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1-20 11:07
[N.Learning] 인지적 부조화를 극복한 wholeness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2,465  

세 개의 자아가 만든 인지부조화
온전한 자아 가능한가?
세 석공의 이야기
세 명의 석공이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하고 있다.
지나가는 나그네가 궁금해서 각 석공들에게 물어본다.
“왜 그렇게 열심히들 일하고 계세요.”
첫째 석공 왈,
“일당 5만 원짜리 일을 하고 있어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할 수 없이 해요.”
둘째 석공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강제 노동에 동원되어 왔어요.”
“틈만 나면 도망갈 겁니다.”
셋째 석공은 앞의 두 석공과 달리 환한 웃음을 지어가며 정말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석공의 대답은 다르다.
“일개 석공이어서 잘은 모르지만 성당을 복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성당이 성공적으로 복원되어서 믿음을 잃었던 사람들이 성당에 와서 믿음을 찾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내가 하는 일이 일개 석공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로 소중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째 석공은 마음의 지배를 벗어나지 못한 생계형 석공이다. 강제노동에 동원되었다고 주장하는 둘째 석공은 현실이라는 타성의 감옥에 갇혀서 열심히 언덕으로 돌을 굴려가는 시지포스 석공이다. 몸의 지배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석공이다. 세 명의 석공 중 세 번째의 석공만이 자신의 일의 의미를 찾아서 업으로 일하는 온전한 석공이다. 세 석공 중 몸, 마음을 떠나 정신을 감당하는 자아가 잠에서 깨어나 활동하고 있는 석공이다.
설사 억이 넘는 월급을 받는다하더라고 세번째 석공처럼 일하지 못한다면 일억짜리 일개 월급장이에 불과할 뿐이다. 둘째 석공은 생계문제를 더 이상 걱정하지 않을런지는 모르지만 현실에 순응하고 타성적으로 적응한 상태로 일하는 현실감옥에 갇혀 매일매일이 허구적 욕망으로 세워진 언덕으로 돌굴리는 일에 동원된 시지포스 형 직장인이다.
세 명 석공의 이야기는 정말 세 명의 다른 삶의 스타일을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세상에는 100% 생계형이거나 100% 시시포스형이거나 100% 성전형 석공도 없다. 현실에서 목격하는 우리 속에는 세 명의 다른 자아가 다른 비율로 공존하고 있다. 비율을 보았을 때 생계형이 더 많으면 사람들은 생계형으로 인지하고, 시시포스 형의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면 시시포스 형으로 인지할 뿐이다.
상상적 실험을 위해 세 다른 스타일이 우리 속에서 33%로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힘의 균형 상황이 우리에게 가장 어려운 인지적 부조화를 만들어낸다. 시시포스 형 자아는 몸의 우선권을 주장할 것이고, 생계형은 마음의 우선권을 주장할 것이고, 성전형은 정신의 우선권을 주장할 것이다. 결국 우리 자아 속에 몸, 마음, 정신이 서로 나뉘어 주도권 싸움을 해가며 누구도 양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근원적 인지적 부조화는 마음, 몸, 정신 속의 미시적 분열이 문제가 아니라 몸, 마음, 정신이 그려내는 암묵적 정신모형 지도에 대한 거시적 영역 싸움이다. 셋이 합심해서 세상에 대항에도 힘이 부칠텐데 한 몸 안에 세 개의 자아가 주도권을 다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상에 대응한다는 것은 삶자체를 기진맥진하게 만든다. 우리가 몸은 일하는 것처럼 보여도 항상 기진맥진해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거나 정신은 아직도 잠에 취해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HR에서도 자아의 온전성(wholeness)이 가장 뜨거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인지적 부조화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몸을 중심으로 한 일터의 관리는 생산성을 위해 밑 빠진 독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은 몸을 지배하는 물리적 시간에 의존해 근무시간을 관리하는 것은 산업화 시대의 방식이라는 것을 깨달고 있다. 실제 이들 기업에서는 MZ세대의 새로운 직원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하루에 반드시 8시간 일할 필요는 없으니 3-4시간 일하더라도 인지적 부조화가 해소된 온전한 자아를 가지고 와서 일해라."
