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운영하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이 분이 사업에 대한 명료한 전략적 의도를 가지신 분인지 아닌지를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사업을 시작하시는 분들 중 전략적 의도를 가지신 분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에 놀란다. 더 놀라운 사실은 대기업의 전문경영자들 중에서도 살아남고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을 전략적 의도라고 착각하는 분들이 많다는 점이다. 시대에 울림이 없는 시대착오적 의도를 의도라고 주장하거나 실제 아무런 전략적 의도없이 비즈니스를 시작한다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을 채워넣는 작업처럼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지만 성과로 연결되지 못한다. 이런 경영자 밑에서 일하는 구성원은 시지프스 돌굴리기 형벌에 처해진다.

전략적 의도란 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업의 개념과 사업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비지니스 모형과 이 사업을 왜 해야하는지를 설파할 수 있는 도발적 사명이 정렬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업의 개념없이 사업에 뛰어들다보면 일 속에 숨어 있는 맥락을 볼 수 있는 안목을 잃게 된다. 사업 속에 숨어 있는 문제와 고객에게 내재된 고통을 긍휼감을 가지고 접근하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사업을 통해 새로운 개념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져 나름대로 가성비가 버텨주는 기술로 몇년 버티다 더 나은 경쟁자가 나타나면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전략적 의도가 없는 비지니스 모형의 문제는 이 모형을 진화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형은 이런 사업이 될 것인지 아닐 것인지를 파악하는 초기값을 알아내는 도구로 사용해야 하는데 어쩌다 사업이 되기 시작하면 비즈니스 모형을 진리나 되는 것처럼 신뢰하는 우를 범한다. 이런 비즈니스 모형의 믿음에 갇히면 사업은 쇠퇴하기 시작한다. 비즈니스 모형은 업의 개념을 구현하기 위한 전략적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완성이 안된 프로토타입으로 생각하고 끊임없는 진화과정 속에 집어 넣어야 한다. 전략적 의도가 사라지면 전략의 수단에 해당되는 비지니스 모형을 전략이라고 착각해서 목적과 수단을 전치시켜 회사를 무너트리는 우를 범한다.

마지막으로 전략적 의도 축을 구성하는 것이 반역적이고 도발적 사명을 가지고 있는지이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모래 사막에서 길을 찾아가는 과정과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서 비즈니스의 사명은 길을 찾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지금과 같은 L자 경기 시대에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은 기업들이 모두 힘들어서 모두 진흙탕에 누워 있는 형국이다. 고객이 비슷한 사업을 벌이다가 기력이 달려 누워 있는 회사 중 일부를 일으켜 세우기로 작정했다면 목적을 의도로 장착하지 않은 기업들을 살려내지는 않을 것이다. 제품과 서비스의 질이 같다면 자신이 왜 진흙탕을 딪고 일어나야만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가지고 사업하는 회사를 선택적으로 일으켜 세울 것이다. 자신의 존재목적을 소구할 수 있는 전략적 의도를 가진 기업들을 선택적으로 일으켜 세울 것이다. 지금은 모든 것이 동일하다면 존재목적을 전략적 의도로 장착한 기업들만 지속가능성을 향유할 수 있는 세상이다.

전략적 의도의 화룡점정의 이 세가지가 정렬되어 있다는 점이다. 초보자들은 업의 개념없이 돈이 되는 일이라면 다하는 사람들이다. 중급의 사업가들은 세련된 비즈니스 모형을 만들어서 여기에 목숨을 거는 학자 스타일의 사람들이다. 교수가 사업을 하고 주식에 투자를 하면 안 되는 이유는 자신의 모형에 갇혀 살기 때문이다. 최고의 사업가는 시대가 흐르는 공진화의 지평을 이해하고 이 공진화의 지평에 자신의 비즈니스를 끼워넣을 수 있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을 이끄는 기업가는 업의 개념을 통해 하고 있는 일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다른 개념으로 통찰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형을 지속적으로 진화시키고 이 진화를 통해 도달해야 할 목적지에 대한 반역적 사명으로 무장하고 구성원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세가지가 정렬된 상태로 사업을 하는 사람들만이 적어도 사업으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었다. 적어도 전략적 의도를 가지고 사업을 하려고 노력이라도 한다면 그렇게 쉽게 사업이 무너지는 상황은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위기는 성장이 가능했던 시기의 유산인 신자유주의에 따라 큰 목표를 세우는 것을 전략이라고 생각하고 지금 시대에 맞는 전략적 의도를 공진화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지금처럼 모두가 어려운 시대에 울림을 창출하는 전략없이 전략적 모호성을 가지고 사업을 한다는 것은 모든 자원을 소모해서 회사를 더욱 기진맥진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략적 의도가 없는 경영자에게 회사를 맡긴다는 것은 시각장애인에게 회사차를 운전하도록 맡기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