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B(Foote, Cone, Belding)는 147년 전 Daniel Lord와 Ambrose Thomas가 시카고에서 설립한 마케팅 광고 대행사이다. FCB라는 이름은 설립 후 회사를 Foote, Cone, Belding라는 세 명의 열성적 관리자들에게 경영을 위임한 과정에서 얻었다. 지금은 많은 글로벌 지사를 거느리고 있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마케팅 광고 재벌이다. 광고나 마케팅의 큰 상을 거의 싹쓸이 할 뿐 아니라 미국의 큰 기업들 중 FCB의 신세를 한 번이라도 안 져본 회사를 찾기 힘들다.
한 세기 반동안 이 마케팅 광고 대행사가 번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마케팅 광고는 창의성으로 승부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이 회사의 역량은 창의성이다. 이 회사가 지금도 번성을 누린다는 것은 창의성을 시대에 맞게 선도하고 진화시켜왔다는 증거이다.
도대체 FCB는 어떻게 시대에 맞춰 창의성을 진화시킬 수 있었을까? FCB는 자신의 창의성을 사물을 대할 때 태도의 차이에서 찾는다. 자신들은 사물을 볼 때 그냥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호랑이의 눈으로 주시하여 그 속에 내재한 도발적 역량을 분출시킨다고 이야기 한다.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도 이런 도발적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바쁘다는 핑게로 사용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도발적 역량의 비밀은 우리가 자주 떠나는 여행에 있다.
뛰어난 경영자들 중에는 회사에 풀기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홀연히 여행을 다녀오면 신비롭게 문제가 풀려 있는 경우가 많다고 고백한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 떠난 여행이고 또 여행에 가서 의식적으로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지 않았는데도 신기하게 이런 현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경영자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도발적 역량을 분출시킨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문제가 생겨서 머리를 식히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신기하게 가장 최적의 대안으로 문제를 해결해서 돌아온다.
이런 비밀스런 경험에 대한 해답은 정신모형의 원리를 이해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문제를 못 푸는 것은 현장의 전문성을 벗어나지 못한 것 때문이다. 문제를 풀 수 없게 하는 것은 낡은 전문성으로 무장한 정신모형의 감옥에서도 탈출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누구나 여행은 정신모형에서 탈출의 계기를 마련해준다. 여행 중에 마음은 낡은 정신모형을 벗어나 무의식 속에서도 문제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문제를 안고 있는 경영자가 떠난 여행의 비밀은 회사의 문제를 박스 밖에서 주시할 수 있는 새 안목을 제공한 것이다. 경영자의 전문성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어디에서 보는지가 해결책을 마련해준 것이다.
경영자는 자신의 전문성을 가지고 박스 안에 갇혀 있다가 여행을 통해 박스 밖에서 문제를 관조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밖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관조하다보면 전문성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이 보이기 시작한다. 해답은 의외로 너무 쉽다. 아인슈타인은 이와 같은 원리를 일컬어 “문제는 문제와 같은 수준에서는 절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충고한다.
경영자는 자신의 알에서 벗어나 알의 밖에서 자신의 알을 관조하고 알을 즐탁동시해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경영자가 자신의 정신모형이라는 전문성으로 무장된 알에 갇힌 아포리아 상태라는 것을 이해하고 이 아포리아에서 벗어나 디아스토라를 선사하고 이 디아스포라의 관조를 통해서 문제를 푸는 능력을 FCB는 도발적 역량(Provocative Competence)라고 칭한다.
평범한 창의성은 전문성이 필요조건이지만 도발적 창의성의 충분조건은 자신의 알 즉 자신의 정신모형을 벗어나서 자신의 정신모형이라는 알 속에 갇힌 병아리를 즐탁동시해서 꺼낼 수 있는 역량에 의해서 좌우된다.
우리도 창의적인 솔루션을 원한다면 자신의 일상의 정신모형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여행을 선사해보라. 갑자기 자신이 이렇게 창의적인 사람이었는지 놀랄 것이다.
FCB가 150년간 창의성으로 광고 및 마케팅 업계를 이끌 수 있었던 비밀은 자신의 정신모형의 감옥에서 벗어나 자신의 감옥에 갇힌 병아리를 즐탁동시해서 부화시킬 수 있는 도발적 역량을 직원들에게 훈련시켰기 때문이다. FCB가 자신의 직원들을 훈련시킨 것은 광고나 마케팅의 전문성이 아니었다. 이 전문성을 벗어나는 훈련일 시켜 이 전문성을 다르게 주시할 수 있는 태도를 훈련시켰다.
법정 스님도 이 도발적 역량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조언을 남겼다.
홀로 여행자가 되면 투명하고 순수해진다. 낯선 환경에 놓여 있을 때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눈을 뜬다. 개체가 된다는 것은 곧 자유로워지는 것 그리고 온전한 휴식을 누릴 수 있다. - 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