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성공 #이기심 #이타심

이기심과 이타심을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수렴시킬 수 있다면 인류의 지속가능성의 문제에 대해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이기심이 자본주의를 지금처럼 성장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부의 양극화를 초래해 지구를 산성화 시키고 지속가능성에 회의를 품게 만들었다.

이기심과 이타심을 수렴시키려는 시도는 시카고 대학의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Gary Becker가 평생을 연구한 주제다. 지금은 작고했지만 이런 수렴에 대한 아이디어와 모형를 혈연적 가족이 돌아가는 원리에서 얻으려 했지만 혈연적 가족을 넘어서 진전시키지 못했다.

게리 베커의 이기심과 이타심을 수렴하는 지속가능한 인류에 대한 연구가 초연결사회라는 기술의 진보와 자본주의 이기심이 초래한 L자 불경기에 대한 심각성에 대한 각성이 쌍두마차로 작용해 진전을 보이고 있다.

생물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최고의 모범답압은 유타주 피쉬레이크에 있는 판도 사시나무 숲이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생물체 중 하나인 판도 숲은 4만 7천 그루의 사시나무 숲인데 이 숲은 8만년을 생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판도 숲이 8만년 동안 살아올 수 있었던 이유는 리좀(뿌리 줄기)에 있다. 리좀은 뿌리가 땅 속에서 줄기로 뻣어나가다 적절한 땅을 만나면 땅위로 나무를 키워내는 방식이다. 리좀 생태계는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어서 독립적인 뿌리로 구성된 진화론의 원리를 따르는 수목형 생태계와는 다른 모습이다. 리좀 생태계는 우생학적 진화론의 원리와는 다른 공동운명에 대한 상호위존성이라는 공진화의 원리를 따른다.

리좀 생태계가 지구상의 생태변화에도 오랫동안 살아남고 번성을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지상 생태변화가 생겨 나무가 사라져도 뿌리는 서로 영양을 주고 받으며 생존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독립적 뿌리로 구성된 수목형 생태계는 산불이 나면 숲 생태계 전체가 사라지지만 리좀 생태계는 뿌리와 뿌리가 서로 영양을 주고 받으며 살아남았다가 적절한 시간이 되면 다시 나무를 키워낸다.

판도 숲은 리좀 생태계로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초유기체이다. 판도는 433,000㎡의 면적에 펼쳐져 있으며 뿌리 무게가 6,615톤에 이른다. 숲의 나이는 8만년으로 추정되며 각자 나무 중에서는 130년이 넘는 수령을 가진 나무도 있다. 이 초유기체의 뿌리는 생존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여기서 뻣어나온 나무들은 번성의 문제를 해결해준다.

들뢰즈는 리좀에 기반한 생태계가 생존과 번성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지속가능성의 답을 가진 이유를 다음처럼 설명한다. 뿌리와 뿌리 사이의 접속과 연결을 통해 만들어지는 새로운 뿌리, 새로운 뿌리가 주는 이질성과 다양성 기반의 촘촘한 상호의존성, 다양한 상호의존적 뿌리의 총체가 토양을 종이로 해서 변화무상한 숲을 만들어내는 데칼코마니로 설명한다. 들뢰즈에 따르면 숲은 리좀의 생태계가 그려낸 지도그리기다.

리좀 생태계가 지속가능성의 모델이라는 증거인 판도 숲에서 판도의 뜻은 뻣어나간다는 의미다. 다양성의 원천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겉으로 드러난 숲이 데칼코마니의 원본이기도하고 거대한 뿌리가 데칼코마니의 원본이기도 하다. 뿌리와 숲이 상황에 따라 서로가 주체가 되어 상상할 수 없는 공동운명을 향한 다양성을 산출한다. 한 마디로 판도 숲은 창조적 파괴의 실험장이다.

수목형 생태계의 식물들은 개화와 유성 생식을 통해 번식하지만, 리좀형 생태계는 부모의 곁뿌리가 확장하여 새 나무를 틔워 올리는 무성생식을 통해 번식한다. 수목형 생태계에서 뿌리가 강한 나무는 토양을 산성화시켜 다른 뿌리가 자랄 개연성을 막아버리는 경쟁의 운동장이지만 리좀 생태계에서 개별 나무는 독립적인 개체가 아니라 거대한 단일 영양계의 줄기이다. 유성생식은 혈연적 가족을 기반으로 한 생물학적 진화론의 개념이지만 무성생식은 이런 성교접을 초월해 혈연적 생태계의 운명을 공유하고 있다면 모두 가족으로 생각하는 개념이다. 판도 숲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지속가능성의 비밀은 가족이 중요하지만 생물학적 가족의 개념을 넘어서는 더 큰 공동체의 가치와 운명을 울타리로 삼은 더 큰 가족의 개념을 생성하는 것이다.

초연결시대라는 기술의 진보가 판도 사시나무 숲의 지속가능성의 비밀을 다시 소환했다. 초연결사회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끊어진 연결을 복원시켜 사업기회를 창출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넘어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사이의 연결도 복원한다. 초연결사회의 기술적 진보는 세상을 판도 사시나무 숲과 같은 생태계로의 진화를 앞당겼다. 문제는 이런 생태계의 진화를 읽고 이런 진화에 맞추어 삶과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을 누가 먼저 선도하는지에 달려있다.

네트위크의 연결이 끊어져 생긴 홀을 네트워크 학자인 Donald Burt는 구조적 구멍 structural hole이라고 명명했다. 이 구멍들이 연결을 통해 메워지면 세상은 평평해진다. 수직적 계층구조는 끊어진 연결을 브로커들이 나서서 연결해주고 자신들이 이득을 취하는 구조에서 생선된 것이다. 끊어진 연결이 많을수록 조직은 수직적 계층 구조로 전환된다.

모든 것이 연결된 판도나무 숲과 같은 생태계에서 성공하는 지름길은 남들에게 최고로 도움이 되는 주체로 변신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연결된 초연결 생태계에서는 남들의 성공을 크게 도와줄 수 있는 플랫폼을 가진 사람들이 지속가능한 성공을 누린다. 자신이 오랫동안 성공하고 싶은 이기심이 있다면 남들을 성공시켜 이들을 빚지게 만드는 방법이 최선의 전략이다. 이기심과 이타심을 수렴시킬 수 있는 사람이 성공한다. 게리 벡커가 고민했던 답을 초연결 생태계가 보여준 셈이다.

이타심에 투자하는 삶으로의 행보는자신의 존재 목적이 결정한다. 목적의 크기가 자신의 수렴시킨 이타심과 이기심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의 크기다.

사시나무의 본질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떨림이다. 이 떨림에 서로에게 큰 울림을 만들고 이 울림의 메시지가 뿌리에 전달되어 리좀 생태계를 바꾼다. 사시나무 숲의 떨림처럼 우리 삶의 목적을 향한 나침반도 떨림을 유지해야 살아 있는 나침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