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상을 눈으로 보고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눈으로 보는 세상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상대를 생생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상대의 뒤통수를 본 것도 아니고 상대의 마음 속에 들어가서 본 것도 아니다. 그냥 포장된 겉모습만 보고 상대를 봤다고 생각하고 마치 상대의 전체를 본 것처럼 뇌의 상상력으로 상대를 그려낸 것이다. 이런 식으로 따진다면 우리가 세상을 눈으로 보고 이해하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고 코끼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형국을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 모두는 눈뜬 장님이다. 우리가 보았다고 믿는 것과 실제로 현실 사이에는 큰 강이 존재한다.

장님이 코끼리 만져서 알아낸 것을 가지고 코끼리를 다 안다고 생각하고 소통을 시도하면 당연히 코끼리는 소통을 거부한다.

세계적인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자신의 장편 연금술사(Alquimiste)에서 인간이 통찰력 있게 세상을 보는 과정은 진북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라고 설명한다. 『연금술사』에서 인간의 비전은 자신 삶의 북극성인 진북(True North)을 정하고 이 진북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려 시도할 때 어느 순간 개안을 경험하고 이런 개안된 눈으로 세상을 볼 때 세상도 자신의 정체를 표적과 단서로 보내기 시작한다고 설명한다. 인간으로서 최고의 비전은 자신의 진북의 눈 즉 목적에 대한 진실된 믿음을 통해서다.

한 마디로 인간은 진북(목적) true north에 대한 믿음을 획득할 때 오관으로 보는 것을 초월해 볼 수 있는 자신만의 통찰과 직관의 안경을 획득한다. 진북에 대한 믿음의 눈을 획득하고 이것으로 어떤 살아 있는 대상을 앞에서, 뒤어서, 위에서, 아래에서 지속적으로 관찰하면 이 살아 있는 대상은 자신의 알을 깨고 나올 때 들려주는 미세한 표적을 보낸다. 표적은 알을 깨고 나오는 상대에 대한 객관적 세계와 진북의 정신모형으로 구성된 주관적 세계가 서로 소통하기 시작했음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도 없는 표적을 전달 받지만 우리의 주관적 정신모형의 잘못된 믿음이 이 표적을 모두 스크리닝 해서 돌려보낸다. 진북의 정신모형이 없다면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세상을 보아도 표적이 보내는 단서를 포착하지 못한다.

표적이 보내는 단서는 어떤 경우는 기도 응답으로 들리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꿈에 나타나서 신탁을 전해주기도 한다. 살아 있는 객관적 세상과 우리의 주관적 세상이 소통을 시작한 것을 소명이라고 부른다. 소명은 정신모형 속에 제대로 된 진북이 장착되어 있을 때 체험하는 목적의 계시다.

이런 표적이 보내는 단서들을 조합해서 대상의 전체적 실체를 파악한 상태가 되면 상대의 변화에 대해 제대로 개입할 수 있고 이런 제대로 된 개입의 결과는 기적을 산출한다. 결국 기적은 진북 여행자에게만 돌아오는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