해오신 분께서 본인의 저서 <초뷰카 시대 지속가능성의 실혐실>을 읽으시고 문의를 해오셨다. 지금과 같은 초뷰카시대 디지털 폭풍으로 AGI, 쳇GPT,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세가 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 미래의 교육 호는 어떻게 난파를 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본인의 견해를 물으셨다. 이 문제는 비단 대한민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구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 모두가 던져야 할 거대 담론임을 말씀드렸다.

이미 오래 전부터 대학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구글에 더 자세하게 나와 있고, 더 깊은 강의는 코세라를 수강한다. 굳이 강의실 교육을 원한다면 유튜브를 시청하면 더 빠르고 더 세련되게 대학교육에 버금가는 실질적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본인도 구글 스칼라라는 디지털 도서관에서 중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시급하게 메꾸어야 할 지식이 있으면 유튜브 석학 강의를 청해듣고 본인의 이론이 최신의 지평을 업데이트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땐 쳇GPT에게 이론이 제기하는 가설을 질문해서 확인한다.

쳇GPT와 로봇이 변호사 의사 회계사 판사 기자보다 더 세련되게 일을 잘 하고 실제로 자격시험을 봐도 더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하고 있다. 대학이 해오던 것을 더 잘 할 수 있는 대체재가 나타났음에도 대학이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아직까지는 사회가 혼돈을 피하기 위해 대학의 졸업장 장사를 통념적으로 인정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은 사실 상 오래 전부터 정체성이 붕괴되는 수순을 밟고 있었다.

대학의 커리큘럼 역사는 Instruction이 주도하던 시대, Learning이 주도하는 시대, Education이 주도할 시대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Instruction시대는 지식을 비대칭적으로 독점하고 있는 교수가 학생에게 자신이 가진 지식을 일방적으로 주입해주는 교육방식이 통용되었다. 본인이 대학을 다니던 때 교수님들 중에선 자신이 공들여 만든 강의 노트를 수업 시간에 읽어주면 우리는 받아 적고 적은 내용을 시험 때가 되면 암기해서 기억을 재현하는 형식의 대학공부가 표준이었다. 교수는 지식이라는 고기를 잡아주는 사람이었고 학생들은 이 고기가 어떻게 잡혔는지를 묻지 않고 신봉해가며 머리 속에 무작정 암기했다. 학생은 대량생산공정에서 만든 공산품처럼 생산되었다. 이런 전통에 따라 암기능력이 특출한 사람들만 판사 변호사 의사 회계사의 전문직을 잡을 수 있었다. Instruction에 의해 교육이 주도되던 대학에서 교수는 자신이 잡은 고기를 학생들에게 먹어주는 암기식 교육을 위한 교관이었다.

21세기가 되자 Instruction에 기반한 교육에 문제가 제기되고 대학에도 Learning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교수만이 독점적 권위를 가지던 지식 생산이 대학을 떠나 있는 분들에 의해서 민주화 되기 시작했고 이들이 만든 고급 지식이 대학에 역풍으로 불기 시작했다. 또한 일방적 주입식으로 받은 교육내용이 실생활에 가면 쓸모가 없어지는 지행격차의 문제도 대학교육이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었다. 실제로 기업에서는 대학졸업생을 받으면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한다고 제대로 좀 가르쳐 보내달라고 주문했다. 이들은 아무리 좋은 대학 나온 사람들을 채용해도 제대로 쓸모 있는 인재가 없다고 대학교육의 실효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지행격차의 문제가 심각한 상태로 떠오르자 교수는 학생들에게 전통적으로 고기를 먹여주는 Instruction 교육 패러다임을 양보하고 학생이 몸으로 스스로 익히도록 고기 잡은 법을 전수하는 Learning by Doing이라는 Learning 패러다임이 등장했다.

학습 현장에서 교수는 여전히 지식의 전달자이지만 이전처럼 일방적 주입식 전달보다는 학생들이 자신의 몸과 머리로 체험할 수 있게 도와주는 퍼실리테이터 역할이 요구되었다. Learning 패러다임은 대량생산 공장에 비유되던 대학이 사회의 수요에 맞춰 주문생산에 신경을 쓰는 단계다. 학생들은 교수의 역할과 학생을 역할을 번갈아가며 습득해 자신이 원하는 고기를 잡은 법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쳇GTP와 휴머노이드 로봇의 결합이 Instruction과 Learning의 패러다임을 붕괴시키고 있는 지금의 초뷰카 시대 대학 교육의 다음 패러다임은 무엇인가?

