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07-30 12:00
[N.Learning] 인간을 춤추게 하는 것?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919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했다면
인간을 춤추게 하는 것은?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말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고래를 춤추게 하는 칭찬으로 인간을 춤추게 할 수 있을까? 칭찬으로 인간도 춤추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맹목적 진실로 받아 들이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심지어는 전문 코치 훈련을 받으신 분들도 이 주장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놀란다.
과연 칭찬으로 인간도 고래처럼 춤추게 할 수 있을까?
맥락을 잘 잊어버리는 어린이에게는 칭찬으로 춤추게 하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기억이 온전한 성인도 한 두 번은 칭찬으로 춤추게 할 수 있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우리 연구실은 칭찬으로 성인을 춤추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은 미신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고래에게 했던 대로 사람을 춤추게 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고래화가 요구된다. 고래처럼 칭찬으로 춤추게 한 대가는 아쉽게도 인간의 가축화다.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주장은 행동주의에서 자극과 반응 원리에 따라 동물을 훈련 시킬 때 쓰던 전략이다. 행동주의 전제는 보상과 상벌로 생각하는 힘을 거세 시키는 것이다. 이들은 생각을 통제할 수 없는 노이즈로 생각해서 블랙박스로 간주하고 이 블랙박스가 제기하는 노이즈를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기제를 찾아내는데 주력했다. 이들이 찾아낸 기제는 자극에서 요구한 대로 반응하면 그대로 보상을 하고 그렇지 못하면 벌을 주는 원리다. 칭찬은 돈이 안 드는 외재적 보상기제이다.
동물을 훈련 시키기 위해 사용했던 외재적 보상인 칭찬을 인간에게 과도하게 사용하면 칭찬을 받기 위해 실수하지 않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배우는 일원순환 학습에 집중하게 만든다. 같은 성공에 같은 수준의 칭찬을 여러 번 받는다면 더는 칭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일상화 문제도 있다. 더 강도가 높은 칭찬을 해주어야 하는데 이런 <더 많이 더 쎄고 강하게 게임>에서는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 또한 어느 정도 칭찬을 받았을 경우 칭찬을 못 받는 상황이 자신을 실패자로 규정하는 톱니바퀴 효과도 문제다. 성공한 결과에 집중하는 칭찬은 사람들을 승자와 패자의 프래임으로 갈라 놓는다.
직장을 다니시는 분들에게 어떤 때 가장 행복하고 열심히 직장 생활을 했었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이들 대부분의 공통된 대답은 자신이 해보고 싶었던 어려운 일을 자신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성공적으로 완수해서 스스로에게 뿌듯해하고 있는데 이것을 지켜보던 존경하던 상사가 자신의 노력을 인정하고 격려해주었을 때라고 대답한다.
인간을 춤추게 하는 것은 단순한 칭찬이 아닌 인정과 격려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것을 철칙으로 믿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례를 예로 들어 직장인들이 칭찬 받기 위해 일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때 상사의 행동은 칭찬보다는 인정에 더 가깝다. 칭찬은 외재적 보상이지만 인정은 내재적 보상이다. 이들을 춤추게 했던 것은 자신 선택과 노력으로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어른으로서 성장했다는 인정이다. 상사는 객관적인 눈으로 자신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음에 대한 타당성을 인정해줘 불에 기름을 부은 촉매다. 자신이 존경하는 상사가 인정했다는 점이 큰 강점이다.
상사가 인정을 통해 강화시킨 것은 성공적 결과를 넘어서 주체적 생각과 선택에 의해서 스스로를 성장시켰고 그럼을 통해 조직가치에 기여를 하는 성숙한 어른이라는 점이다. 자신의 정체성에서 열망하던 상태에 대한 인정이 제대로 어른을 춤추게 만든 것이다.
삶에서 우리를 춤추게 만드는 순간은 "그래 바로 그렇게 사는 것이 너답게 사는거야"라고 자신의 자신의 참 자아를 인정할 때다. 이런 참 자아에 대한 인정이 자신 뿐 아니라 상사에 의해서도 타당성을 얻은 것이니 더 춤출 수 밖에 없다.
최고의 인정은 인정이 참 자아의 전체를 관통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X라는 원인에 집중해서 노력한 결과 Y라는 좋은 결과를 얻었는데 내가 보기에 이것은 정말 잘 한 일이야. 그런데 더 자랑스러운 것은 이런 것들이 누적되면 네가 이전에 약속했던 너의 정체성에 대한 존재이유를 조만간 명확하게 찾을 수 있을 것같다"라는 시나리오를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네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까지 더 붙여주면 춤추게 만드는 동기의 화룡점정에 도달한다.
이런 종류의 참 자아에 대한 인정과 격려는 고래에게는 쓸 수 없는 전략이다. 인간을 고래와 같은 수준으로 가정한다면 절대로 적용할 수 없는 전략이다.
고래로 취급되어 싸구려 칭찬에 중독되어 생각하고 결정하는 능력을 빼앗긴 인간은 삶의 의미가 거세 당한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칭찬과 상벌이 없으면 주체적으로 일하지도 않는다. 인간이 칭찬으로 완벽하게 가축화된 것이다. 인간을 진정으로 춤추게 할 수 있는 것은 칭찬보다는 자부심이 넘치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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