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0-12-07 16:49
[N.Learning] 전 리더십 학회장 최연교수님의 100년 기업의 변화경영 리뷰
 글쓴이 : Admini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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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챔피언, 궁극적 진성리더

최연(홍익대)

 

금년도 이제 마지막 한 달이 남았다. 지난 3년 여 동안, 리더십 칼럼을 연재하면서 20세기에서 시작하여 21세기에 이르기까지 나타난 다양한 리더십 모델과 이론들을 알아보고 또 특별한 안목과 통찰로 리더십을 조망한 국내외의 논객들을 만나보았다. 다루어진 내용들을 다시 보니 현대 리더십 담론의 거의 모든 이슈가 다루어졌고, 이와 함께 현재 우리가 사는 삶의 자리에서 그것들이 어떤 실용적 의미가 있는지를 천착해 보려는 노력도 병행되었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에도 20세기 말부터 시작된 리더십 르네상스, 즉 리더십에 대한 전사회적 관심과 열의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전혀 수그러들지 않고 점점 더 확대되어 왔다. 이것은 나에게 한편 놀랍고 또 한편 당연한 일이었다. 이 시대에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심화될 수 밖에 없는 근본적 이유는 세계가 글로벌지식경제라는 역동적인 복잡계(global knowledge economy as a dynamic complexity system)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다른 모든 사람에게 상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생각의 속도로 변화할 수 있는 기술적, 문화적 환경들이 급격히 자리를 잡은 지금, 개인이나 조직이나 막론하고 그 경쟁력은 “얼마나 적절하게, 빠르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변화에 성공할 수 있는가”에 따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예술과 과학을 리더십연구가 담당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글로벌지식경제의 특징인 비선형성(non-linearity) 20세기 경영학이 힘들여 구축해놓은 관리지향적 경영파라다임의 효용성을 크게 위축시켜 놓았다. 이 공백 속에서 등장한 20세기 후반의 새 접근이 전략경영과 리더십이다. 전략경영은 조직의 구조적 차원에서 어떻게 환경의 급한 변화와 불확실성에 적응할 것인가에 대해 체계적 방법론을 제시하려 하였고, 리더십은 조직의 문화적, 인적 차원에서 같은 문제에 접근하였다. 그래서 전략경영에서는 조직의 미션, 비전, 가치, 전략목표, 조직설계로 구성되는 변화관리마스터플랜 방법론을 내놓았고, 리더십연구에서는 카리스마적 리더, 비저너리(visionary) 리더, 변혁적 리더들로 대표되는 변화주도자의 리더십모델을 내놓았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두 개의 접근은 점점 변화경영 파라다임으로 통합되어 가고 있다. 구조적 하드웨어적 변화를 추구하는 흐름과, 문화적 소프트웨어적 변화를 추구하는 두 개의 흐름이 시간이 갈수록 하나의 통합된 변화경영 파라다임을 향해 수렴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통합된 변화경영 파라다임의 모습을 탁월하게 제시한 저작이 최근 나왔는데, 바로 윤정구 교수가 낸 “100년 기업의 변화경영”이다. 윤정구 교수는 구조적 변화경영으로서의 미션, 비전, 가치, 전략과정과 문화적 변화경영으로서의 진성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을 통합한 최초의 변화경영이론을 내놓았는데, 이는 우리나라 경영학계는 물론 결국에는 세계경영학계에서도 고전으로 남을만한 기념비적인 지적 결산이라고 생각한다.

 

윤정구 교수는 궁극적 리더의 모습으로 “변화챔피언”을 제시한다. 이는 변화경영에 필요한 모든 스킬을 다 익힌 변화마스터가 진성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을 겸비했을 때 나타나는 궁극적 리더의 모습이다. 변화마스터는 변화의 지휘자, 협상자, 코치, 전도사, 소방수, 치어리더의 6 가지 변화관리역할에 모두 능숙하고, 상황에 따라 적합한 역할을 적용할 수 있는 이를테면 변화관리의 기술적 달인이다. 그런데, 변화챔피언이 되려면 이 기술적 달인의 수준만으로는 부족하고 여기에 진성리더십을 갖추어야 한다. 진성리더는 “자기 스스로 변화의 타당성을 입증한 진짜 리더”이다. 진성리더는 “남들의 변화에 대해서 조언해주고 탓하기 이전에 스스로 자기자신의 변화에 성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리더이며, 평생을 통해 학습과 성장을 지속하는 리더이다.

