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진성리더 발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에 계신 HR/IR 담당 임원분들과 같이 저녁을 먹어가며 이분들의 고민을 들었다. 요즈음 이분들이 가진 최고의 고민은 회사의 대다수를 채우기 시작한 밀레니얼 세대에 관한 것이었다.
이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의 회사에서 밀레니얼과 관련해 가장 큰 압박으로 느끼고 있는 것은 이들은 회사에 들어오자 이직을 결심한다는 것이다. 경기가 어려워서 실질적으로 이직을 감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는지 몰라도 이들은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마음 속으로는 이미 회사를 떠나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밀레니얼들의 높은 이직의도는 인사담당 임원들 등 뒤에 올라타서 임원들을 괴롭히지만 쉽게 떼어낼 수도 없는 원숭이이다. 이직비용을 관리하는 문제도 문제지만 이와 관련된 더 심각한 조직의 문제가 여기에서 파생된다는 것이다.
밀레니얼의 높은 이직의도는 기업의 수준과 처우와는 다른 문제라고 진단했다. 설사 어렵게 밀레니얼들이 선망하는 대기업에 입사해도 이들은 똑 같은 이직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직의도를 가지고 있는데 이직을 못하는 밀레니얼들은 자신의 업무나 회사 일에 미지근한 태도를 보일 수 밖에 없다. 가장 활기차게 일해야 하는 젊은세대가 역으로 자신의 마음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어 불을 끄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이들의 이직의도를 불식시키고 회사에 마음 붙이게 만드는 인게이지먼트 작업은 HR이 가장 많이 고민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면이라는 것이다. 밀레니얼들이 조직에 정을 붙이게 하는 일은 모든 회사가 겪고 있어서 회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고민이라는 것이다. 처우문제는 이들이 이직을 정당화시키는 촉발요인일 뿐 본질은 아니라는 것이다.
밀레니얼들은 왜 다른 세대보다 더 심각하게 이직을 고민하는 세대가 되었을까?
추정이기는 하지만 이들은 어려서부터 삶에서 자신의 목적이나 의미가 중요하다는 것을 귀가 따갑게 듣고 자라난 세대로 보인다. 어떤 일이던 이 일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지를 먼저 따지고 시작하는 나 나 (Me, Me) 세대라는 주장도 있다. 이들은 취업만 하면 자신의 목적과 의미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세상을 만날 것으로 생각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어렵게 취업에 성공해 일을 하다보면 회사의 현실은 자신들의 이상과는 다르다. 대부분의 회사 일이란 일을 열심히 할수록 일에 대한 의미를 상실하는 경험을 준다.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기업들이 사명보다는 생계에 집중한다는 측면도 이들의 마음을 식게 만든다. 또 한 가지 문제는 밀레니얼들은 자신의 고상한 목적과 의미는 험난하고 세속적인 일을 통해 디테일하게 충족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우지 못했다. 매크로하게 목적과 의미에 접근하지만 실제로 의미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디테일을 이길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배운 적이 없다. 이들은 자신들의 고상한 목적과 의미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소소한 한 것에 강해야 한다는 급진적 거북이 정신을 익히지 못했다. 의미를 추구하기 위한 장대한 목적으로 회사를 들어왔는데 회사에서 시키는 일들의 수준을 보면 한심할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세대는 지금까지 존재해왔던 어떤 세대보다 현실과 이상간의 높은 간격을 안고 입사한 세대이다. 이런 간격을 고려하면 이들이 들어오자마자 이직을 고민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HR에서 이들에게 자신들의 목적과 의미를 구현하기 위해서 디테일에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이 일을 견뎌내야한다는 것을 설파해야 하는데 만만치 않은 일이다. 산의 정상에는 오르고 싶지만 산을 오르기 위해 근육을 단련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은 형국이다. 밀레니얼들에게 마이크로 하게 디테일을 견뎌내면 일을 통해서 일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어야 되는데 그런 터전을 제공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밀레니얼 문제에 대한 해결의 칼자루는 회사가 가진 것으로 보인다. 회사가 먼저 사명의 울타리를 복원해 이들에게 심리적 안정지대를 만들어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사명의 울타리 안에 일을 통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놀이터>로 만들어주는 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명은 밀레니얼들이 갈구하는 목적과 의미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인력의 주축을 차지하고 있는 밀레니얼들 마음에 불꽃을 살려내기 위해서는 회사가 먼저 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력의 주축인 이들의 불꽃을 살려내지 못하고 활력있는 회사를 만든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PS. 이 글은 가정과 추측에 의한 글이어서 한국 밀레니얼들은 실제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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