본인은 21세기를 추동하는 교육의 패러다임은 Learning에서 (Authentic) Education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Instruction 패러다임 시대 교육은 교수가 고기를 잡아서 주입식으로 머리에 넣고 암기하도로 가르쳤고, Learning 패러다임 시대에는 지행격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수가 학생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쳤다면 Education의 패러다임에서는 왜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이 나서서 이런 고기를 잡아야 하는지 이유를 각성하고 이 각성에 기반해서 학생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주도적으로 커리큘럼을 구성하도록 도와주는 패러다임이다. Education 패러다임은 대량생산이 주문생산으로 주문생산이 학생의 요구에 따른 개별 맞춤형 교육(Subjectification)으로 전환된 시대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코치와 멘토와 퍼실리테이터로 나선다. 대학은 필요한 자원의 인벤토리가 제대로 동원될 수 있도록 플랫폼으로 재편된다.

이렇게 대학 플랫폼을 통해 주체적으로 성장한 학생이 사회에 나가 쳇 GPT와 휴머노이드 로봇에 의해서 대체되지 않고 이들을 이용해 자신과 사회와 조직이 해결해야 할 공동의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해가며 미래를 창출을 위해 다른 사람들과 협업할 수 있는 실질적 능력을 키워내는지가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하는 효과성의 지표다.

쳇 GTP와 휴머노니드 로봇이 있어도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이런 기술발전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서 공동의 운명인 미래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대체불가능하게 기여할 수 있는 주체적 인재로 훈련시키는 것이 대학이 앞으로 해야 할 책무다.

21세기 초뷰카 대학의 책무는 지금처럼 유명무실해 져가는 졸업장과 자격증 장사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왜 자신이 나서서 고기를 잡아야 하는 지에 대한 삶의 목적을 각성해 학습해야 하는 이유를 알게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 혹은 동료 학생들과 협업으로 커리큘럼을 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대학은 이들이 주체적으로 근원적 삶의 문제를 풀어가며 대체불가능한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을 무궁무진하게 실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재설계할 수 있을 때 생존의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에게 디지털 리더러시를 습득하게 하고 이를 통해 자신이 대체불가능한 존재임을 입증하는 근원적 문제해결력을 가르쳐야 대학이 살아날 것이다. 자신이 왜 대체불가능한 존재여야만 하는지의 존재목적을 깨달는다면 쳇GTP와 휴머노이드 로봇은 자신의 대체가능성을 위협하는 적의 무기가 아니라 자신 존재의 주제성을 스스로 입증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자신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대학교육의 혁신을 위해 커리큘럼에서 절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Instruction의 비율을 줄이고 자신의 몸으로 지식과 이론을 습득하는 체험학습인 Learning의 패러다임을 늘려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Instruction과 Learning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지도를 그려낼 수 있는 능력을 확인하는 authentic education의 완성 정도를 확인하고 이에 따라 졸업장을 수여하는 커리큘럼으로 대전환이 시급하다. 학교 커리큘럼 밖에서 회득한 배지나 e포트폴리오를 학점으로 환산해주어 대학이 포용과 무경계 교육의 주체가 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진성교육(Authentic Education)이란 필요한 지식의 습득이라는 What, 필요한 지식을 이론으로 전환해 효율적 알고리즘을 만드는 How, 이론을 습득해 미래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게 만드는 이유인 Why가 통합되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이 왜 나서서 물고기를 잡아야 하는 이유도 터득하고 이 이유에 따라 필요한 물고기도 잡고 필요한 물고기를 잡는 더 효율적 방법도 실험해 만들어내게 하는 것이 초뷰카시대 진성교육의 지향점이다.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중복해서 가르치고 이들과 피터지게 싸워 전사시키는 주체가 대학이라면 대학은 윤리적이지도 않고 존재이유도 잃었다.

최근 신자유주의 시대 상징 GE와 GE의 씽크탱크였던 크론트빌 연수원이 매각되었다는 기사가 떴다. 경기가 좋던 신자유주의 시대 연수원은 초우량기업의 사내대학의 역할을 수행했지만 지금은 기능을 다해 결국 기업이 스스로 해체를 결정한 것이다.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대학이 초뷰카시대에 맞춰 해체적 재구축하지 못한다면 사회에 의해서 강제 해체 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