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리더십 아카데미 10회 차에는 한영수 학회 수석부회장의 목적경영에 대한 특강이 있었다. 한영수 부회장은 첨단엔프라라는 기업을 목적경영을 거버넌스 삼아 성공적으로 경영하고 있다.

특강 후 토의에 임하신 도반들께서 목적경영이 한국과 같은 산성화된 특히 중소중견 기업에서 가능하다는 사실에 많이 놀랬고 많은 질문들을 쏟아냈다.

목적경영은 신자유주의 표준 거버넌스인 대리인 거버넌스에 대안적 거버넌스다.

대리인 거버넌스는 기업의 유일한 주인을 대주주로 규정한다. 이윤이 목적인 대주주가 전문경영인과 직원들을 자신의 재산을 불리는 대리인으로 고용하고 있다고 전제한다. 결국 기업의 목적은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해서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이고 대리인들이 자기 이익에 빠져 주주를 배신하지 않도록 관리자를 고용해 촘촘한 감시 장치를 만들고 감시를 넘어 직원들이 주주를 위해 충성할 수 있게 고도화된 인센티브 시스템을 설계하고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리인 거버넌스는 기업을 이끄는 드라이버(끌개)도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고 실제 이윤을 창출하는데 공헌 사람들을 평가해서 금전적으로 더 보상함을 통해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것을 강화제로 즉 밀개로 삼는다. 대리인 거버넌스는 끌개와 밀개 모두를 금전으로 생각하는 금전 순환론이다. 대리인 이론의 인간에 대한 기본적 가정은 X이론이다.

대리인 거버넌스는 경기가 활황이던 신자유주의 시절을 대표하는 경영이론이다. 대리인 이론은 경기가 무한하게 성장한다는 가정하에 작동할 수 있는 이론이다. 지금처럼 L자 불황기가 장기화 되는 상황에서 대리인 거버넌스는 뱀이 배가 고프면 자신의 꼬리를 먹어가며 죽는 우로보러스의 희생자가 된다. 지금 대한민국도 L자 불경기가 깊어지자 양극화를 경험하고 있고 살아남은 강한 극소수가 나머지 약한 꼬리를 모두를 집어 삼키는 우로보러스가 현실로 등장하고 있다.

대리인 거버넌스가 돈을 따라 가는 순환론이라면 목적경영 거버넌스는 이런 금전 순환론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거버넌스다. 목적경영의 본질은 돈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따라가고 목적을 따라간 결과 돈이 저절로 따라오게 만드는 뫼비어스 띠의 구조다. 실제로 경기에 흔들리지 않고 100년 기업을 달성한 기업들은 신자유주의 시대에도 대리인 거버넌스가 아니라 목적경영 거버넌스를 고집해왔다.

목적경영 거버넌스는 기업이 달성하려는 목표를 왜 자신들이 주체가 되어 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경영의 존재목적이자 경영철학으로 설정한다. 금전적 목표가 드라이버가 아니라 경제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이유인 존재목적이 드라이브로 설정된다. 존재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미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여기서 얻어진 경제적 가치를 구성원에게 공정하게 분배한다. 단순한 금전적 이득을 많이 보는 것이 밀개가 아니라 공정하게 배분하는 것이 밀개다. 목적경영에서 끌개는 존재목적이고 밀개는 공정성이다. 목적경영 기업이 궁극적으로 얻는 것은 구성원들이 제대도 보상 받게 만드는 것을 넘어 공의로운 운동장이다.

