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기업의 변화경영(지식노마드)>에서 근원적 변화를 육각형의 얼음을 더 멋진 별표 모양으로 만드는 과정에 비유해서 설명했다. 육각형의 평범한 얼음을 별 모양의 얼음으로 만들면 첫째 육각형의 얼음을 녹여야 한다. 둘째는 이 녹인 얼음물을 담을 수 있는 별표모양의 틀을 만들어 여기에 부어야 한다. 마지막은 별표모양의 얼음이 자연스러운 상태가 되도록 냉동실에 넣어 다시 굳혀야 한다.

백년기업의 변화경영에서는 녹이고 새롭게 만드는 대상을 행동이나 습관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보고 이해하고 행동에 대한 전략을 만들어내는 정신모형으로 규정한다. 즉 근원적 변화를 위해서는 과거의 정신모형을 녹이고 새로운 정신모형을 만들고 이 정신모형의 토양에 새로운 행동이 습관으로 자라도록 도와야 한다. 행동과 습관이 아니라 정신모형의 변화과정으로 근원적 변화를 설계하고 실현시키는 이론이 <신레빈이론>이다.

<신레빈이론>을 평면적으로 받아들이면 오해가 생긴다. 과거의 정신모형을 녹이는 것을 과거를 모조리 없애는 것으로 생각하는 오해다. 과거의 정신모형을 녹인다는 것은 과거를 현재에 맞춰 다시 부활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과거를 부활시켜 오래된 새길을 만들어 현재에 접속시키는 작업이 과거의 정신모형을 녹이는 작업의 본질이다. 일신우일신에 대한 태도가 과거를 제대로 살려내 현재로 부활시킨다.

새로운 정신모형을 만든다는 것은 과거를 제대로 녹여 이것을 날줄로 삼고 미래를 현재로 가져와 씨줄로 삼아서 현재라는 운동장에 새로운 뉴노멀을 볼 수 있는 정신모형의 지도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근원적 변화는 과거를 부활시켜 만든 날줄과 미래의 씨줄을 직조해 만들어낸 정신모형의 비옥한 토양에 맞춰 새로운 행동과 습속을 길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는 정착된 습관이기 때문에 몸이고, 변화된 미래는 상상하는 머리이고, 현재는 변화하고 싶은 마음을 구성한다. 몸을 구성하는 과거를 소외시킨 머리와 마음간 연합군에 의해 주도되는 변화는 반드시 실패한다.

뇌과학에서 산출한 연구결과도 비슷하다. 치매로 과거가 지워진 사람들에게는 미래의 비전을 상상해낼 수 있는 능력도 사라진다.

국힘당에서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혼란도 과거를 주도하는 핵인싸와 미래를 이입시키려는 사람들간 싸움에서 파생되었다. 서로를 맹목적으로 지워 주도권을 쟁취하려는 세대간 힘 겨루기다. 정치공학 선수들이 모여서 당을 말아 먹고 있는 셈이다. 정치공학자들이 득세할수록 당에 과거의 기득권과 미래의 청년들간의 새로운 운동장을 직조해내는 협업 능력은 사라진다. 국민은 미래로 단절된 청년, 과거만 주장하는 기성간 피터지는 세대 전쟁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청년과 기득권이 머리를 맞대 새로운 정치지도를 직조해내는 능력을 기대하고 있다.

청년과 기성간이 서로를 밀어내는 정치 싸움인 세대교체라는 용어가 정치에서 사라진 나라가 제대로된 성숙한 시민국가다. 국힘당이든 민주당이든 세대간 세 싸움으로 서로를 밀어내는 세대교체가 아닌 세대간 협업을 통해 더나은 차이를 생성해내는 세대교차가 뉴노멀인 정치를 기대해본다. 세대라는 말자체가 정치적 용어 사전에서 사라지는 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그만큼 성숙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