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증후군

이런 현상은 아인쉬타인도 경험했고, 뛰어난 소수의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경험하는 현상이다. 아마도 이번에 아카데미 상을 휩쓴 봉감독도 일시적이지만 비슷한 신드롬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봉감독은 인터뷰에서 자신이 왜 이 상을 받았는지 자신이 진짜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내가 가르치는 경영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비교적 우수한 학생들이지만 이들 중 많은 학생들이 가면증후군에 시달린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모범생이라고 칭송받다가 대학에 들어와서 같은 수준의 학생들끼리 치열하게 경쟁을 하다보니 자신이 우수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것을 경험한다. 이런 자기부정은 지금까지 보여온 자신의 우수한 능력도 가짜일지 모른다는 가면증후군을 불러오고 이 가면증후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성적은 졸업할 때까지 하향곡선을 벗어나지 못한다. 본인 학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점평가를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중 선택하도록 했다.

뛰어난 소수의 개인들이 경험하는 것을 넘어 가면증후군은 초연결 디지털시대와 맞물려 밀레니얼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현타> 현상으로 발전되고 있다. 밀레니얼들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기존 세대에 비해 뛰어나게 능력이 개발된 초 수퍼스펙 세대다. 또한 이들은 성장기에 부모들이나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한계점이나 약점보다는 강점을 칭찬받은 쪽으로 훈련받아왔다. 어른들은 너는 너 나름의 강점이 있으니 이것을 개발시키면 최고가 될 수 있다고 격려했다. 이런 상태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서 밥벌이를 할 시점이 되면 즉각적으로 현타를 경험한다. 학교다닐 때 자신들이 우수하고 뛰어나고 창의적이라고 믿었던 것이 직장이라는 현실에 들어와보니 증명되지 못한 진짜가 아녔을 수도 있다는 의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현타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첫번째 전략은 최대한 가면을 많이 만들어 자신의 내면을 노출하지 않고 상황상황에 적응하는 멀티 페르소나 전략이다. 둘째 전략은 외재화 전략이다. 자신이 아니라 상황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는 것으로 문제를 돌린다. 밀레니얼들은 공정성 문제와 의미없음에 대해 과도한 민감성을 보인다. 사회는 불공정했고 앞으로도 불공정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진보란 불공정을 개선해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들은 불공정한 조짐이 보이면 누구보다 과민하게 반응한다. 공정성을 극복함을 통해 창출되는 기회보다는 공정성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행동한다. 또한 회사에서 규정한 의미보다는 개인의 의미에 지나치게 집착해가며 회사에서 현타를 경험하면 이직을 결심한다. 이직의 이유는 회사가 목적을 상실해서 자신의 삶에 대한 의미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다는 것이다. 의미없음을 목적을 잃은 회사에 귀인해가며 자신의 가면증후군을 해소하려 시도한다. 이처럼 자신의 본질에 대한 성찰로 사회에 뛰어들기보다는 사회의 국면국면에 맞춘 다양한 멀티 페르소나의 가면을 만들어서 문제를 즉흥적으로 해결하려고 시도한다.

나는 밀레니얼이라면 다 옳다고 받아들이고 배우려는 현 세태가 밀레니얼의 가면 증후군에 기여했다고 본다. SNS로 소통이 민주화된 세상에 수평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에서는 이들에게서 배워한다. 하지만 공정성에 대한 과도한 집착, 의미없음에 천착하는 것이 자신의 가면증후군을 해소하기 위한 개인적 목적이라면 이들을 세상의 현실과 직시할 수 있도록 회복탄력성을 조언해줄 수 있는 맨토링도 절실하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삶의 진정한 목적에 대한 철학을 통해 자신들이 가진 탈랜트를 동원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치열함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갖춘 정신적 근력이다. 이들이 쓰는 다양한 가면이 자신을 숨기기 위해 쓰는 가면이 아니라 자신을 다양하게 표현하게 하는 정체성이 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사회를 변혁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지 못한다면 이들도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면 토사구팽되는 젊은 꼰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