목적을 끌개로 공정을 밀개로 삼아 작동하는 목적경영이 대리인 거버넌스보다 지속가능성을 창출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목표를 자신들이 주인이 되어 달성해야 하는 이유인 목적을 고객에게 약속으로 정하고 이를 실현한 기업은 돈 벌겠다는 욕심만 가지고 재무적 목표달성에 혈안이 되어 있는 기업보다 전달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더 많은 가치를 전달한다. 당연히 고객은 자신들을 대상으로 돈 버는 욕심이 최종 종속변수인 기업보다 목적경영을 실현하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서 더 많은 가치를 체험한다. 어느 시점이 지나면 두 기업은 서로 경쟁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고객이 체험한 더 많은 가치는 경제적으로 환산된다. 초과이윤이 구성원에게 공정하게 분배되는 구조여서 종업원이 회사를 떠나지 않고 헌신하는 지속가능성의 토대가 된다. 구성원들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자신들만의 가치를 담아내기 위해 주인으로 일하기 때문에 종업원을 감시하거나 독려하기 위해 과도한 인센티브를 남발하는 과정에서 초래한 관리비용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 대리인 경영자들은 매년 리셋되는 큰 재무적 목표인 시시포스라는 돌을 굴리기에 동원되고 있지만 이런 쳇바퀴 도는 감옥에 자신이 왜 갇혔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학회에서는 이런 엄혹한 기업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기업에 속해 있는 도반들이 모여 <진성 피컬 프랙티쿰>이라는 모듈을 운영하고 있다. 진성피컬은 대한민국의 기업들이 신주단지처럼 믿고 있는 대리인 거버넌스의 문제를 각성하고 하루 빨리 기업의 거버넌스의 대혁신을 위한 컨설팅 역량을 훈련하고 있다. 이들은 거버넌스 혁신의 전도사다.

목적경영 거버넌스에 대한 거시적인 논의도 있었지만 자신 삶을 경영하는 개별 경영자로서 해결해야 하는 미시적 목적경영에 관련한 다양한 문제도 토의되었다.

개인 종업원이나 개인 사업자의 경우는 목적은 엄현히 사적 영역이다. 종업원은 자신이 달성해야 할 목표를 달성하는데 이런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달성한다는 것을 회사에 보고하고 공인 받을 필요가 없다. 자신이 자율권을 가지고 운용할 수 있는 일과 책임의 범위를 가늠해 울타리로 만들고 울타리 안에서 달성해야 할 목표를 왜 달성해야 하는지 이유를 세워 사부작 사부작 달성한다. 어느 시점에는 목적에 대한 생각없이 목표달성에 혈안이 되었던 동료들과 비교할 수 없는 차별적 성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목적을 공개해가며 윤리적으로 동료들을 재단하는 것은 개인이 십자군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고 이런 전쟁은 반드시 패배한다.

단순히 목표를 위해 시시포스 돌굴리기로 동원되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연동해서 목표를 달성하는 노력이 일정 기간 지속되면 차별적 성과가 나기 시작하고 이런 성과를 벤치마킹하려는 동료가 나타나면 그 때 목적에 대한 내러티브가 있었음을 고백하고 소개하면 된다. 이런 목적에 대한 내러티브가 어느 정도 받아들이면 목적을 공개하고 팀과 사업부 수준에서 미래에 달성해야 할 약속으로 공식화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십자군 전쟁을 피하고 자신의 울타리 안에서 조용히 사부작 사부작 목적의 밀알을 심어서 목적이 담긴 과실을 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경기가 좋을 때 만들어 놓은 목적을 홈페이지에 묻어 놓고 장사 지내고 있다. 홈페이지는 목적의 무덤이다. 이런 목적의 무덤이 파헤쳐지고 해체되지 않은 한 기업에서 다시 목적경영을 시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산성화된 기업에서 개인이 성과를 내기 전에 목적을 공개하고 십자군 전쟁을 벌인다면 사살 당하는 것은 본인이다. 자신을 바위에 계란 던지기로 희생시킨 것이다.

