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 the Bridge
BCG/Mass Challenge
펀딩에서의 성별격차
글로벌 경영 전략 컨설팅회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미국 보스턴에 기반을 둔 엑셀러레이터 네트워크 매스챌린지(MassChallenge)와 파트너십을 맺고, 스타트업 시장에서 창업자 성별에 따른 투자 유치 과정에서 발생하는 격차와 그 원인, 해결방안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했다.
BCG는 전 세계 50개국에 90여개 오피스를 두고 있는 세계 3대 경영 전략 컨설팅 회사 중 하다. 매스챌린지는 2010년 보스턴에 설립된 엑셀러레이터로, 스타트업들에 멘토십, 업계 전문가 등 여러가지 자원을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스챌린지는 협력 스타트업에 직접 펀딩을 하거나 지분을 보유하지는 않는다. 특히 매스챌린지는 여성 창업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ditor's Note
BCG 는 앞서 ‘임원진의 다양성이 어떻게 혁신을 촉진하는가’라는 제목의 연구 조사에서 여성 임원진의 비율이 높은 조직이 남성이 지배적인 회사보다 더 좋은 실적을 거둔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창업 스타트업은 남성 창업 기업 만큼의 재적정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남녀 간 임금격차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입증되어 있다. 남성이 1달러를 벌 때 똑같은 직무를 수행하는 여성이 약 80센트 수준을 번다고 알려져 있지만, 투자 유치를 할 때도 성별에 따른 격차가 있다는 것은 생경하다. BCG 조사에 따르면 창업 초기 펀딩시 남녀 창업자별 극명한 차이가 나타난다. 한국 역시 여성 창업가들이 늘고 있다. 그 분야 역시 뷰티, 육아, 패션 등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핀테크를 비롯해 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업종에 주목할 만한 여성 창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성별을 구분 지을 필요없이 창업은 충분히 외롭고 고되다. 보이지 않는 성별 격차가 있다면 이를 확인하고 분석하는 것을 통해 해결점을 찾는 것은 충분히 의미있다.
여성 스타트업이 왜 좋은 투자처인가
남녀간 임금격차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입증돼 있다. 같은 직무에 대해 남성이 1달러를 벌 때 여성은 약 80센트를 번다. 이같은 격차는 투자에도 존재한다. BCG 조사에 따르면,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여성 창업가들이 남성 창업가에 비해 훨씬 더 적은-평균 100만 달러(약 11억원) 이상의 격차로- 규모의 투자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적에서 있어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보인다. 여성이 창업한 스타트업의 매출이 남성이 창업한 회사에 비해 더 높게-투자 1달러당 2배 이상- 나타났다.
이번 조사의 목적은 여성 창업 스타트업들이 남성 창업 스타트업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는 것이다. 데이터에 의하면 투자 유치에 있어서 확실한 격차가 드러났다. 또한 투자 현황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투자자들 및 여성 창업가들과 인터뷰도 실시했다. 조사결과는 투자자들,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및 자금 유치를 고려하고 있는 여성 창업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과제를 제시하는 통계수치
스타트업 초기단계 투자에 성별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투자자들은 사업계획과 전망을 기반으로 투자 결정을 내린다. 그렇기에 성별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간과하기 쉽다. 여성이 임원진에 더 많이 포진한 조직이 남성이 지배적인 회사보다 더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성 기업은 남성 창업 기업 만큼의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 격차의 범위를 확인하기 위해 BCG는 엑셀러레이터인 매스챌린지가 제공한 데이터를 참고했다. 매스챌린지가 지원한 비즈니스-모든 유형과 지역의- 중 약 42%가 최소 한 명 이상의 여성 공동 창업자를 보유하고 있다. 점점 증가하는 여성 기업가들, 여성 기업가들에 제공되는 교육 및 지원, 확대되고 있는 여성 비즈니스 전문가 커뮤니티가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매스챌린지는 여성 창업가들이 현재 어떻게 활동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들의 성공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해야 할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BCG와 함께 본 조사를 실시했다.
5년 간 투자 및 매출 데이터를 검토하면서 남녀간 격차에 주목해 분석한 결과 아래와 같은 격차가 드러났다. (아래 보기 참조)
여성이 창업하거나 공동창업한 기업의 투자금액은 평균 93만5000달러로 남성기업가가 창업한 기업이 받은 평균투자금액 210만 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런 격차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창업하거나 공동 창업한 스타트업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실제로 더 좋은 실적을 보여, 5년간 누적 매출 기준으로 66만2000달러 대비 73만 달러로 남성창업 기업에 비해 10% 더 좋은 성과를 보였다.
