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는 위험한 용어
물리적 거리두기로 표기해야
물리적 거리두기를 처음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로 잘못 사용해서 사회에 끼친 손해를 환산해본다면 액수의 추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나다. 팬데믹 상황을 슬기롭게 개선해기 위해서는 물리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대신 사회적 거리줄이기를 통해 사회적 유대를 복원해야 한다. 물리적 거리두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구별할 개념적 능력이 있다면 물리적 거리를 유지해가면서 사회적 거리를 좁혀 유대감을 복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도출해낼 수 있다.
디지털 대면으로 업무가 바뀜에 따라 기존 대면 상호작용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었던 사회적 유대감에 대한 새로운 노력이 요구된다. 사회적 거리 줄이기를 통해 얻어내는 유대감은 사회를 움직이는 윤활류와 같은 역할을 한다.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동력을 제공해주는 휘발류도 필요하지만 윤활류가 없은 차를 오랫동안 운행하면 차 자체가 망가지는 우를 범하게 된다.
조직이나 사회도 기본적인 유대감의 잔고가 있어야 원활하게 기능한다. 경제학자들이 가정하는 시장에서는 원래 마찰력 조차도 없는 거래비용 제로 상태를 가정한다. 이들은 실제 거래에서 마찰력을 줄여주는 윤활류 역할을 하는 유대감이 떨어지면 거래비용이 치솟는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물리적 거리두기를 사회적 거리두기로 잘못 이해한 정부의 잘못된 정책 방향 때문에 사회적 유대감의 잔고가 위험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물리적 거리두기로 분산사회가 새로운 규범으로 장착되가는 지금 우리에게 당장 가장 시급한 것은 사회적 거리좁히기를 통한 유대감 복원이다. 유대가 복원되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서로를 신뢰하지도 않는다. 성실하게 상대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를해결하기 위한 거래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몸에 비유하면 필요한 호로문 분비가 끊긴 것이다. 혈액이 제대로 순환되어 영양을 공급하더라도 호르몬 분비에 장애가 생기면 심각한 기저질환의 원인이 된다.
물리적 거리를 사회적 거리로 잘못 이해해서 줄여야 할 사회적 거리를 더 벌려놓는 과정에서 유대감의 잔고가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고 이것은 기업을 운영하는 현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로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는 반면 동시에 사회적 거리도 멀어져서 지속적으로 유대감을 고갈시키고 이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 사회전체를 기저질환으로 시달리게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삶의 호르몬인 유대감을 만들어냈던 원리는 면대면 상호교류를 통해 구성원 간 긍정적 정서를 공유하는 것을 통해서이다. 이런 긍정적 정서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선한 마음을 가지고 교류를 하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었고 결과로 얻어지는 유대감도 비용이 청구되지 않았다. 공기처럼 공짜였던 셈이다. 디지털 접촉에서는 상대를 직접적으로 관찰하고 즉시적으로 피드백을 주는 과정에 장애가 생긴다. 디지털 대면에서는면대면 대면에서처럼 쉽게 긍정적 정서를 느끼고 이 긍정적 정서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유대감을 얻을 수 없다. 긍정적 정서나 유대감이 이전처럼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물리적으로 분산된 사회에서 사회적 거리를 좁혀 유대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호르몬 처방이 필요하다. 어려운 시기에 동원되던 호르몬제인 긍정심리자본를 투척해야 한다. 긍휼감, 낙관주의, 회복탄력성, 자기효능감, 희망이 중요한 긍정자본으로 거론되어왔다. 점증하는 불확실성에서 오는 심리적 고통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번 아웃을 경험하고 있다. 거리두기로 이 문제를 집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에너지가 점점 고갈되어 결국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점점 소진되어가고 있다. 거리두기나 디지털 대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결국 유대감을 복원할 수 있는 대안은 긍정심리자본 밖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부정적인 상황 속에서 긍정적인 해결책의 가능성의 끈을 놓지 않는 낙관,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문제해결을 위해 지속적이고 혁신적으로 노력하는 회복탄력성,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인 자기효능감,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절차와 수단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가 요구된다.