리더십 포비아는 산성화된 리더십 토양을 상징한다. 대부분이 대리인 거버넌스에 경도되어 목적을 드라이버이자 약속으로 내거는 리더가 핍박을 받고 제거되었다. 와중에 시대가 바뀌어 리더가 리더십에 대한 모범적인 답이 되기 보다는 부채로 굳어졌다. 지금은 리더십에 대해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경향인 리더십 포비아가 뉴노멀이 되었다. 리더십 포비아는 리더가 다시 답이 될 수 있음에 대한 증명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와 달리 초뷰카 시대는 답이 없는 시대이고 결국 진성 리더로 불리는 사람들이 답이 없는 상황에서 가설적 답을 제시하고 이 답이 진짜 답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전사로 나서야 한다. 진성도반들은 자신의 삶을 통해 리더십이 답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전사로 나서야 하는 책무가 있다.

목적경영의 맥락에서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토의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리더로 일어선 순간과 리더로서 개입이 끝나는 정산의 순간에 만든 성공 그래프가 우상향의 기울기를 가지고 있는지로 평가한다. 우상향의 그래프를 그렸다는 것은 본인이 목적으로 약속한 약속이 실현되어 정산할 시점에는 자신이 세상을 다녀감으로 만들어진 변화가 단단한 현실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우상향의 그래프를 만든 사람들에게 목적에 대한 약속은 삶의 씨줄이다. 이 씨줄이 잠자는 정신을 깨워 일으켜 세웠을 것이고, 산성화된 마음도 달궜을 것이고, 몸도 일으켜 세웠을 것이다. 목적에 대한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정신, 마음, 몸이 서로를 분절시키지 않고 하나로 온전하게 통합된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진성도반들은 목적을 중심으로 몸, 마음, 정신이 온전하게 통합된 상태로 삶을 살아가는 충만함(Engagement)을 향유한다. 개인적으로는 진성리더라면 이런 충만함과 온전함으로 약속을 지킨 사람의 대열에 올라서는 것이 잘 사는 것으로 생각한다. 역량을 기반으로 거래적 계약만을 충실히 이행하는 사람을 넘어서 자신 목적에 대한 약속에 서약하고 이를 죽을 때까지 실현한 서약적 삶을 사는 모습이 진성도반들이 염원하는 잘 사는 사람의 모습일 것이다.

목적은 나침반의 진북에 비유된다. 진북은 매년마다 조금씩 이동하기 때문에 지구에 발붙이고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자신이 정한 목적은 가설적 목적이다. 이런 이동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존재목적에 대한 믿음도 세상의 흐름에 따라 다시 해석해보고 개정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또한 현재는 끊임없이 미래를 향해 상승하고 있어서 변화한 현재에 대한 자신의 체험이 반영되어 목적이 업그레이드 될 수 있게 끊임없이 재해석 되어야 한다. 진성리더십에서는 떨림을 멈춘 나침반은 죽은 나침반이다.

자신이 목적에 대해 서약을 했어도 이 목적을 실현시키는 고난 앞에서 포기한다면 목적에 대한 맹서는 물거품이 된다. 목적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모든 고통은 넘어야 할 이유가 있는 고통이기 때문에 고통 앞에서 쓰러져도 일어서고 다시 쓰러져도 일어서는 마음이 자신에 대한 Self Compassion의 원천이다. 자신의 마음도 열지 못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고난과 아픔을 이해하고 공동의 목적을 이들 마음에 심을 방법이 없다.

모든 변화는 사람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목적이 변화의 씨앗이라면 주변 사람들의 마음은 씨앗이 심어질 밭이다. 리더가 약속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넘어졌는데도 일어서고 또 넘어졌는데도 일어서고 또 넘어지고 일어서는 모습을 지켜본 구성원들은 측은지심을 느끼게 되고 결국은 자신의 마음의 밭의 한 구석을 내어준다. 이런 과정이 없이 진행된 모든 혁신과 변화는 허상이다. 우리의 삶에 대한 목적 내러티브가 아무리 훌륭해도 자신을 도와줄 사람들의 긍휼한 마음을 열지 못한다면 소극적 삶의 개선을 넘어서 자신을 중심으로 근원적 변화가 실현될 개연성은 없다.

2025년 6월 5일 늦은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