글로벌 기업 중 IBM은 회사의 HR 전략으로 몸, 마음, 정신의 온전성을 강조해서 근무시간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뉴질랜드 유니레버는 생산성의 변화 없이 근무 시간을 20% 정도 삭감하는 데 성공했고, 마이크로 소프트 일본에서는 4일 근무를 통해 생산성을 40%나 올렸다. 근무자의 86%가 4일의 근무제를 선택할 수 있게 설계된 아이슬랜드에서도 생산성의 차이가 없었다고 보고되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4Day Week Global은 미국, 영국, 아이슬랜드, 호주, 뉴질랜드에서 4일 근무를 원하는 기업들을 컨설팅해서 4일 근무를 정착시키고 있다. 노령근로자에게는 4일 근무는 젊은 근무자의 체력 차이를 줄이는 핵심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온전성의 상태에 도달하려면 적어도 몸, 마음, 정신 사이의 기계적 균형이 정신, 마음, 몸이 협업하는 구조로 통합될 수 있는 더 큰 울타리가 필요한데 이런 통합이 가능한 가치의 울타리를 제공해줄 수 있는 기업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아마존의 설립자 제프 베조스는 기업은 성전형 석공이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업의 울타리를 제공해주는 것을 책무로 해야한다고 제안한다. 기업도 존재 목적을 가지고 선교사로서 일하는 회사와 선교사로 일하는 종업원이 많은 회사만이 시대의 돌파구를 마련해 지속가능성을 달성한다.
생계형, 시지포스형, 성전형 인간은 회사를 넘어서 우리의 삶의 태도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문제다. 대한민국의 수준은 열심이 일한다면 생계의 문제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생계의 걱정에서 벗어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의 타성이라는 감옥속에서 현실이 시키는 강제 노동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시지포스 인간으로 머물고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 한번 밖에는 기회가 없는 신성한 삶이라는 것을 각성하고 이를 소중히 여겨 삶의 목적을 세우고 목적에 대한 약속을 실현하기 위한 미션을 수행하는 삶을 시작할 수 있을 때 온전한 삶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삶을 미션으로 생각하고 선교사의 삶을 자신의 삶의 중심으로 포함해 생계와 타성을 넘어서는 온전한 삶을 사는 사람들만 의미 있고 번성하는 삶의 여정을 시작한다.
직무열의란 몸, 마음, 생각이 따로 분절 상태로 일할 때 파생되는 인지적 부조화가 극복된 상태를 이야기한다. 몸, 마음, 생각이 온전하게 통합된 상태는 존재목적이 존재하고 이 존재목적이 머리, 마음, 몸을 일으켜 세운 상태를 의미한다. 일의 목적과 의미가 단기적 이익만을 위해 사는 생각을 장기적 지속가능성으로 확장하고, 이런 생각이 스파크를 일으켜 마음을 일으켜 세우고, 일으켜 세워진 마음이 몸을 일으켜 세운 상태를 의미한다. 인게이지먼트란 몸, 마음, 머리를 더 높은 차원에서 통합해서 최적화시킬 수 있는 목적에 대한 각성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비대면 근무나 재택근무 등이 일상화되어서 직원들에게 9시에 출근해서 다섯 시에 시간 맞춰 퇴근하라고 명령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이런 경향에 대응하기 위해서 글로벌 HR은 인적자원에 대한 평가를 시간이 아닌 가치로 측정될 수 있도록 전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 4일제 근무를 실험해보는 회사가 늘고 있다. 회사의 존재목적이 구성원들에게 공동의 운명으로 공유된 회사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다. 회사의 존재목적이 구성원의 생각, 정신, 마음, 몸을 일깨우고 일으켜 세워가며 온전하게 정렬시키지 못한다면 3-4 시간만 일해도 8시간 일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직무열의는 가능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회사가 성전으로 운용되지 못한 회사가 갑자기 돈을 많이 벌어 복지의 차원에서 주 4일째 근무를 택한다면 아마도 회사는 밑빠진 독으로 조만간 주저 앉은 상태가 것이다.

이름 패스워드 비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