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에 회사에 가서 직책을 가진 분들과 이야기하면 밀레니얼들과의 긴장과 잠재적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또한 긴장과 갈등을 피하는 것을 넘어서서 밀레니얼들에게 꼰데로 찍히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이처럼 세대간 다양성의 문제가 첨예하게 등장하고 있지만 이 다양성의 문제를 건설적이고 생산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세대간 잠재된 갈등이 현실적 갈등으로 표출되지 않도록 서로 조심해가며 억누르는 수준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모든 조건이 똑같다면 X세대는 과거의 성공경험을 대표한다. 밀레이얼 세대는 현재의 상황을 대변한다. 세상이 좀처럼 변화하지 않는 세상이었을 때는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면 승리는 항상 과거 편이었다. 지금처럼 디지털 혁명의 파고가 밀려오기 전까지는 적어도 항상 과거가 승리했다. 심지어 기원전 1700년 경 수메르 시대에 쓰인 점토판 문자를 해독한 문구에서도 기성세대들이 그당시 젊은이들은 버릇이 너무 없다는 식으로 꾸지람하는 글이 나왔다. 이때도 파워는 기성세대에게 있었다.
변화하지 않는 세상이어서 과거의 성공경험만 변수이고 미래는 변수가 아닐 때 현재를 대표하는 세력은 학습시켜야 할 객체에 불과했다. 가르쳐야 할 스승의 입장에서 보았을 떄 현재를 대표하는 세대는 학습하기를 싫어하는 학습지진아다. 이런 상황에서 요즘애들 버릇없다는 이야기를 할아버지도 할아버지의 아버지에게 들었고 아버지도 할아버지에게 들었고 아들도 아버지에게 들었던 이야기이다. 아들은 아들의 아들에게 똑같은 말을 했을 것이고, 아들의 아들은 자신의 아들에게 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변화가 상수가 된 세상이 되자 현재를 대변하는 세력이 더 힘을 얻게 되는 상황으로 상황이 반전되었다. 레이저 총으로 전쟁하는 세상이 되었는데 창과 방패로 적에 대항했던 경험을 까지고 싸울 수는 없는 일이다. 생존의 위급성을 핑게로 힘의 균형이 현재를 대표하는 밀레니얼 쪽으로 바뀌었다. X세대는 세상을 잘못 만나 디지털 네이티브인 밀레니얼들에게 꼼짝 못하는 세상으로 세상이 바뀐 것이다.
그렇다면 세대간 다양성 관리를 위해 X세대가 가진 이야기를 모두 지워버리고 밀레이얼들의 이야기로 대체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절대로 아니라고 본다. 밀레니얼 세대는 현재를 대표하는 세력일 뿐이지 절대로 미래를 대표하는 세력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제대로된 미래를 위해서는 과거의 경험적 지혜를 대표하는 X세대와 현재의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밀레이얼들이 머리를 맞대고 협업할 수 있어야 한다. 협업해 회사의 미래 스토리를 만들고 이것을 기반으로 회사의 문화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미래가 회사의 규범으로 작용하게 되면 밀레니얼과 X세대간의 갈등은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누가 더 꼰데인지를 귀인시키는 것으로 미래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밀레이얼 세대도 다가올 Z 세대의 입장에서 보면 꼰데세력일 뿐이다. 밀레니얼들은 현재에 적합한 도구에 익숙한 것이지 미래의 답에 가까운 세대는 아니다. 과거의 감옥에서 벗어나고 디지털 기술에 대해 숙련도만 좀 높힌다면 제대로 된 미래의 답을 제시할 수 있는 세대는 X일 개연성이 크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은 근원적 원인은 소통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소통이란 화자의 텍스트와 청자의 텍스트를 결합해서 새로운 컨텍스트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행위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소통이란 화자가 청자의 머리에 자신의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주입시키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화자가 아무리 올바른 이야기의 텍스트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청자의 텍스트를 무시하고 자신의 텍스트를 강요한다면 당연히 소통이 아니라 갑질이고 꼰데질이고 잔소리이다. 설사 화자가 밀레이얼이고 청자가 X세대라고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X세대 못지않게 밀레니얼들이 현재를 대표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한다면 이들은 젊은 꼰데일 뿐이다.
세대간 갈등은 소통에 대한 잘못된 정의에서 생긴 것이지 세대간의 내재적 갈등의 문제는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이던 X세대던 상대가 가지고 있는 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하고 여기에 맞춰 자신의 텍스트를 엮어서 새롭게 스토리를 구성할 수 있다면 대부분 세대갈등은 사라진다. 제대로 소통이 이뤄진다면 세대간 갈등은 아주 부차적 문제이다.
이런 제대로 된 소통은 X세대이던 밀레이얼 세대이던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가진 사람들만이 주도해야한다. X세대라고 미래를 위한 통찰을 제시하지 못하고 밀레니얼이라고 미래를 잘 안다는 믿음은 가장 근거없는 편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