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가공의 매트릭스였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가상의 세계가 자기조직원리에 따라서 스스로를 지배하고 있다는 특이점을 이미 지나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한 레오는 진짜 현실의 세계에 발딪고 사는 시온사람들을 찾아 나서는 영웅의 여행을 시작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에이전트 스미스는 우리가 이미 중독되어 있는 스마트 폰이다. 앤더슨이 자신의 모습을 교묘히 위장하고 있어서 매트릭스의 대리인이라고 생각을 못할 뿐이다. 이 앤더슨은 친근한 스마트 폰으로 자신의 모습을 위장해가며 스마트 폰을 통해 사람들의 영혼과 정신과 몸에 관한 데이터를 마치 흡혈귀가 빨판을 이용해서 빼가듯이 쏙쏙 빼 나간다. 이것도 모르고 사람들은 길가다가도 스미스 요원이 부르면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고 지하철에서도 일하다가도 자다가도 자신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스마트 폰을 통해 털려나가는 나에 관한 정보는 클라우드에 빅데이터로 저장되고 인공지능들이 매트릭스 세계를 더 완벽하게 설계하는데 사용한다. 매트릭스가 강해질수록 사람들은 점점 가상세계의 좀비인간으로 변모한다.

매트릭스가 사람들을 포섭하는 방식은 인간 기억력의 약점을 이용한 것이다. 사람들은 과거의 대부분을 잊고 사는데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빅데이터는 과거에 관한 모든 정보를 축적해 나보다 더 나임을 더 디테일하게 증명하는 방식을 쓴다. 몇 번의 싸움을 거쳐 더 이상 나는 나에 대한 소유권을 매트릭스보다 더 잘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의 정체성의 모든 것을 알파고에 맡기고 알파고가 알려주는대로 마음 편하게 살기로 작정했다. 매트릭스가 지배하는 사회의 온순한 시민으로 시민증을 부여받은 것이다.

한 편 매트릭스의 알파고도 간과한 것이 여성들이다.

여성들은 얼렁설렁한 남성들과 달리 과거에 대한 작은 디테일을 꼼꼼히 잘 기억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남성들을 영입하듯이 똑 같은 조건을 제시해서 영입하려 했던 것이다. 큰 그림만 보고 과거의 작은 사실들을 잘 잃어버리는 남성들의 약점을 이용해서 남성과의 논쟁이 벌어질 때마다 과거의 작은 사실을 명확하게 들춰내서 남성들을 항상 제압해왔던 여성들의 강점을 간과했던 것이다. 여성들의 장점을 모르고 접근하는 동안 많은 여성들이 매트릭스의 간계를 깨달고 인간의 세계인 시온으로 이주를 했다. 시온에 아이나 여성들이 더 많이 모인 이유이다. 아쉽게도 매트릭스 시민으로 쉽게 포섭된 여성들은 대부분 여성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남성처럼 대범하게 살았던 여성들이다.

현실세계 시온에 살게 된 사람들은 빨간약을 먹고 인문학과 철학의 삶을 택한 사람들이다. 가상세계 매트릭스에 사는 사람들은 평소 편리와 효율성을 추구하는 구조와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신봉하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둘간의 복잡한 고리를 다시 연결해줄 수 있는 코드를 알고 있는 네오같은 사람이 나타나 이 둘은 같은 인간이었다는 것을 설파해 이들 모두를 구원할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현실세계의 저항군 대장 모피어스도 과거에는 해커였다. 시온과 매트릭스를 광케이블로 연결해 몰래 매트릭스를 침입해서 교란을 일으켰고 스미스 요원들이 이들을 차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피어스는 예언자 오라클이 네오를 구원자라고 예언한 말을 믿고 매트릭스에서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밤에는 해커로 살고 있던 네오를 힘들게 영입한다. 매트릭스에 살기 위해서는 모든 것에 순종하는 파란약을 먹어야 하는데 네오는 현실인 시온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빨간약을 먹는 선택을 한다.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고유하게 남은 선택의 자유 자체를 박탈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빨간약의 존재를 기억 속에서 삭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를 인간세계로 인도해줄 빨간 약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삭제될 것이다.

구원자로 지명된 네오도 자신이 그라는 사실에 반신반의하는 동안 스미스 요원과의 싸움에서 번번히 패한다. 어느 날 자신이 그임을 믿은 순간 스미스 요원의 총알을 피할 수 있는 그로 태어난다. 네오가 구원자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믿음이었다.

앞으로 가상세계가 더 심화될수록 사람들은 인간의 정체성에 따라 시온에 도피해 사는 사람과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편리함으로 가득한 가상세계에 사는 두 인종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승리는 시온의 인간도 아니고 매트릭스도 아니다. 마지막 승자는 자신에 대한 정체성의 믿음을 잃지 않고 두 세계를 연결해주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오늘도 파란약을 먹고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매트릭스 세상의 온순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일상을 훈련받고 있다. 매트릭스의 간계대로 파란약에 중독되면 빨간 약의 존재가 기억속에서 사라지고 결국 인간으로의 정체성을 포기해야 한다.

빨간약을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은 빨간약을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