투자된 1달러를 활용해 얼마나 효과적으로 매출 1달러로 창출했는가 하는 관점에서 볼 때, 여성이 창업하거나 공동 창업한 스타트업이 좋은 투자처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투자 1달러당, 여성 스타트업들은 78센트의 매출을 올린 반면, 남성 창업 스타트업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31센트 수준의 매출을 올렸다.
창업가의 교육 수준이나 투자유치를 위한 피칭 수준 등 투자 금액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은 배제했다. (아래 ‘데이터에 대한 좀 더 면밀한 분석’ 박스 참조) 이 결과는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사실상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투자정보업체 피치북(PitchBook) 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여성창업기업은 벤처캐피탈(VC) 투자건의 4.4%만 차지하는 데 그쳤으며 전체 투자 자본 대비 모금 금액비중은 겨우 2%에 불과했다.
데이터에 대한 좀 더 면밀한 분석
엑셀러레이터인 매스챌린지는 스타트업에 초기투자를 제공하거나 지분을 보유하지는 않는다. 다만 매스챌린지가 제공한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타트업이 이후에 어떻게 발전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1년에 두 차례 서베이를 실시하고 있다.
이 익명 데이터를 사용해 회귀분석을 실시했으며, 처음에는 어떤 요소도 통제하지 않고 진행했다. 그 결과 스타트업이 받은 외부 펀딩 격차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고 그 격차에 성별이 미친 영향일 큰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서베스를 실시했을 때는 창업자의 교육수준이 통제요소였다. 이 서베이 결과에서도 역시 여성 창업가 설립한 회사에 투자된 금액이 더 낮게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매스챌린지 프로그램에 지원할 당시 각 스타트업이 받은 심사점수를 조사한 결과, 남성 창업가가 설립한 기업과 여성 창업가가 세운 회사간 의미있는 차이는 없었다. 이것이 질적인 요소를 대표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면, 펀딩의 차이는 피칭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이나 기본적인 비즈니스의 질적인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다. 우리의 분석결과는 성별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임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격차 원인
더 심도 있는 분석을 위해 우리는 여성 창립자, 비즈니스 멘토, 투자자들과 면담을 진행했으며, 이 중에는 매스챌린지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도 포함됐다. 이 면담을 통해 세 가지를 도출했다.
첫째, 여성 창립자들이 투자유치를 위한 피칭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더욱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남성에 비해 많은 여성 창업가들이 피칭 과정에서 기술적 지식을 테스트하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조사 참여자들이 답했다. 또, 종종 투자자들은 여성 창업가들이 기술적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단정짓는 경향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공동 창업자를 보유한 여성 창업자들의 경우 흥미로운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투자자들이 기술 관련 질문을 남성 창업자에게 던진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또, 여성들은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직접적인 비판에 보다 합리적인 대응을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많았다. 투자자가 비판적 시각을 제기할 때 여성들은 이 의견에 직접적으로 반대하고 따져들기 보다는 합리적인 피드백으로 받아들이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여성보다는 보다 많은 남성 창업자들이 비판을 합리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투자자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려 애쓰는 경우가 많다고 답변했다.
둘째, 남성 창립자들은 프레젠테이션에서 과감한 예측과 가정을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한 투자자는 “남성들은 종종 과장되게 부풀려서 말하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여성의 경우는 예측치를 제시하는데 있어 상대적으로 더욱 보수적”이라고 답변했다.
셋째, 많은 남성 투자자들이 여성 창업자가 설립한, 여성 고객들을 타깃으로 하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친숙도가 떨어진다. 민간 및 공공기업에 관한 비즈니스 정보 검색 플랫폼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따르면, VC 펀딩을 추적한 결과 미국내 대형 VC에서 파트너 중 92%가 남자로 조사됐다. 한 투자자는 “일반적으로 여자들은 경험이 있는 분야의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가 많은데, 남자들의 경우는 좀 다르다”고 말했다. 조사를 위한 인터뷰에 응한 여성 중 대다수는 육아나 미용 등 개인적인 경험과 관심에 기초를 둔 상품이나 서비스를 비즈니스로 발전시킨 반면, 그 필요성이나 잠재적 가치를 남성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는 것에 큰 어려움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한 스타트업 창업자는 “이같은 이해 부족은 사회적 인식 수준에도 적용된다”며 “엔젤투자자나 VC 등 투자자 이외의 사람들에게 상품을 설명할 때도 비슷한 상황을 겪게된다”고 밝혔다.
