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12-17 11:40
[N.Learning] 지속가능한 삶이란 무엇인가? 카르피디엠
 글쓴이 : Admini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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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삶이란 무엇인가?
카르피디엠(Carpidiem)
구글의 알파고를 설계해 이세돌을 패배하게 한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가 구글에 입사하도록 도와준 결정적 논문이 아래에 첨부된 "해마가 손상되어 작업 기억이 없는 사람들이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라는 논문이다.
경험을 인코딩하고 디코딩해 기억을 생산하고 재생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해마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컴퓨터로 치면 램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마가 손상되었다는 것은 장기기억을 저장하는 하드에는 문제가 없지만 기억을 편집하는 작업 기억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마의 기능을 담당하는 작업기억(램)에 문제가 생긴 상태와 뇌의 장기기억 장치에 해당하는 뇌의 특정 부위(하드웨어)가 손상된 상태의 차이를 다음처럼 상상적으로 실험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행글라이드와 같은 생전에 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한 경우는 작업기억을 작동시키는 해마의 램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해 행글라이더를 타는 생생한 경험을 하지만 뇌의 장기기억 장치 부분이 손상되어 시간이 지나면 행글라이더를 탓던 기억이 생각나지 않는다. 반대의 경우는 똑 같이 행그라이더를 타지만 해마가 손상되어 생생한 체험은 느끼지 못하지만 행그라이더를 탄 기억은 장기기억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둘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한다면 우리는 어떤 상태를 선호할까?
과거에 관련된 장기 기억과 현재의 작업과 관련된 램 기억의 문제 사이의 선택의 문제지만 이 둘 중이 하나라도 문제가 생겼을 때 더 심각하게 잃어버리는 것이 "미래"라는 것이 데미스 하사비스 논문의 하이라이트다.
미래는 시간에 따라 그냥 산다고 체험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미래에는 해결된 것처럼 전향적으로 상상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해결에 실마리를 주는 관련된 과거의 기억을 해마가 제대로 소환해낼 수 있어야 한다. 해마는 기억을 소환할 때 에피소드 기억 단위로 소환하는 것을 넘어서 개념단위 혹은 상징 단위로 분절해서 소환한다. 에피소드 기억을 회상하는 것이 아날로그식 소환이라면 상징 속에 함축되어 있는 의미와 개념 단위로 소환해내는 방식은 디지털 방식이다. 과거의 경험에 대한 에피소드 방식이 아니라 디지털 방식으로 문제를 다시 프래이밍할 수 있는 사람들이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보이는 사람들이다.
뇌는 지금 우리가 고통을 받고 있는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관련된 기억을 소환하고 이것을 디지털 방식으로 재조합하고 재구성하고 끊어진 부분들을 연결해서 가능한 최적의 문제해결을 도출해낸다. 이 해결책에 옷을 입혀서 실제 일어난 것처럼 에피소드 형태로 제시한 것이 미래이고 이것을 자신이 주체적으로 나서서 상상적으로 체험한 상태가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
하사비스 실험대상 중 해마에 손상을 받은 사람들은 해마와 상관이 없는 장기 기억이 살아 있어서 과거를 불러오는 데는 성공하지만 이들을 디지털로 분절해서 새롭게 문제가 해결된 상태를 재구성하지 못한다. 결국 이들의 뇌는 흩어져 분절된 단서만 제시하고 온전하게 해결된 통합적 상태를 만들지 못해 상상적 체험을 할 수 없다. 미래는 상상적 체험의 상태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미래는 영원히 사라진 것이다. 뇌는 실제 체험 상태와 상상적으로 체험하는 상태를 구별하는 능력이 없다. 상상적으로 체험해도 이것을 현실이라고 뇌가 믿으면 필요한 호르몬 체계를 분비시켜 몸과 마음을 변형시킨다. 상상적 체험과 통지증 등이 대표적 예다.
최근 뇌과학의 연구를 보면 뇌에는 그리드 셀(Grid Cell)과 위계적 셀(Hierachical Cell)이 협업을 통해 컴퓨터가 수행하지 못하는 초월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드 셀의 역할은 네비게이션의 역할이다. 그리드 셀은 진성리더십의 개념으로 정신모형 I의 지도를 그리고 업데이트 하는 지도 도안자의 역할이다. 인간이 발명한 컴퓨터가 지금까지 세상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었던 것은 메모리를 통한 과거의 장기기억과 컴퓨터의 램에 해당하는 해마의 작업기억을 모방한 그리드 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다. 하지만 지금까지 컴퓨터가 카피하지 못하는 것은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 때문에 몸, 마음, 정신으로 전달된 고통에 대한 체험과 이 고통이 해결된 최적의 미래 상태에 대한 상상적 체험이다. 고통에 대한 체험과 고통이 해결된 미래에 대한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셀이 위계적 셀이다. 위계적 셀은 진성리더들이 작동시키는 정신모형 II의 기능을 담당한다. 인간은 정신모형 II의 지도를 그려내 믿음으로 전환하지 못하면 미래를 체험하지 못한다.
과거는 미래를 상상해내는 날줄의 역할을 하고 이 날줄이 존재할 경우에만 미래가 이 날줄에 씨줄로 결합해서 온전하게 미래를 상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그림이 완성된다. 과거가 사라진 사람들은 미래를 생생한 그림으로 엮어서 상상적 체험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리드 셀과 위계적 셀의 협업을 통해 과거와 미래가 온전하게 현재로 접속된다.
뇌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과거는 아날로그 기억이고 미래는 디지털 상징으로 재구성된 것이다. 뇌의 입장에서 과거와 미래는 모두 현재를 통해서만 체험된다. 미래의 상상적 체험이든 과거에 기억된 체험이든 지금 당장 직면한 생생한 체험이든 해마의 디코딩과 인코딩을 통해 현재라는 시점에서 종합적으로 편집된다. 과거가 현재로 새롭게 접속되어 살아나고 미래가 현재로 접속되어 살아나지 않았다면 과거와 미래는 죽은 셈이다.
체험이란 해마가 스토리를 만들고 편도체를 통원해 그 스토리를 정서로 채색해서 총천연색의 영화를 만든 것이다. 우리가 삶을 생생하게 체험하고 충실하게 보낸다는 것은 해마와 편도체를 조감독으로 채용해 멋진 영화 한편을 만드는 영화감독이 되고 여기에 자신을 주연배우로 캐스팅하는 것과 같다.
카르피디엠의 언명처럼 우리는 오직 현재를 통해서만 과거와 미래를 지금으로 불러오는 삶의 충실성을 결정한다. 베르그송은 우리 현재를 빈 배로 흘려보내지 않고 자신의 주체적 체험으로 가득 채우는 상태를 지속(Dure)이라고 설명한다. 자신의 주체적 체험으로 현재를 충실히 채워나가는 것이 지속가능한 번성의 비밀이었음을 제시한 것이다.
아무리 컴퓨터의 디지털 능력이 뛰어나도 여전히 컴퓨터는 인간처럼 미래를 상상하거나 체험하지 못한다. 과거를 현재로 업데이트한 네비게이션인 정신모형 I과 미래를 현재로 가져온 나침반의 역할인 정신모형 II을 통해 현재를 직조하는 삶을 사는 인간만이 지속가능한 삶을 향유한다. 정신모형 II와 위계적 셀을 통해 컴퓨터도 할 수 있는 날줄을 넘어 삶의 씨줄을 조율해 미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지속가능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우리 인간에게 부가된 실존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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