낙관, 회복탄력성, 자기효능감, 희망이라는 긍정심리자본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긍휼감이다. 긍휼감은 상대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내재화해 상대와 같이 손잡고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행동적 성향을 의미한다. 지금의 코로나 사태는 모든 구성원들이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살아가고 있다. 리더나 조직이 고통 받는 구성원들의 아픔에 민감성을 보이고 이를 행동으로 해결해주려는 성향을 보이지 못한다면 집단은 와해 수순을 밟게 된다. 리더 개인을 넘어서 구성원들이 집단적으로 상대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내재화해 같이 풀어가려는 성향을 보이지 못한다면 집단의 유대감은 상실된다. 구성원들은 각자 도생의 길을 찾아 나서게 된다. 결국 생존을 핑게로 불살라진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창궐해 개인, 조직, 사회, 국가가 무너진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 특히 리더의 긍휼감이 특별한 덕목으로 거론되지만 사실 정상적인 경영상황에서도 긍휼감이 없는 경영자가 훌륭한 경영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낮았다. 경영의 정의는 고객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내재화 하고 이것을 우리가 가진 서비스와 제품을 통해 해결해주는 것이다. 긍휼감이 없는 유사 경영자들에게 고객에 대한 사랑과 고객만족은 연기에 불과한 셈이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복원된 긍휼의 감정은 코로나 사태가 끝나도 경영혁신의 원천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긍휼감은 상대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내재화 하는 작업이므로 일에 대한 심리적 소유의식을 심화시켜준다. 또한 긍휼은 고통을 완화시키기 위한 진통제 처방을 내리거나 반창고를 붙여주는 등 결과에 대한 고식적 처방이 아니라 고통의 원인을 찾아서 근원적으로 문제해결을 시도하는 과정이어서 혁신의 원천이 된다. 또한 긍휼은 사랑의 더 고귀한 감정이다. 긍휼감이 있어야 사랑을 핑계로 고객을 봉이 이난 진짜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고객의 입장에 서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한다.
이런 긍정심리자본은 일터를 사명 지향적 전문가의 놀이터로 설계할 때 자동적으로 분출된다. 사명의 울타리를 통해 구성원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끼고 고객에게 사명이 개입된 가치를 열매로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이 수시로 일어난다. 목적과 사명의 울타리가 분명한 조직에서만 구성원들은 어둠 속에서 북극성을 보는 낙관을 경험한다. 사명과 목적이 분명한 조직은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신성한 이유를 가지고 있고 이 이유가 회복탄력성의 근육을 만들어낸다. 사명과 목적의 울타리가 복원된 조직에서 사람들은 목적을 실현시켜 이에 대한 믿음을 형성하고 이 믿음을 기반으로 자기효능감을 살려낸다. 마지막으로 사명의 울타리가 둘려진 회사만이 구성원들이 목적의 수준에서 최적화된 목표를 살려내서 여기서 희망의 불씨를 발견한다.
이런 사명의 울타리를 가진 전문가의 놀이터는 기존의 펀 경영에서 이야기하는 평소에는 어린이처럼 일을 부려먹다가 어린이들이 피곤해지면 제공하는 어린이들의 놀이터와는 다르다. 전문가의 놀이터에서 긍휼, 낙관, 효능, 희망, 회복탄력성을 통해 전문성이 신장되고 이 체험에 대한 공유가 바로 유대감을 형성한다.
목적과 사명의 울타리는 코로나 사태와 같은 변화에 대응한 백신이라면 긍정심리자본은 물리적 거리로 줄어든 사회적 유대감을 복원하는 호르몬제이자 치료제의 역할을 수행한다. 구성원들은 목적, 사명, 긍정심리자본이 제대로 제공되는 전문가들의 놀이터를 통해서만 기저질환이 없는 지속가능한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