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3일 발표된 출구 조사는 특정 세대의 결집된 의지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40대와 50대에서 이재명 후보의 예측 득표율은 70%에 육박하며, 이는 단순한 지지를 넘어선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

이 견고한 지지 현상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4050 세대는 소수의 엘리트 운동권이 탑다운으로 주도해 만든 근대적 민주화 운동의 물꼬를 이어받아 한국 현대사의 격랑을 온몸으로 통과하며 사회의 각 영역에 풀뿌리로 정착시킨 첫 세대다. 삶의 주인으로 다져온 특유의 주체적 근력이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이 상징하는 가치 및 서사와 정확히 공명했다.

X세대로 일컬어지는 4050 세대의 정체성은 어른들이 하라는 것은 사사건건 반대하고 나서는 소위 말해 반골세대이자 탈권위주의 세대다. 하지만 선배인 베이비 붐 세대의 시각이 아니라 이들의 내재적 시각에서 자신들의 특성을 다시 풀어 쓰면 4050 세대는 ‘자신의 삶을 통해 주체적으로 민주를 담금질해낸 세대’로 요약할 수 있다.

청년기에는 군부 권위주의 붕괴 이후 정치 민주화가 확대되는 과정을 직접 목격했다. 이들은 87년 터진 정치 민주화의 물꼬를 사회와 직장에 이입해 최초로 삶의 영역에서 민주가 뿌리내리도록 실험한 세대다. 정치적으로는 7080 학번에서 보인 소수 엘리트 운동권의 기조와는 달리 촛불혁명과 같은 시민주도 정치 변화의 주체였다. 이들은 아래로부터의 풀뿌리 민주화 운동을 통해 사회의 각 영역에서 ‘불의에 저항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집단적 효능감을 학습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는 IMF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재난 속에서 각자도생의 치열함을 겪었고, 한창 경력을 쌓던 시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돌파해야 했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사랑하는 동료와 가족들을 떠나보냈고 이들 가족의 상주였다.

이 과정에서 4050은 세 가지 핵심 DNA를 체득했다. 첫째는 자기 책임의 원칙이다. 스스로가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 살지 않는다면 누구도 자신의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는 현실에 대한 각성 속에서, 이들은 현재 가계와 사회의 경제를 떠받치는 실질적 주체로 성장했다. 그렇기에 국방, 납세 등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유전자 복권’과 같은 특권에 기대어 설렁설렁 사는 기득권층과 이들 세력이 확장된 카르텔층에 대한 본능적인 반감이 깊다. 둘째는 집단적 효능감이다. 이들은 촛불혁명과 박근혜 탄핵을 통해 밑으로부터 시작한 집단적 효능감을 경험했다. 2002년 월드컵의 거리응원과 국민이 하나가 되어 극복한 IMF도 집단적 효능감을 제공했다. 이들은 7080 학번 운동권에서 보인 소수가 주체가 되고 나머지는 따르는 엘리트 운동권에서 보이는 뿌리 깊은 학벌주의를 배격한다. 셋째는 현실주의적 문제 해결 능력이다. 이들에게 위기는 좌절의 동의어가 아니라,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 생존하고야 마는 훈련의 과정이었다. 부동산 폭등, 교육 불평등, 심화되는 양극화는 이들에게 세상을 한탄할 대상이 아니라,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인식된다.

4050의 스스로가 삶의 주체로 서려는 세대 경험 위에 이재명 후보의 개인적 서사와 정치적 메시지가 정확히 포개졌다. 4050 세대에게 이재명은 ‘우리와 닮은 사람’이라는 강력한 동질감을 불러일으켰다. 소년 노동자에서 시작해 온갖 역경을 딛고 최상위 리더가 된 그의 자수성가 스토리는, 기득권의 카르텔 바깥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스스로의 삶을 책임져 온 4050 세대의 ‘주체적 삶의 궤적’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는 단순한 정책 지지를 넘어 ‘내 마음을 아는 사람’이라는 깊은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재명 후보가 내세운 ‘실용적 진보’와 ‘강력한 추진력’도 4050 세대가 체득한 가치와 부합했다. 이념적 구호나 보여주기식 정치가 아닌, “그래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현실적 질문에 집중하는 그의 화법은 4050의 언어와 동일하다. 복잡한 현안을 단순 명료하게 설명하고, 기득권의 저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는 ‘책임 회피’와 ‘무능’을 혐오하는 이 세대의 열망을 정확히 대변하는 것이었다.

4050 세대의 지지는 맹목적이지 않다. 이들은 아날로그 시대의 신문, 방송과 디지털 시대의 유튜브, 소셜 미디어를 능수능란하게 넘나들며 정보를 교차 검증하고 스스로 의제를 설정하는 ‘정보 프로슈머(Prosumer)’ 세대다. 이들은 정제된 언어 뒤에 숨은 의도를 파악하고, 과도한 자기방어나 책임 전가에 기민하게 반응한다.

이재명 후보는 이러한 4050의 정보 소비 행태를 간파하고, 전통 미디어를 우회하는 직접 소통 전략을 구사했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정책을 직접 설명하고 비판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날것 그대로의’ 소통 방식은, 꾸밈없는 진정성과 문제 해결에 대한 자신감으로 비쳤다. 이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맥락을 파악하려는 4050 세대의 ‘정보 판독력’과 맞물려 ‘믿을 수 있는 후보’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시대 정신이 된 주체적 삶(민주)의 근력

결론적으로 4050 세대의 압도적 지지는 특정 정책에 대한 단편적 동의가 아니다. 이는 수십 년간 한국 사회의 격변기를 온몸으로 관통하며 다져온 ‘권위에 저항하며 주체적으로 사는 삶의 근력’이라는 세대적 자산이 이재명이라는 정치적 상징을 만나 폭발적으로 발현된 현상이다.

누군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강한 주체성, 불공정과 무책임을 거부하는 집단적 정의감, 그리고 현실의 문제를 돌파하려는 실용적 열망이 그를 시대의 과제를 해결할 가장 적합한 대리인으로 선택하게 한 것이다. 이 단단한 ‘주체적 삶을 위한 근력’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소멸할 아스팔트 보수를 넘어서서 향후 이재명 정부의 국민주권을 다시 찾는 여정에 가장 강력한 순풍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4050이라는 삶의 진정성을 추구하는 건강한 보수의 탄생을 목격했다. 이들은 아마도 유전자 복권이 만들어준 낡은 세대를 대표하는 윤석열과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유전자 복권 당첨자 이준석 류의 엘리트 특권층, 학벌주의 7080 좌파 엘리트 운동권과 이들이 내세우는 권위주의와 연대한 권력 카르텔 세력에게 신동엽 시인의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는 시를 들려줄 것이다. 이들은 우파든 진보이든 알맹이가 텅비어 껍데기만 남은 자들이 있는 권위 없는 권위를 내세워가며 자신들에게 명령하는 상황을 지극히 혐오한다. 이들은 좌파 우파를 떠나 국민 개개인이 주인으로 대우 받는 진정한 민주의 세상을 열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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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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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醮禮廳)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漢拏)에서 백두(白頭)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