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부조리에 직면한다. 부조리는 자신이 규정하는 상식과 비상식의 충돌이다. 자신은 이것이 상식이라고 믿고 살아왔는데 막상 상식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부조리다. 부조리에 저항해보지만 대부분은 날개없이 추락한다. 날개없이 추락하기 때문에 심각한 멀미와 구토에 시달린다. 부조리는 나의 상식이 세상의 상식과 충돌해서 자신이 추락하는 경험이다.

삶에 멀미를 가져오는 상황은 대체로 다음 세 가지 경우다.

첫째, 걸어갈 때 분명히 단단한 땅이라고 믿고 발걸음을 내딛었는데 누군가가 거적을 덮어놓은 함정인 경우다. 이 경우 일방적으로 함정으로 굴러떨어질 수 밖에 없고 굴러떨어짐과 추락은 멀미와 구토를 유발한다.

둘째, 조수석에 앉아 있는데 운전자가 곡예운전을 할 때이다. 아니면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넘을 때 조수석에 앉아 있는 경우다. 이처럼 자신의 몸으로 상황을 통제하지 못할 때 멀미와 구토를 경험한다. 운전자는 별다른 구토와 멀리를 느끼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인의적으로 만들어 놓은 높은 구름다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이다. 아니면 높은 전망대 꼭데기에서 유리로 아래의 전경을 내려다볼 때이다. 구름다리나 높은 곳에 마련한 인의적인 유리창으로 볼 때는 멀미와 구토를 느끼지만 높은 건물 옥상에 올라서서 전경을 보거나 정상에서 경치를 볼 때 구토와 멀미를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첫번째의 경우는 끊임없이 융기하는 세상의 지평을 따라잡지 못할 때 생긴다. 예를 들어 세상은 기술적 진보과 제도의 발전을 통해 끊임없이 더 높은 곳을 새로운 운동장으로 만들어낸다. 뉴노멀이 제시되고 뉴노멀이 대부분 사람들의 상식으로 받아들어질 때 세상은 딱딱한 현실인 노멀이 된다.

세상의 상식 지평이 이미 이동했음에도 자신만 이 사실을 모르고 살아갈 때 마치 자신을 중심으로 주변이 융기해서 싱크홀에 갇히는 경험을 한다. 싱크홀에 갇혀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한 믿음으로 걸음을 옮기지만 자신이 발견한 땅은 사라져버린 허공일 뿐이다. 끝없는 추락을 경험하고 구토와 멀미에 시달리다 삶을 마감한다. 이번 민주당의 선거패배도 결국 융기한 지평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지지자들을 싱크홀로 몰아세운 결과다. 국힘당의 성공은 뉴노멀로 융기한 세상을 발견해서 제대로 처신한 것이 아니라 먼저 가던 민주당이 싱크홀로 떨어지는 것을 목격하자 멈춰선 행운아들일 뿐이다. 둘 다 대한민국의 지평이 융기되고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21세기를 살고 있는데 정치가들이 조선시대의 갓을 쓰고 조선시대 이야기를 하고 살고 있다고 가정해보라. 기업도 마찬가지다. 융기하는 경영환경의 지평을 이해하여 자신을 업스킬링시키거나 리스킬링 시키지 못하면 결국은 회사를 싱크홀로 굴러 떨어지게 만든다.

둘째로 느끼는 구토와 멀미는 세상은 변화가 상수인 세상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세상의 길은 모두 고속도로의 주행이 아니다. 기회가 있는 좁은 길은 항상 곡예운전을 해야하는 구불구불한 고갯길이다. 고갯길이 삶의 상수로 다가오는 세상에서 운전대를 남에게 맡기고 사는 삶이 멀미와 구토를 유발한다. 삶이 직선 고속도로를 달릴 경우는 조수석에 앉아서 주변 경치를 감상하는 것이 최적의 상황이겠지만 우리에게 기회와 위기를 가져다 주는 삶은 고속도로와는 무관한 구불구불한 고갯길이다. 삼인칭 관객이자 객체로서의 삶을 벗어나 일인칭 주체가 되어 자신의 삶의 운전대를 다시 찾아오지 못한다면 멀미와 구토는 벗어날 수 없다.

세번째 높은 구름다리에서 경험하는 구토와 멀미는 삶의 균형을 잃고 날개 없이 추락하는 경우이다.

삶을 구성하는 것은 다양한 요소가 전체를 위해 직조되어 만들어진다. 이런 다양성을 향해 공진화하는 현실을 무시하고 자신이 중시하는 한쪽 면만을 현실이라고 주장하고 이런 생각에 맞춰 행동할 경우 높은 구름다리에 떠있다 균형의 날개를 잃고 추락하는 삶을 경험한다. 다면적 삶이 직조되어 만들어지는 삶의 균형을 읽지 못하고 자신이 믿거나 공부해온 한쪽으로만 왜곡된 현실을 현실이라고 믿고 비현실적으로 높은 곳에 구름다리를 만들어 놓고 사는 삶은 지독히 위험한 삶이다.

세상은 지금 있는 현실을 날줄로 삼고 자신이 생각하는 미래를 씨줄로 삼아서 새로운 태피스트리를 직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남들과 세상의 삶을 날줄로 삼지않고 자신의 씨줄만을 주장해가며 사는 삶은 높은 곳에 구름다리를 만들어 놓고 구름다리 위를 걸어가는 상황을 연출해서 구토와 멀미를 유발한다. 세상이 움직이는 방식은 기술과 가치가 서로 직조되어 만들어짐에도 기술만을 강조하는 초격차를 주장하거나 현실과 먼 가치만을 강조하는 인문학을 주장하는 도인처럼 산다면 모두 비현실적 구름다리에서 구토에 시달리는 삶을 벗어나지 못한다. 가상의 게임세상에서 벗어나지 못해 현실 세상의 눈을 잃는 것도 대표적 케이스이다. 진보만이 진짜 정치이라고 주장하거나 보수만이 정치라고 주장하는 정치가들도 구름다리 위에서 곡예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자신이 공부한 심리학이 모든 세상을 다 설명할 수 있다고 믿거나, 사회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사회학인 삶만을 삶이라고 주장하거나, 자신의 학문인 경제학자, 경영학으로 본 세상만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전문가 학자들의 삶은 대표적으로 균형이 무너진 구름다리의 비현실적 삶일 뿐이다. 이들은 자신의 삶이 마치 통찰력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눈뜬 장님의 삶을 벗어나지 못한다.

피쩨랄드는 가장 자유롭고 창의적인 삶은 사람들이 제시한 충돌되는 논리적인 주장들의 한쪽에 빠지지 않고 이 충돌되는 다층을 엮고 엮어서 새롭게 제시되는 미래 세상으로 직조해낼 수 있을 때라고 조언한다. 단순 균형을 넘어서 더 높은 곳에 통합해 세상을 다시 직조해낼 수 있는 사람이 구토와 멀미를 넘어 가장 자유롭고, 창조적인 삶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는 제안이다. 운동장을 더 높은 곳으로 옮기지 않고 이미 충돌한 가치들을 정치적으로 규합해 같은 운동장 같은 수준에서 다시 균형을 잡을 수는 없다는 점을 제안한 것이다.

추락하는 모든 것은 날개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