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는 파충류의 뇌에서 시작해서 전전두엽을 진화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번연계(Lymbic System)이라고 불리는 파충류 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몬드 모양을 가진 편도체(Amygdala)와 해마를 닮은 해마(Hippocampus)다.

편도체는 생존과 관련한 감정을 통제한다. 편도체의 기본적 모드는 자기보다 강한 대상이 접근하면 공포를 생성해 도망(Flight)가는 양태를 취하고, 자기보다 약한 대상이 나타나면 아드레날린을 생성해 싸워 이겨(Fight) 잡아 먹는 모드를 취한다. 생존에 집중해 싸우거나 도망치는 전략(Flight-Fight Strategy)은 파충류 뇌인 편도체가 생성한 전략이다. 편도체는 감정을 분출해서 전략을 집행한다. 주로 쓰는 감정이 화와 공포다. 도망갈 때는 공포를 공격할 때는 화를 분출한다. 편도체를 직업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은 검사와 깡패 집단이다.

인간의 뇌에 해당하는 전전두엽은 파충류 뇌의 본질인 동물적 반응에 울타리를 제공해서 이를 제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 편도체와 전전두엽의 연결성에 관한 연구를 보면 어렸을 때는 주로 편도체가 활성화되고 청소년기에는 전전두엽과 편도체가 힘겨루기로 서로 충돌하고, 성인이 되면 편도체는 전전두엽 통제 하에 들어간다. 어렸을 때는 전전두엽이 발달하지 못해 파충류 뇌인 편도체가 생존모드를 장악하고 문제가 되는 청소년기는 편도체가 이기기도 하고 전전두엽이 이기기도 하는 무정부 상태가 발생한다. 사춘기의 청소년들의 행동을 제어할 수 없는 것이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것을 전전두엽이 충분히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도 전전두엽을 충분히 발달시키지 못했을 때는 시도 때도 없이 화를 참지 못하는 청소년기 편도체 모드를 벗어나지 못한다.

어른도 전전두엽이라는 파이럿이 편도체에 의해서 공중납치 당한 경우는 공포와 스트레스와 화를 제어하지 못한다. 전전두엽이 발달하지 못하고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세상은 생존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화를 내가며" "나가서 싸우라"고 주문한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일 것이다. 편도체에 의해서 뇌가 납치 당하면 가상의 치와와 한마리가 머리 속에 둥지를 틀고 매번 공포에 떨며 자신의 마음과 정신을 산만하게 하는 상황이 일상화된다.

편도체가 전전두엽을 납치할 때는 혼자서 나서지 않는다. 항상 기억을 인출하고 저장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해마(Hippocampus)를 공범으로 꼬여서 인질극에 나선다. 편도체는 해마의 시작 부분에 붙어 있는 가장 친한 친구다. 편도체의 화나 공포의 분위기에 의해서 오염된 해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기억을 인출하는 행동에 장애를 경험한다. 기억을 인출하거나 인코딩할 때도 문제를 더 키우는 방향의 기억들만을 선택적으로 인출하고 저장한다.

편도체에 의해 오염된 해마가 인출하는 가장 대표적인 기억이 내노남불로 성공했던 사건이다. 자신에게는 문제가 없고 모두 다 세상 탓이라고 해서 성공했던 기억을 선택적으로 인출해서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든다. "내노남불"의 에피소드를 선택적으로 인출해 강한 상대와 자신을 절연시켜 자신을 가상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도 하다.

해마가 편도체에 의해 오염되면 과거 18번으로 썼던 이야기를 지금 상황과는 맥락이 안 맞음에도 끊어진 공테이프처럼 무한 반복해가며 인출한다. 문제가 심각한 자신이 지금 문제가 없다고 방어하기 위함이다. 또한 정작 문제를 풀어야 하는 주체적 자아가 아니라 자신 주변의 성공한 친척 혹은 친구의 이야기나 잘나가는 형제의 이야기를 과장해서 인출하고 지신이 강자라는 증거로 제시한다. 이들의 패거리 전략을 동원하는 기억들을 인출한다. 패거리가 아닌 상대가 객관적으로 문제를 피드백해주려 하면 가짜뉴스라고 부인하고 점점 더 고립된 절연장치를 만든다. 이 절연장치에 필터된 정보만 선택적으로 처리한다. 그래도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려는 사람이 나타나면 다시 편도체가 들고 일어나서 화를 내가며 상대를 역공격한다.

리더가 편도체와 해마에 의해서 납치당해 전전두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최선의 방법은 자신의 경계를 확장하는 방식이다. 자신의 뇌의 경계가 파충류 뇌의 상태로 쪼그려 들었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잠시 화를 참고 호흡을 조절해가며 자신의 뇌의 경계가 파충류 뇌로 쪼그라 들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인정해야 방법을 찾을 수 있다. 파충류처럼 화내고 방어하고 공포를 조장하는 것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전전두엽을 확장해서 제대로 된 경계를 다시 세우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편도체와 해마에 의해서 납치 당한 상황에서는 근원적 WHY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자신의 과거와 미래가 확장되어 현재와 연결되고, 자신의 외면 세계와 내면 세계가 자아에 의해서 다시 연결되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 지 즉 누구의 잘못을 사사건건 따지는 Why 질문보다는 그래서 지금 편도체와 해마를 안심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 지를 물어보는 What의 질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리더라면 절대로 화를 내서는 안된다. 부정적 감정은 그만큼 전염성이 강해서 조직자체를 침체시켜 문제를 생산적으로 풀 수 있는 개연성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측근이라고 해서 화를 내서는 절대로 안된다. 화의 전염은 표정과 분위기로 전달되는 것이어서 내집단 외집단을 가르지 않고 광범위하게 퍼진다.

유사리더는 리더로 세워질 때는 자신이 마치 화를 잘 참는 사람처럼 연기한다. 하지만 이런 연기전략은 어려운 상황이 오면 금방 탄로난다. 이런 점에서 전전두엽 근력이 없는 리더는 아무리 능력과 머리가 좋아도 누구보다 유사리더가 될 개연성이 높다. 화를 참으면 복이 온다는 고사성어 忍中有和(인중유화)도 따지고 보면 전전두엽의 근력을 활성화 시켜 편도체와 해마에게 심리적 안정감의 울타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리더란 구성원이 설사 파충뇌의 뇌로 조그라들어 있는 상황에 처해도 전전두엽의 근력을 발휘해서 든든한 안정감의 울타리를 제공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런 리더에게 서로가 서로의 아픔에 대해 환대하는 정서적 리더십은 아주 자연스런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