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진성조직의 리더라면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할 이슈이다. 그간 조직의 사명을 실천할 수 있는 활동들은 제한되어 있었는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은 이와 같은 조직의 사명을 실천하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조직의 정신모형은 조직의 정체성 등 많은 요소에 대한 가정을 포함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골격은 비전, 사명, 가치이다. 이중 비전은 조직이 성장에 대한 로드맵을 제공해주고 사명은 최종적으로 도달해야 할 종착지에 대한 그림이다. 조직이 다른 기업을 제치고 세상에 꼭 존재해야만 하는 신성한 이유들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이 존재이유들은 기업이 생산하거나 제공해주는 서비스와 제품을 왜 생산하는지에 대한 미션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신성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가치는 최종적 목적지를 도달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많은 의사결정에 대한 지침을 제공해준다. 이중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직접적 타깃으로 삼는 것이 바로 소명 혹은 조직의 미션이다. 따라서 조직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이 사명과 미션을 정확하게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야 한다.
잘 계획되고 실천된 사회적 책임활동은 CEO가 진성조직의 3가지 요소인 자기인식, 자기규제, 관계적 투명성을 달성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먼저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그 조직의 미션을 잘 표현해주기 때문에 그러한 활동들을 거울삼아서 조직의 사명과 미션을 향해 항해하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깨닫게 해준다. 또한 궁극적으로 달성될 사명의 상태와 현재의 상태간의 갭을 파악해서 이 갭을 메울 수 있는 CSR의 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갭을 채워나가는 것은 진성리더들에게는 자기규제의 과정이다. 또한 사회적 책임 활동의 대상은 종업원, 고객을 넘어서 공동체의 구성원들이다. 이들에 대해서 사회적 책임활동을 한다는 것은 이들에 대한 태도가 수단적 사물의 관계를 넘어서 정당하게 존경받아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제대로 된 사회적 책임만큼 후원자들에게 회사가 염두에 두고 있는 사명과 미션을 전파하고 실천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이 없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책임활동의 중요성을 잘 깨닫고 있는 진성조직의 CEO는 회사의 사회적 책임활동을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이양해야할 가장 마지막 과제로 받아들일 것이다.
Carroll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의 수준을 경제적 economic, 법적 legal, 윤리적 ethical, 박애적 philanthropy 단계 등의 4단계로 나누고 있다. 경제적 단계의 사회적 책임은 최소한 회사를 운영할 경우 평균이상의 임금을 주어 종업원의 생계를 책임질 의무나 회사를 잘 운영해서 사회적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게 할 의무를 말한다. 법적 책임은 회사가 운영하는 사회적 맥락에 법적인 손해를 끼치지 않는 행동을 말한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폐수를 유출하지 않는다든지, 기름을 유출하지 않는 등 법으로 정한 테두리 내에서 정당하게 기업을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윤리적 책임은 법으로는 정해지지 않은 회사와 사회와의 암묵적 계약을 지켜나가는 행동을 말한다. 종업원이나 납품업자 등 기업의 이해당사자들에게 공정한 계약을 지켜나간다든지 환경을 보존한다든지, 시민들의 기본권을 존중한다든지,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등등의 행동들은 이들의 구체적인 행동들이 법으로 정해지지 않은 사회적 계약을 형태로만 존재한다. 윤리적 행동은 이와 같은 시민들의 기본권이나 환경 등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을 말한다. 이전까지의 단계가 수동적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이라면 박애적 단계는 회사가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의 일환으로 자발적으로 공동체의 복지를 위해서 공헌하는 행동을 말한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기부를 한다든지, 노동력을 제공한다든지,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아도 아무도 윤리적이지 않다고 아무도 비난하지만 기업이 자신의 사명과 미션에 근거해 자발적으로 기여하는 행동이다.