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박사는 학부에서는 화공학을 전공했는데 박사는 문화인류학을 공부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박준영 박사는 (사)#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회장 #이창준) 산하 #진성리더십 아카데미를 수료한 #진성도반이기도 하다.

『한국 반도체의 미래 3년』에서 박준영 박사는 문화인류학적 시각으로 삼성반도체의 위기와 가능성을 분석했다. 언어는 엔지니어의 언어지만 삼성전자의 내재적 시각을 살린 민속방법론(Ethnography)의 방식으로 문제를 접근했다. 민속학은 특정 문화나 사회 집단을 오랜 기간 직접 참여 관찰하며 그들의 생활 방식, 관습, 신념 등을 최대한 내재적 시각으로 접근해 질적으로 기술하는 연구 방법이다. 민속학은 주로 현장에 연구자가 직접 머물며 문화 전반을 같이 경험하고 최대한 내부인의 입장에서 기록하는 데 방점을 둔다. 저자는 10년간 반도체의 현업에 있었고 다른 10년도 반도체에 관련된 강의와 컨설팅에 종사한 만큼 충분히 내재적 구성원의 입장에서 삼성전자 및 반도체의 문제를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저자가 판단한 삼성전자의 위기는 세 꼭지다. 첫째 리더십에 관한 문제, 둘째,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인 수율 문제, 셋째가 회사가 생태계가 아닌 독립적 섬처럼 사업하는 문제다.

첫째는 기술을 모르는 경영자가 반도체 산업을 수직적으로 통제하려는 통제 중심 리더십이 파생시킨 문제다. 세상이 더 수평화되고 분절화 되고 있음에도 메모리 일등을 넘어 종합반도체 회사를 해서 모든 부분에서 초격차를 통해 일등을 하겠다는 잘못된 일등에 대한 집착이 반도체, 디지털, AI로 진화하는 세상을 놓쳤다. 삼성의 고질적인 문제인 자율보다는 관리의 삼성이 문제를 키웠다.

둘째는 수율과 관련된 문제다. 기술을 알고 있는 현업 엔지니어들에게 모든 전권을 넘기고 이들이 협업하는 구조인 기술 리더십을 행사할 경우 수율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관리의 리더십으로 자동화된 시스템을 만들어 통제하겠다는 전체주의적 생각이 현장의 기민성을 놓쳤고 결국 수율을 달성하지 못했다. 경쟁자인 TSMC는 장비 내재화, 기술 협력, 수평적 조직 운영을 통해 수율과 품질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또한 삼성이 수율을 달성하지 못한 이유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기술을 협업으로 이끄는 현장의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놓쳤다. 기술이 아무리 중요해도 이 기술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이 기술 위에 서게 만드는 리더십이 기술이 제대로 가동되게 만드는 핵심이다. 현장의 오퍼레이터, 생산기술자, 설비 엔지니어들이 존중될 때 이들은 마음으로 협업하고 한 마음으로 협업할 때 결국 수율도 달성된다. 이들 현장 전문가들이 인간으로 존중될 때 이들 기술이 합해져 수율이 달성된다. 고된 노동에만 의존하는 문화에서 벗어나, 현장 숙련자 중심의 수평적 소통과 문제 해결력을 중심에 두어야 함에도 표준화된 종합 기술로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기술 중심의 전체주의적 사고가 문제해결력을 가진 기술인력의 수율을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막았다.

마지막이 반도체의 생태계를 육성하지 못한 문제다. #초격차 를 외쳐가며 삼전 반도체를 중심으로 내달리는 바람에 을에 해당하는 공급망에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역량이 저평가되고 실제 기술 내재화는 아주 취약한 상태에 도달했다. 반면 TSMC는 모든 협력사를 ‘TSMC Family’라 부른다. TSMC는 최소한 협력사를 경쟁자가 아닌 공동의 목적을 실현할 스파링 파트너로 삼고 있다. 반도체는 혼자 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소재, 장비, 팹리스와의 긴밀한 동맹 없이는 수율도, 품질도, 타이밍도 맞출 수 없다는 점을 TSMC는 알고 있다.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선 공정한 거래, 기술 협력, 중소기업 R&D 생태계를 살려내야 한다. 초격차는 생태계 전체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플러스 섬 개념이 아니라 삼전 반도체가 사업 대분분을 주도하고 큰 파이도 가져가겠다는 제로 섬 개념이다. 초격차 개념을 버리지 못하면 삼성반도체의 미래도 없다.

