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07-30 12:08
[N.Learning] 무겁지만 장중한 사회적 이슈 여성은 소수인가? 아닌가?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905  
   사랑의 이해.jfif (241.3K) [13] DATE : 2024-07-30 12:08:25
무겁지만 장중한 사회적 이슈
여성은 소수인가? 아닌가?
이번 학기에 기업에서 종업원, 중간관리자, 리더의 행동에 대해 공부하는 <조직행동관리>라는 과목을 진행했는데 한 학생이 강의평가를 통해 내가 수업 시간에 여성은 소수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불편했다는 취지의 코멘트를 남겼다. 여성을 소수자로 보는 관점은 여러 학기에 걸쳐 언급했을텐데 이번 학기에 이슈를 제기하는 학생이 있어서 의외라고 생각했다. 강의 평가여서 누가 왜 그런 말을 썼는지를 직접 물어볼 수 없어서 맥락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성리더십과 다양성 증진을 위해 몇몇 여성 임원분들과 주기적으로 만나 토의하는 비공식 집담회 모임이 있는데 마침 만나는 일정이어서 이 분들에게 조언을 구해보았다. 이 분들도 다 연배가 있어서 Z세대인 학생들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난상토론 끝에 몇 가지 의미 있는 가설을 제시해주셨다.
첫째 낙인 가설이다. 낙인 가설은 여성이 소수자라는 사실을 인정해도 수업 시간에 공식적 사실로 그렇게 가르치면 여성 자신들도 소수자임을 받아들이고 여성을 유리감옥에 가두게 된다는 가설이다. 무슨 이유든 일단 유리감옥에 갇히면 피그말리온 효과가 작동해서 정말 소수자의 운명을 벗어나는 노력을 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가설이다.
소수자의 대척점에 있는 남성교수가 마치 약자인 여성 가면을 대신 써가며 연민을 베푸는 것처럼 수업 시간에 강조해가며 이야기하는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를 물은 것이라는 가설이다. 의도가 분명하지 않다면 연민을 가장한 가스라이팅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첫째 가설은 여가부 해체를 주도해가며 여성 문제를 입틀막 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불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여성 문제를 없는 문제 취급하는 남성들에 대한 정치적 불신을 가진 학생이 쓴 코멘트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둘째, 지하 감옥 가설이다. 지금은 법적으로 여성을 공식적으로 차별하는 것이 금지되어서 옛날처럼 유리감옥에 가두어 놓고 보이게 차별하는 것이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는 가설이다. 이전에는 명확이 보이는 유리감옥 차별이기 때문에 이 차별만 넘어서면 여성도 임원이 될 수 있었고 리더가 될 수 있었다는 가설이다. 하지만 지금은 차별이 밖에서 다 보이는 차별(Suface Level Discrimination)이 아니라 분별이 불가능한 어두컴컴한 보이지 않는 감옥에서의 차별(Deep Level Discrimination)으로 숨어들었다. 지금 공부하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유리감옥이 사라진 것만 보이고 이런 지하 감옥의 모습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코멘트를 썼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셋째 파이프라인 가설이다. 이 가설은 지하감옥 가설의 연장선인데 여성리더로 차별 받은 것은 리더십 파이프라인이 시작되는 지점이 아니라 중간관리자 지점에서 시작되고 임원이 되는 마지막 지점에서 심각해지는데 아직 회사를 경험하지 못한 학생의 입장에서는 파이프라인의 초기 모습만보고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실제 기업에서 파이프라인이 심각하게 새는 모습은 여성이 리더십 경쟁을 시작하는 초기가 아니라 가족에 자녀가 생기고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돌봄의 사회화 이슈가 등장하는 중간관리자급에서 시작된다.
넷째, 세대 가설이다. 요즈음은 남성이나 여성이나 모두 집값이나 자녀 교육비를 감당해야 하고 희생해야 하는 결혼이 투자가치가 떨어지는 부도증권이자 왠만하면 피해야 할 부채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채를 자발적으로 떠 안기보다는 자기 세대가 경제적으로 먹고 사는 문제인 생존 가능성을 해결할 수 있는지가 더 시급한 이슈라는 가설이다.
각자도생으로 먹고사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세대의 범주가 성 범주보다 더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니 상대적으로 성 범주가 문제의 중심에 떠오르지 못하고 희석된다는 것이다. 초개별화된 Z세대의 입장에서는 성을 기반으로 가족을 만들고 가족과 행복하게 백년해로하는 가족은 이미 신화다. 남성 여성을 떠나 오직 개별적 각자도생의 문제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성차별과 같은 정치적 이슈는 시급한 문제가 아닌 것으로 왜곡된다. 가족이 아니라 자기 앞가림이 더 시급한 세대의 눈에는 기업에서의 성차별은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가설이다.
최근 이런 복합적 가설을 다룬 드라마가 JTBC <사랑의 이해>다. 12회 쯤에서 고졸 출신으로 차별 받고 있는 여성 은행원 안수영이 썸남인 하상수 계장에게 독백조로 하는 대사가 이들 Z세대의 복잡한 심경을 잘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모래성 쌓는 걸 좋아하던 여자애가 뭘 깨달았는지 알아요? 아무리 예쁘게 쌓아 올려도 이 안에선 살 수 없다는거. 그리고 언젠간..반드시 무너진다는거..그걸 아는데도…공들여 만들고 나면 걱정이 됐어요.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게요?…내 손으로 무너트렸어요. 그럼 마음 편하니까. 차라리 내가 무너뜨리면 망가질 순간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니까..
이런 가설은 지금 연배가 있으신 분들의 가설이어서 실제 Z세대 학생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을겁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페친 중 Z세대가 있으면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성다양성 이슈는 다양성 이슈의 중심이다. 성을 정치공학적으로 이용해서 정권을 잡는데 성공한 사람들이 성 문제가 붉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거적을 덮어놓고 입틀막을 하고 있지만 이 거적 속에는 이미 구더기가 생겨서 상처가 악화되고 있다. 누군가는 이 거적을 들춰 구더기를 직시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우리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성 다양성의 문제가 생산적으로 해결되지 못하면 초뷰카 시대의 불확실성을 창의적으로 넘기 위한 다양성에 논의는 모래성일 뿐이다.

이름 패스워드 비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