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Friedman은 기업의 정당한 활동을 윤리적인 관습이나 법제화되어 있는 사회적 규범에 충실하면서 가능한 많은 부를 축적하는 활동을 기업의 목적이라고 규정한다. Friedman의 입장에서 보면 기업들은 경제적, 법적, 윤리적 책임을 준수하는 것은 기업의 목적에 맞지만 기업에게 박애적 단계까지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입장은 기업이 정당한 사회적 공동체의 일원으로 존경받을 때에만 공동체 내에서 영속적으로 이윤추구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원리를 인식하지 못한 주장이다. 기업들은 이윤추구를 넘어서 자신의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를 명료하게 설파할 수 있을 때 공동체의 구성원들로부터 지지와 신뢰를 받을 수 있다. 박애적 단계의 사회적 책임활동을 통해서만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인 사명과 미션을 구성원들에게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다. 박애적 단계를 부담으로 느끼는 CEO들은 박애적인 것을 재정적인 것으로만 하려고 할 때 생긴다. 진정한 박애적 단계는 재정적인 것을 넘어서서 기업이 의도하고 있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수재의연금을 낸다든지 장학금을 낸다든지 하는 것으로 박애적 단계를 해결하려는 기업들은 이자체로 회사의 존재이유를 부정하고 있는 회사가 될 개연성이 높다. 가장 좋은 박애적 단계의 기여활동은 기업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나 제화를 경제상의 이유로 이용할 수 없는 소외된 고객 군을 정의하고 이들에게 회사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이들이 고기 잡는 법을 배울 수 있게 도와주는 활동을 통해서이다. 이런 점에서 대교에서 CSR의 활동의 일환으로 하고 있는 운동선수들에게 눈높이 교육을 시켜주는 것이라든지, 현대카드에서 서울역 버스승강장을 디자인해서 헌납하는 행동은 좋은 사회적 책임활동의 대표적 예로 볼 수 있다. 대교의 가장 강점은 논눞이 교육이다. 대교는 학생이어서 교육을 받아야 함에도 운동시간 등에 쫓겨서 교육기회를 박탈당한 대표적으로 소외된 고객을 운동선수로 보고 이들에게 회사의 대표적인 역량이라고 볼 수 있는 눈높이 교육을 무료로 시켜주고 있다. 현대카드는 카드사의 핵심고객을 제 2 금융권을 이용하는 서민이라고 정의하고 이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버스정류장에 자신의 회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역량인 디자인 역량을 이용해 서민들도 세련된 문화적 취향을 즐길 수 있는 버스 정류장을 새롭게 디자인해서 서울시에 기부하였다.
많은 회사들이 사회적 책임활동을 수단적 이유 때문에 도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관행은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회사가 사회적 책임활동에 신경을 쓰는 이유가 경쟁사가 하고 있기 때문에 이거나 경제적 법적, 윤리적 책임을 어길 경우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손해 때문에 하거나, 이와 같은 기본적인 것들을 준수할 경우 환경으로부터 자원을 동원하는 일이 훨씬 용이해지기 때문에 하는 경우도 있다. 마케팅의 관점에서는 고객들이 회사의 이미지를 좋게 생각할 경우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는 경제적 속셈 때문에 사회적 책임활동에 투자를 한다. 재무적 관점에서 사회적 책임활동에 대한 투자가 회사의 주가나 재무적 자산 가치를 높여줄 것이라는 광고를 하기도 한다. 이런 주장들은 회사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안 될 경우 이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들이다. 이런 점에서 이수정과 윤정구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의 야뉴스 효과에 대한 연구는 흥미롭다. 이들은 2009년 한국의 지속가능성 지수인 DJSI (Dow Jones Substantiality Index)에 포함된 38개 기업에 대한 연구에서 종업원이 자신의 회사가 CSR을 하는 이유가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서 경제적 이득을 획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와 조직이 설정한 사명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믿고 있을 때 조직에 대해서 전혀 다른 행동을 보임을 보고하고 있다. 