저자는 2027년까지 이를 한국 반도체 산업의 ‘골든 타임’이라 부른다. 3년에 걸친 전략 로드맵도 제시되었다. 첫 해에는 조직문화와 리더십 전환, 두 번째 해엔 기술 인재 양성과 권한 분산, 마지막 해엔 생태계 개선과 정부의 전략적 투자 유도를 강조한다. 무엇보다 기술 중심 리더십, 사람 중심 조직, 협력 중심 생태계라는 3대 전환을 요구한다.

2024년 AI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HBM의 품귀 현상이 반도체 메모리 시장의 판도를 바꾸었다. 1993년이후 삼성이 30년간 지켜온 메모리 반도체의 세계 1등이라는 승리에 도취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일등회사로 초격차를 만들겠다는 잘못된 비전을 설정했다. 결국 자신의 가진 기술로 세상의 표준을 좌지우지 하려다 무너진 공룡기업 인텔과 비슷한 운명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반도체에게 기회가 있을까? 박준영 박사는 온건하게 가능성을 이야기하지만 본인 생각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물론 본인도 기회가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이런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삼성 패러다임의 근원적 변화가 요구된다. 근원적으로 변화하겠다는 생각 없이 문제를 고식적으로 해결하려 시도할 때 삼성은 길 잃은 회사가 될 것이다. 세상이 흘러가는 방향과 무관하게 일등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잘못된 기술 비전이 잘못된 기술 투자를 이끌었다. 그동안 세상은 삼성 기술이 바라는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초격차로 일등을 하겠다는 생각에 몰입하는 동안 세상의 기술이 전개되는 방향을 놓쳤다. 초격차로 일등하기 위해 아무도 따라오지 않는 고립될 운동장에서 혼자 뛰는 회사가 되었다. 초격차와 일등주의는 신자유주의 시대 패러다임이다. 초격차와 일등주의에 몰입하는 동안 세상의 새 변화에 맞춰 비지니스를 재편할 수 있는 통찰력과 기민성을 잃었다.

박준영 박사의 생각대로 삼성 반도체에 기회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중요한 건 속력이 아니라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라는 존재목적이 있는지의 문제이다. 초격차로 혼자 일등하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삼성반도체가 돈을 버는 이유말고 왜 사업해야 하는지 존재목적을 각성해 구성원, 고객, 협력업체, 생태계의 심금을 울리지 못한다면 삼성반도체의 운명도 여기까지다. 삼성의 초격차 철학에는 기술 리더십에 대한 심각한 오해를 담고 있다. 기술도 ‘마음가짐’을 통해 진화하고 고객과 세상의 마음을 울려가며 이들 마음 속에 뿌리를 내릴 때 살아난다. 기술 리더십의 본질은 기술 위에 사람이 설 수 있게 기술을 통해 플랫폼을 만들어 주는 것이지 기술 밑에 사람을 두고 통제하는 리더십이 아니다. 기술을 통해 인간을 도구 삼아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삼성 반도체를 맹인으로 만들었다. 세상의 흐름과 거꾸로 가는 기술을 앞세운 초격차는 설국열차일 뿐이다. 삼성 반도체는 너무 빨리 초격차를 외쳐가며 혼자 내달리다 영혼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했다. 영혼이 거세된 일등주의는 고객이 제일 먼저 토해낼 것이다. 노키아, 모토롤라, 인텔의 몰락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에서 초격차 가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초격차 기술을 통해서 초뷰카 세상에 어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물었어야 했다. 삼성반도체가 지금이라도 기술 리더십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방향을 전환한다면 삼성반도체에게도 기회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