 

변화챔피언으로서의 리더는 조직이 추구해야 할 변화의 방향과 목적지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는 확고한 몰입(commitment)을 가지고 있지만, 그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에서는 인내하고 타협하고 기다리고 조정하면서 꾸준히 전진해 나아가는 전략을 구사한다. 윤정구 교수는 이를 “급진적 거북이” 전략이라 한다. , 자신이 헌신한 사명과 비전과 가치에는 추호의 타협도 없는 외골수적 급진성을 간직하면서,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노정에서 만나는 다양한 장애와 어려움에 대해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하나씩 해결하며 차분히 전진하는 거북이의 자세를 취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급진적인 변화챔피언이 어떻게 거북이처럼 인내할 수 있는가? 윤정구 교수는 이에 대하여, 변화챔피언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 자신감”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근원적 자신감”이란 자신이 추구하는 소명과 비전과 가치(윤정구 교수의 용어로 이념적 정신모형)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는 당위적 신념과 또 그렇게 되고야 말 것이라는 섭리적 신념이 주는 승리의 확신이다. 예컨대, 아브라함 링컨은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노예는 해방되어야 한다”는 이념적 정신모형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이 정신모형(천부인권 수호의 미션, 노예해방의 비전, 민주정부의 가치)의 보편적 타당성을 신뢰했고, 추호의 타협도 없이 이에 “급진적으로” 헌신했으며, 그 정신모형에 대한 “근원적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즉 노예해방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는 당위적 신념과 또 그렇게 되고야 말 것이라는 섭리적 신념이 주는 승리의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 확신이 링컨으로 하여금 남북전쟁의 모든 고난과 역경을 “거북이처럼” 다 겪어내고 결국 승리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윤정구 교수가 제시하는 “급진적 거북이”로서의 변화챔피언 리더십 모델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변화 프로젝트는 예외 없이 궁극적 가치에 대한 타협 없는 헌신과 그 가치에 도달하기까지의 중단 없는 희생적 몰입에 의해 성취된다는 오래된 민간신앙을 윤정구 교수는 훌륭하게 학술적 이론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윤정구 교수의 역작은 내가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큰 숙제 하나를 풀어주고 있다. 그것은 변화주도자로서의 리더는 인간의 이성, 감성, 영성을 모두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세 차원의 변화를 하나의 통합된 리더십 모델로 그려낼 수 없었던 것이 나의 고민이었다. 그런데 윤정구 교수의 급진적 거북이 모형은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성적 존재인 인간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은 합리적 기대감을 높이는 것이다. 감성적 존재인 인간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은 열정과 소속감을 높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적 존재인 인간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방법은 숭고한 가치에 부름 받았다는 소명감과 의미 있는 삶의 이야기를 남기고 있다는 자아실현 욕구를 높이는 것이다. 거래적리더십은 합리적 기대감이 떨어질 때, 예컨대 조건적 보상이 불투명할 때 좌초한다. 감성리더십과 카리스마적 리더십은 그것이 일으키는 최초의 열정과 소속감이 기나긴 고난의 여정 속에서 식어갈 때 좌초한다. 이 때에 필요한 것이 영적 리더십이다. , 내가 하는 일이 하늘이 내게 부여한 숭고한 사명이고 거기에 참여하는 나의 삶은 자아실현의 의미있는 여정이라는 자각은 “근원적 자신감”의 기초가 되고, 그 근원적 자신감은 승리를 하기까지 어떤 난관도 극복해내도록 할 것이라는 결론적 명제가 “급진적 거북이” 리더십이다. 이 리더십에는 건강한 시스템 구축이 주는 합리적 기대감, 변화의 모범을 손수 보이는 진성리더와 함께 가슴 벅찬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열정과 감정적 일체감과 소속감, 그리고 숭고한 사명에 부름 받았다는 소명감과 의미 있는 삶의 이야기를 남긴다는 자아실현의 자각이 주는 영적 결단과 용기의 세 차원이 모두 통합되어 있다.

