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김대남, 이종호 등등 거짓을 일삼던 허언증 환자가 나서서 거짓 세상을 진실로 믿게 만드는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을 감염시켜 대한민국을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 넣고 있다.
쿠팡에서 인기리에 방영했던 드라마 <안나>에서 주인공 안나가 리플리 증후군 환자의 역할을 연기했다. 드라마에서 안나는 일련의 각성사건을 통해 리플리 증후군을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자신을 치유하는데 성공했다.
리플리 증후군은 자신이 만든 거짓의 세상을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자신이 했던 거짓을 인정하며 자신이 과장을 일삼는 사람이라고 고백하면 사실 허언증일 뿐이지 리플리 증후군은 아니다. 리플리 증후군 환자는 거짓의 세상을 실제 진실로 믿기 때문에 자신이 거짓임이 밝혀져도 쉽게 개심하지 못한다. 거짓이 발각되자 곧바로 자신을 허언증이라고 고백한 김대남과 이종호는 허언증 환자와 리플리 증후군의 경계에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명태균은 허언증을 넘어 리플리 증후군에 더 가깝다.
리플리 증후군은 1955년 <재능 있는 리플리(The Talented Ripley)>라는 범죄 소설에서 유래했다. 리플리는 불우한 환경에 처했지만 나름 열심히 살던 사람이다. 리플리는 어느 날 재벌로부터 이탈리아에서 방탕생활을 일삼던 자신의 아들 디키 그린리프를 구슬러서 미국으로 데려오면 크게 보상을 하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이태리에 가서 디키를 만나보니 호화롭고 방탕한 생활에 질투심을 느낀다. 자신의 임무를 망각하고 자신을 깔보는 태도에 분노해 디키를 살해하고 디키의 신분을 위조해서 호화롭게 살아간다. 하지만 디키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종말을 맺는다.
리플리 증후군과 대척점에 서 있는 증후군은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이다. 리플리 증후군이 세상이 거짓이라고 규정한 것을 본인만 진실이라고 믿는다면 가면 증후군은 세상이 모두 진실이라고 인정한 것을 자신만이 진실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현상이다.
가면증후군은 1978년에 발표된 뛰어난 성취를 한 여성을 조사한 연구를 통해 소개되었다. 폴라인 클랜스(Pauline R. Clance)와 수잔 이메스(Suzanne A. Imes)가 발표한 <고도의 성취를 달성한 여성이 겪는 가면증후군 The Impostor Phenomenon in High Achieving Women: Dynamics and Therapeutic Intervention>이라는 논문이 기원이다.
가면증후군은 자신들이 성취한 것인 진실임에도 자신은 이런 진실이 거짓이라고 믿는 현상이다. 자신의 성취는 자신의 노력과 재능 때문이라기 보다는 운이나 평가주체가 잘못 평가했기 때문에 얻어진 것이어서 언제던지 사실이 밝혀져 자신의 가면이 벗겨지는 날을 두려워한다. 자신이 거짓의 사람이라는 민낯이 밝혀지는 수모에 대한 걱정이다. 실제 연구는 100명의 탁월한 사회적 성취를 한 여성을 조사했다. 이들 중 1/3이 가면증후군으로 심리치료를 받고 있었으며, 2/3도 자신도 가끔 이런 가면 증후군에 시달렸다고 고백한다. 가면 증후군은 사회적 약자의 성취를 사회가 시시각각으로 부정하는 현상 때문에 생긴다. 이들은 자신의 성취를 증명할 수 있는 사회적 근거와 지지가 없기 때문에 언제든지 원래 상태로 원복될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린다.
모두가 거짓이라고 규정한 세상을 자신만 진실이라고 믿는 리플리 증후군이나, 모두가 진실이라고 규정한 세상을 자신만 거짓이라고 믿은 가면 증후군 모두 자신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 자긍심(Self-Esteem)이 부재할 때 다른 사람들과 비교를 통해 자신을 평가하는 자존심(Over Inflated Ego or Big Ego)이 활성화되어 생긴 문제다.
자긍심은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인 자신의 존재목적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생성된다.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는 사람들만 이 이유를 실현시키기 위해 높은 목표를 세우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인공으로 나선다. 주인으로 달성해야 할 자신의 정체성을 방해하는 위험과 고난이 있어도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조금씩 실현해간다. 이런 연단의 과정을 거치면 자긍심이 높은 사람은 어떤 새로운 일을 맡겨도 자신 있게 처리할 수 있는 자기효능감(Self Efficacy)의 근력을 획득한다. 남들과 비교해서 우월성을 평가하는 자존심이 아니라 자긍심이 있다는 것은 자신이 태어난 이유인 목적을 정체성의 핵으로 정하고 이 핵을 실현한 자신의 진실을 만나는 사람들이다.
가면 증후군이나 리플리 증후군 환자가 된다는 것은 자신을 증명할 진실한 자신의 실체가 없는 사람들이 겪는 문제다. 사람들은 자신을 증명할 존재목적이 없을 때 엉뚱한 곳에서 자신을 찾아 나선다. 마치 술에 만취한 술꾼이 자신의 집 앞에서 열쇠를 잃어버렸는데 집 옆의 가로등 밑에서 잃어버린 열쇠를 찾고 있는 형국이다. 왜 여기서 열쇠를 찾느냐고 술꾼에게 물으면 가로등 밑이 밝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자신의 존재이유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자신이 열쇠를 잃어버린 내면에서 열쇠를 찾기보다는 밝은 곳을 상징하는 자신이 활동하는 사회와 친구와 동료 속에서 열쇠를 찾는 우를 범한다. 리플리 증후군이나 가면 증후군은 자신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누구나 시달릴 수 있는 질병이다. 이들의 차이는 자신의 한쪽 발을 진실의 땅에 딛고 있는지 아니면 거짓의 땅에 딛고 있는 지의 차이일 뿐이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진실을 잃어버린 사람이라는 점에서는 같은 운명이다.
뛰어난 리더의 잠재력을 가진 소수배경 사람들이 겪는 가면 증후군이나 성취지향에 감염된 리플리 증후군은 모두 대한민국이 성취와 경쟁만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이유를 잃어버리고 살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리플리 증후군은 진실이 없어도 거짓, 꾸밈, 연기로도 충분히 사회적으로 성취하고 잘사는 대한민국 엘리트의 모습이 일반 국민들에게 역할모형으로 설정되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리플리 증후군의 숙주로 나선 명태균, 김대남, 이종호의 중심에 이런 대한민국의 엘리트를 상징적으로 연기하는 김건희가 존재한다. 지금 대한민국을 흔드는 신드롬은 한 마디로 김건희 신드롬이라고 부를 수 있는 현상이다.
대한민국이 지금과 같은 리플리 증후군 스나미에 휩쓸려 거짓과 변명과 연기가 판치는 나라로 전락한다면 대한민국이 진실을 기반으로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개연성은 없다. 이번 명태균, 김대남, 이종호를 계기로 대한민국 정치에 만연한 것으로 드러난 리플리 증후군을 청소하고 진실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찾아 나서야 한다. 리플리 증후군으로 온 나라가 정체성을 잃고 헤매는 틈새를 누려 뉴라이트가 마치 주인인 것처럼 요직을 장악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진실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우리 모두 일어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