변화를 위한 시사점
우리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세 그룹의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다음의 내용을 권고한다.
VC 기업 및 투자자들 돈을 쓰는 사람들이야 말로 변화를 일으킬 가장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따라서, VC를 비롯한 투자자들은 펀딩 결정에 내재된 구조적인 편견이 있진 않은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한 예로, 투자자들은 친숙한 사람이나 상품에 투자하는 편향성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 프리젠테이션에서도 현실적인 예측을 주의깊게 봐야 한다. 대부분의 VC 펀드는 극소수의 투자대상에서 펀드 성과의 대부분을 달성한다. 한 두개의 홈런을 친다면 나머지 부분의 손실은 기꺼이 감내하는 것이 VC다. 이런 목표가 뚜렷하다보니 VC는 보다 대담한 미래 가치를 제시해주는 투자 대상을 물색한다. (이는 물론 투자자의 판단이고, 성향이 모두 다르므로 좋고 나쁜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투자자들은 보다 현실적이고 보수적인 예측치를 제시하는 여성 창업자의 비즈니스 모델을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
또, 투자 결정에 여성의 의견이 포함되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VC나 기관투자가들이 남성 중심의 조직 형태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성의 비율이 더욱 높아진다면 보다 창의적이고 틀을 깨는 방식을 찾고, 잠재적으로 투자 시야를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이 이처럼 스타트업의 투자 자금 유치에서 성별에 따른 격차가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이는 달리 보면, 여성 창업가가 창업한 똘똘한 기업에 투자 경쟁이 덜 치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를 비롯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여러 조직들 역시 투자격차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우선, 균형잡힌 지원자 명단을 갖춰야 하며,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전도유망한 여성 사업가들을 찾아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엑셀러레이터도 각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추고 롤모델과 멘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여성 인재들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엑셀러레이터들은 고유의 방식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스타트업 커뮤니티, 여성 기업가에 우호적인 투자자 등 다양한 자원을 한 데 모아 -직접적으로도 온라인상으로도- 변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엑셀러레이터들은 스타트업이 활용할 수 있는 여성친화적인 VC의 강력한 네트워크를 양성하는 동시에, 여성 주도 기업의 성공사례를 공유하고 투자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이를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의 스타트업 펀딩 시스템은 여성 창업가들에게 불리한 점이 있다고 통계적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이는 단기간 내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여성 창업가들은 이 안에서 조금씩 현실에 맞는 대안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피칭 과정에 도움과 조언을 적극 구하고, ‘보수적’인 것이 때로는 과소평가로 들릴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부풀리라는 뜻은 아니지만 긍정적인 것에 집중하고, 자신의 회사의 매력 요소를 적극 알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무기로 갖추고, 투자자들의 예리한 질문과 비판에도 대응할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뿐만 아니라, 여성 창업가들과 투자자들은 어떤 VC가 여성이 투자 의사 결정을 주도하는지 혹은 여성 창업가 기업에 투자한 이력이 많은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 여성 파트너와 심사역 비중이 높은 VC인 리씽크 임팩트(Rethink Impact)는 기술을 활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할 만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으면서, 동시에 임원진의 성별 비중이 균형잡힌 회사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이들은 스스로를 “성별이라는 렌즈를 투자에 적용한 최대 규모의 임팩트 투자회사”라고 설명하고 있다.
와튼 소셜 임팩트 이니셔티브(Wharton Social Impact Initiative)에 따르면, 이 외에도 미국내 거의 50개 펀드가 주로-혹은 전적으로-여성 소유 기업에 투자하고 있고, 투자금액은 10억 달러 이상으로 조사됐다.
리씽크 임팩트의 창업자이자 매니징 파트너인 제니 에이브람슨은 “20년 전만 하더라도 여성 창업자는 현재보다 더 많은 비율로 VC 투자를 받았다”며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다양한 성별로 이루어진 경영진을 갖춘 기업들의 재무 실적이 더욱 우수하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지금의 성별 격차 트렌드는 의아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투자시장 내에서 성별에 따른 격차는 실제로 존재하지만 격차를 해소할 방법도 있다. 여성을 불리하게 만드는 다양한 편견들을 이해함으로써 VC와 투자자들은 보다 객관적인 펀딩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엑셀러레이터들은 멘토십, 자원, 네트워킹 등의 제공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 고질적인 불공정함이 하루 아침에 사라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제안하려는 대안은 이미 한참 전에 시작했어야 하는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