 

이제 다시 자문한다. 리더십은 무엇인가? 그것은 조직을 위한 확고한 변화청사진을 가지고 불확실한 미래 속으로 신념과 용기를 가지고 제일 먼저 뛰어들어 승리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수미일관 자신이 추구하는 소명과 가치를 흔들림 없이 붙잡고 모든 것을 참고 바라고 이겨내는 영웅적 행진을 책임지는 것이다. 이 영웅적 행진을 할 수 있는 자격은 리더의 진성(authenticity)에서 나온다. 그것은 모든 변화에 앞서 제일 먼저 자신을 변화시키는 데에 성공한 증거를 가진 자가 뿜어내는 영향력이라고 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지금 북쪽의 연평도포격도발로 인해 휴전협정 이래 가장 높은 안보의 불확실성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나라의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급진적 거북이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어떤 모습을 연출할 수 있을까를 상상해 본다. 우선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의거한 확고한 정신모형으로 국민들 사이에 근원적 자신감을 고취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우리 한민족 모두는, 자유롭고 정의로운 정부의 보호와 지원을 받으며, 타고난 저마다의 잠재력을 개발하여,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사회에 기여할 천부적 권한이 있다”고 선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천부적 권한이 북한에서 억압 받은지 65년이 되었고 이제는 남한에서도 위협받게 되었다고 상황을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남한 정부는 반드시 승리해야 하고 또 승리할 것이라는 근원적 자신감을 고취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국민의 인권과 자유와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남쪽의 정부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당위적 신념과 또 반드시 승리하고야 말 것이라는 섭리적 신념을 고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국민들은 비록 북쪽의 포격과 핵무기 위협이라는 눈 앞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정의의 편인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는 근원적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그 자신감 위에 모든 국민은 어떠한 수고와 위험도 감내할 결단과 공고한 단합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급진적 거북이 모델이 현 상황에 줄 수 있는 리더십 코칭의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앞서 예를 들었던, 링컨의 노예해방 시나리오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링컨은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인간의 자유와 천부적 인권이라는 가치를 수호하려는 북군이 그 가치에 저항하는 남군의 도전을 받은 것이 남북전쟁이며, 이 전쟁에서 북군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신념을 그의 유명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결코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으로 천명한 것이다. 김관진 신임 국방장관은 취임사에서 "고통 없는 성장은 없고 변화 없는 발전은 불가능하다. 우리 모두 새롭고 결연한 의지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로 '승리를 위한 변혁'에 적극 동참하자"며 강한 개혁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급진적 거북이 리더십 모델로 볼 때, 그의 취임사에는 위에 말한 것과 같은 시나리오가 담겨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 때에 대통령이 링컨이 제시한 것과 같은 시대적 해석과 역사적 소명을 천명하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늘의 칼럼은 내가 상당히 업(up)된 기분을 가지고 쓴 것 같다. 그만큼 윤정구 교수의 저작에 깊은 감동을 받은 까닭이다. 그 동안 33편의 칼럼 속에서 거의 매번 외국의 리더십 이론들을 소개하면서 마음 한 구석이 아쉬웠는데, 이번에 이렇게 우리나라 학자의 탁월한 리더십 이론을 소개하게 되니 마음이 더없이 기쁘다. 아울러, 이 칼럼을 마지막으로 나는 대학으로 돌아가 나의 일에 더 매진하려 한다. 석별의 감정이 나를 어느 정도 감상적으로 만들고 있다. 그 동안 많은 격려와 댓글로 부족한 내 글에 참여해 주신 독자 여러분과 칼럼을 매달 예쁘게 디자인하여 게재해주신 HRDream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Copyright by Choi Yeon

이 글은 최연교수님의 삼성 SDS HRDream의 칼럼으로 쓰신 글을 전제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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