경제적 이익을 취하기 위한 도구로 사회적 책임을 생각할 때 그 회사의 종업원들은 회사가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회사에서의 조직시민행동을 하지 않거나 회사에 반하는 행동을 더 한다는 것이 규명되었다. 반면 조직의 사명을 진솔하게 구현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이라고 규정할 경우 조직을 위한 조직시민행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회사를 위한 반사회적 행동도 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업원은 자신의 회사가 사회적 책임활동을 통해 얻는 경제적 이득만을 생각할 경우 회사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고 이에 맞는 행동으로 대응해준다는 것이다. 결국 고객이나 투자자를 속이는 대가로 종업원의 회사에 대한 헌신을 희생하게 되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최근에 사회적 책임활동을 이해관계자의 관점에서 정의하려는 연구들이 Freeman을 중심으로 많이 제시되고 있다. 이해관계자의 관점은 누구를 무슨 이유로 회사의 이해관계자로 정의할 수 있는지의 논쟁이다. 지금까지의 전통적 이해관계자는 종업원, 주주, 고객, 경영진, 공급업자를 중심으로 논의되었다. 이해관계자의 입장에서 사회적 활동을 전개하는 연구들은 이해관계자의 외연이 이보다 확대되어 관리되어야 제대로 된 경영을 할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나, 정치단체, 노동조합, 각종 연합회, 공동체, 간접적으로 관련된 회사들이나 기관들, 미래의 종업원, 미래의 잠재고객, 일반 시민, 심지어는 경쟁자까지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의 이해당사자 관점은 주요 이해당사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어떻게 관철시킬 수 있는지의 파워게임과 협상의 입장에서 분석을 했지만 새로운 주장은 이와 같은 제로섬의 파워게임으로 이해당사자들을 파악하기 보다는 이들 간의 협동과 협업을 통해서 어떻게 파워를 늘려나가는지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와 같은 새로운 입장은 본 저서에서 강조하고 있는 경영환경의 변화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보인다. 기업의 환경은 단순한 이해당사자의 입장에서 단편적으로 분석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은 기업생태계의 환경으로 편입되고 있다. 같은 생태계에서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는 회사는 외면상으로는 경쟁자로 보이지만 같은 플랫폼에 의존해서 사업을 펼치는 잠재적 협력자도 될 수 있다. 이처럼 같은 생태계를 공유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조직들은 모두 잠재적 협력자라는 관점에서 기업의 사회적 활동의 외연도 지금보다는 확대되어야 정의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생태계에서 플랫폼을 공유하는 구성원들끼리 협업을 통해서 기업의 사회적 활동을 전개시킨 대표적 사례로 미국 화장품 회사인 에스티 로데의 핑크 리본 캠페인을 들 수 있다. 에스티 로데의 핑크리본 캠페인은 1992년 여성들의 유방암에 대한 인식고취와 조기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기획되었다. 처음에는 자사 고객을 중심으로 핑크리본과 자가 진단카드를 나눠주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2010년에는 70여국에서 1억 1천만 개 이상의 핑크리본이 배포되었다. 이 운동은 에스티 로데의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는 식품, 의류, 항공사 등 다양한 협력 기업들에게 확대되었다. 이 기업들은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에 핑크리본을 부착하고 여기서 얻어진 수입은 여성의 건강의식을 고취시키는 한편 유방암 연구재단의 연구기금으로 기부하고 있다. 기부금만 해도 지금까지 4천5백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여성의류업체인 앤 클라인은 핑크리본 캐시미어 스웨터를 선보여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기부목표액인 2만 5천 달러를 초과달성했다. 3M에서는 포스트잇을 핑크제품으로 출시하고, 캠벨도 수프를 출시하였다. 델타항공은 비행기를 핑크색으로 장식하고 핑크색 유니폼을 입은 승무원이 핑크색 레모네이드를 서비스하는 이벤트로 핑크리본 캠페인은 전 세계 70여개 국가의 20억 명 이상의 여성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처음부터 이것을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에스티 로데는 엄청난 명성을 축적하고 이것을 자사의 상품 브랜드 가치로 환산하면 가격을 추정할 수 없을 정도의 큰 효과를 거두었다. 이처럼 세계적 진성조직들은 부를 쫒아가면서 구하는 기업이 아니라 진성기업의 진정성 있는 정신모형을 실현한 결과로 엄청난 부를 덤으로 수여받은 기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