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06-30 13:30
[N.Learning] 적어도 10년 앞을 내다보는 선견지명 자신에 대한 지독한 편애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595  

적어도 10년 앞을 내다보는 선견지명
자신에 대한 지독한 편애
거리의 낙서 화가(street graffiti artist)인 뱅시(Banksy)가 그린 낙서 그림이 뱅시의 웹사이트에 올라왔다. <휴대전화 연인>이라는 낙서 그림이다. 연인들의 사랑이 더 이상 상대의 눈을 보지 않고 자신 휴대폰에 저장된 자신의 인스타 사진이나 페북에 스토리로 저장된 자기애에 빠져 있음을 풍자하기 위함이다. 이 낙서 그림은 지금부터 10년 전인 2014년 4월 영국 브리스톨에서 큰 사건으로 떠올랐다.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뱅시는 사회적 이슈가 있는 세계 곳곳의 도시를 찾아가 공공 장소의 담 벼락이나 문 등에 이슈가 되는 그림이나 조형물을 남기고 사라진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이 그림이 자신이 그린 진품 그림이라는 것을 자신이 운용하는 웹사이트에 올린다. 뱅시의 진품 그림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워낙 비싼 값에 팔려서 뱅시가 직접 웹사이트에 그림을 올리기 전까지는 위작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휴대폰 연인>도 영국의 브리스톨 시가 운영 난으로 문을 닫기로 작정한 청소년 클럽의 문에 남긴 그림이다. 아마도 이 클럽은 뱅시가 청소년이었을 때 서로의 눈을 보고 사랑할 수 있는 연인을 찾기 위해 애용했을 장소로 짐작된다. <휴대폰 연인>이 뱅시 그림이라는 것이 판명되자 그림은 그 당시 가격으로 40만 3천 파운드(약 7억)에 팔렸다. 이 소유권이 시에 있는지 아니면 청소년 클럽에 있는 지의 논쟁이 있었으나 뱅시가 청소년 클럽을 위해 그렸다는 메모를 남겨 소유권이 정리되었다. 브리스톨 청소년 클럽은 이 기금을 시드머니로 다시 부활할 수 있었다.
자신에 대한 지독한 편애는 지금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모바일형 휴대폰이 없었던 20년 전에도 ABC Saterday Night Live(SNL)에서도 예견되었다. 이 당시 방영된 SNL 시즌 30에 <Me Harmony>라는 풍자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이 코메디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자신과 똑같은 취향이고 모습인데 성별만 다른 사람들을 배타적으로 사랑하는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려 선풍적 인기를 얻었다.
자신에 대한 지독한 편애는 인간의 보편적 경향이었는데 모바일 휴대폰이 등장하면서 불을 붙인 격이 된다. 2013년 5월 호에는 휴대폰을 기반으로 자신에 대한 지독한 편애를 보이는 세대를 Me Me Me 세대라는 별칭으로 이름을 붙여서 특집으로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휴대폰이라는 태양에 비친 자신에 대한 지독한 나르시즘이 인간 사이의 의미 있는 관계를 단절시키고 인간관계의 사막화를 진행하는 초개인주의 시대를 열었음을 경고한 것이다. 휴대폰이 사막화의 태양인 셈이다.
초개인주의 시대는 각자 N개 개인들의 N개의 가취관을 중시한다는 것을 간파해 기업들은 각종 제품과 서비스를 개인에게 맞춤형으로 개별화시키는 대중소비를 만들어 초개인주의의 또 다른 끌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초개인주의로 인한 인간관계의 사막화는 궁극적으로 공동체의 붕괴를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의 눈을 보고 상대가 가진 고유성을 존중해가며 다른 한편으로는 남들의 공격으로부터 사랑하는 사람의 등을 지켜주는 행동을 의미했다. 사랑은 서로가 운명으로 공유하는 존재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상대를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협업의 파트너로 초대하는 행위였다. 서로가 협업을 위한 동반자가 되어 서로 사이에 심리적 울타리를 만들고 이 울타리 안에서 미래를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이런 연인이 가족이 되고, 공동체를 만들어 지금 우리가 향유하는 번성을 만들어냈다.
자신에 대한 지독한 편애는 자신이 쉽게 개발이 가능한 유전자 복권에 대한 편애에서 시작한다. 부모가 물려준 좋은 머리, 외모, 건강, 재능, 부모의 부에 대한 편애다. 레거시 미디어와 각종 SNS는 유전자 복권을 못 받은 사람들은 받은 사람들을 아이돌로 섬기도록 가스라이팅을 시켜왔다. 이들의 복제이자 초아류가 되려는 노력이 작동하는 이유는 아류라 하더라도 만족스러운 자기편애 때문이다. 이런 자기편애가 심각해질 수록 유전자 복권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는 더 심각하게 꼬여서 누적되고 이런 문제를 풀지 못한 자아는 성인아이로 위인화 되어 자신의 그림자로 치부된다. 그림자가 커질수록 휴대폰을 태양 삼아서 자신이 마치 유전자 복권을 타고 태어난 것처럼 자아 복제를 만들어낸다. 이런 지독한 자기 편애가 결국 자신을 자신으로부터 사막화 시킨다. 뱅시의 그림에서 자기애의 도구로 전락한 연인은 서로의 등을 지켜줄 울타리와 상대의 아픔을 같이 애도하고 배려할 수 있는 공간을 잃었다.
자신을 온전하게 사랑한다는 것은 유전자 복권에 대한 자기편애를 넘어서서 그림자인 성인아이의 아픔을 그대로 인정하고 그동안의 차별 행동에 대해 애도하고, 치유하고, 환대하는 자기긍휼이다. 아파서 누워 있는 자신을 자신으로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다윗으로 키워내는 자기긍휼(Self Compassion)이 자신에 대한 온전한 사랑의 시작이다. 자기긍휼로 온전한 자신을 일으켜 세우지 못한다면 타인을 긍휼로 온전하게 사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사랑에 대한 편애를 극복하지 못하면 레비나스의 타자성으로 상대를 존재로 받아들여 사랑하는 공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상대와 나 사이에 공간이 없다면 연인이나 가족이나 공동체는 불가능해진다. 자기편애를 극복하지 못한 사람이 매력적인 파트너를 발견했을 때는 상대를 존재로 사랑하는 것처럼 연기하지만 상대의 정체가 어느 정도 파악이 되고 수중에 들어오는 순간 상대는 자기애를 위한 수단이자 노예로 전락한다. 연인, 부부 사이 사랑이 깨지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결혼의 필수 과정인 신혼여행이란 서로 간의 로맨스를 즐기기 위한 여정을 넘어서 서로가 공동으로 만들어갈 공간의 존재를 삶의 장면을 떠나 객관적으로 성찰해보기 위한 메타인지 절차였다.
지독한 자기편애의 성향이 가속화되는 초개인주의 사회의 도래와 공동체의 붕괴를 예언한 뱅시가 세상을 보는 선견지명(Forsight)은 최소한 10년을 넘어선다. 심지어 ABC SNL의 Me Harmony라는 개그 프로그램이 세상을 내다보는 통찰력은 유효 기간이 20이었던 셈이다. 1년마다 유행을 종합해 트랜드라고 이름을 붙여 장사하는 일년살이 각종 예측 프로그램과는 급이 다르다.
오늘은 서로의 눈을 봐가며 고유성을 찾아서 상대를 존재로 사랑하고 동시에 서로의 등을 지켜 주어가며 울타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파트너들을 찾아보자. 뱅시의 그림에서 자기애의 도구로 전락한 연인 사이에는 울타리와 서로에 대한 배려의 공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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