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번트 리더를 모독하지마라!
리더십에 대한 오해
서번트 리더십을 다른 사람을 위해 하인처럼 혹은 집사로서의 삶을 사는 것이라고 오해하지는 않더라도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면서 살면 모두가 서번트 리더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은 것 같다. 한 마디로 서번트 리더십을 모독하는 행위이다.
이와 같은 오해는 서번트 리더십이라는 용어를 만든 그린리프가 서번트 리더십의 아이디어를 헤르만 헷세의 <동방으로의 여행>에서 차용하는 순간부터 예견되었던 오해다. 동방으로의 여행은 귀족들이 동방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단순한 이야기이다. 이 소설에 이들을 도와주던 하인 레오가 등장한다. 레오는 귀족들이 여행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모든 허드렛일을 도맡아서 처리하는 하인이다. 여행자들이 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헌신하지만 하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다. 어느날 레오가 사라진다. 레고가 사라지자 레오의 중요성을 깨달고 찾아나서지만 결국 못찾는다. 레오가 없는 여행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결국 순례자들은 사분오열되어 싸우다가 여행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른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레오는 순례자들을 후원하던 교단의 최고책임자로 밝혀진다. 레오는 하인처럼 일했지만 진짜 모습은 교단의 책임자라는 리더였다는 것이다.
헤드만 헤세의 <동방으로의 여행>에 등장하는 하인이자 리더였던 레오는 진짜 서번트 리더십을 완수한 사람은 아니다. 서번트 리더십의 핵심은 리더가 하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리더가 자신의 직책을 내려놓고 하인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더 근본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함이다. 서번트 리더는 자신의 직책을 내려놓고 하인의 역할로 헌신함으로써 자신과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정한 목적과 사명에 더 헌신할 수 있게 운동장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레오가 서번트 리더십을 제대로 행사했다면 순례자들은 레오가 사라져도 자신들의 사명인 순례의 목적지까지 자기 조직적으로 여행을 완수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레오는 그냥 충실한 하인 역할만 수행했던 것이다. 하인으로 생각했던 레오가 사라지자 동방의 여행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이들에게 목적지였던 사명이 없었기 때문이지 레오가 사라졌기 때문은 아니였다. 귀족 순례자들에게 헌신과 봉사를 통해 사명의 중요성을 각인시키지 못한 레오는 실패한 서번트 리더였다.
서번트 리더는 자신이 리더의 자리가 주는 특권을 내려놓는 이유는 자신이 헌신적이고 희생적이 되는 대신 구성원들을 자신의 존재이유에 해당하는 목적과 사명에 더 몰입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직책을 내려놓지 않아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굳이 내려놓을 이유가 없다. 서번트 리더십은 위계적 리더십에서의 자리와 이 자리를 차지한 리더가 어떻게 목적을 파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경고이다.
자신이 행한 헌신의 댓가로 구성원들로부터 목적과 사명에 대한 몰입을 얻어내는 사람이 서번트 리더이다. 목적과 사명을 구성원의 마음에 심어주지 못하면 아무리 희생적이어도 서번트리더는 아니다. 서번트 리더십의 본질은 중요한 것은 목적과 사명이지 누가 리더인지 즉 리더라는 사람이 리더십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친다.
회사에서도 서번트 리더십를 보여주기 위해 임원들이 직원들의 발을 씻겨주는 예수가 12 제자에게 행했던 세족식을 코스프레하는데 다 서번트 리더십을 오해한데서 생긴 해프닝이다. 사명의 무너진 회사가 이런 일을 수행한다면 이것은 완전 코메디일 뿐이다.
진짜 서번트 리더가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것은 서번트 리더십의 수단이다. 육체적 헌신을 통해 서번트 리더가 진정으로 얻어내는 것은 자신이 설정한 사명과 목적에 대한 구성원들의 헌신이다. 목적에 대한 헌신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자신은 종으로 봉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자신도 이 사명과 목적에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삶을 살기도하고 이를 통해 구성원들도 이 사명과 목적에 헌신하게 만드는 사람이 서번트 리더들이다.
서번트 리더십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적어도 목적이 본질이지 직책이나 리더라는 사람이 리더십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서번트 리더는 목적과 사명이 우리에게 반드시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를 아는 사람이다. 인간은 신과 달라서 불쌍한 모든 사람에게 다 봉사하며 살 수 없다. 인간은 자신이 설정한 목적과 사명의 범주에서 이 범주에 포함된 사람들에게만 제대로된 봉사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사명은 인간이 절대로 신이 될 수 없음을 알려주기 위해 신이 인간에게 설정해놓은 지상명령이다. 남들을 제대로 돕고 싶으면 신을 흉내내가며 과욕을 부리지 말고 자신이 목적에서 약속한 범주인 사명의 울타리 내에서 제대로 해보라는 신과 인간의 계약이다. 목적이 설정해준 사명의 울타리가 없는 상태에서 그냥 봉사와 열심히 희생을 한다고 서번트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조직에 목적이 무너졌다면 사명의 울타리를 세울 방법이 없다. 서번트 리더의 첫번째 임무는 목적을 복원해서 이 사명의 울타리를 세우는 일이다.
정치가 중 대표적 서번트 리더는 김구선생이다. 김구선생은 대한민국이 독립이라는 사명만 달성할 수만 있다면 대한민국의 문지기를 자처했다.
기독교가 혁신성을 잃어버린 것도 따지고 보면 서번트 리더십을 잘못 해석한 것에 기인한다. 예수가 가르친 삶의 존재목적을 시대에 맞게 각성하고 자신의 삶의 영역에 이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사명의 울타리를 둘러 삶 속에서 예수를 부활시켜내지 못한 것의 문제다. 하나님에 대한 제대로된 종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인간으로서의 주체성과 혁신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가능한 일이 아니다. 한 달란트를 가지고 다섯 달란트를 만드는 종의 비밀은 이 종이 주인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자신의 주체성을 복원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종이 주인이 가진 목적을 제대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서번트 리더십은 지금까지 존재한 많은 리더십의 종결자이다. 서번트 리더십이 중요한 것은 리더가 아니라 목적과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삶의 터전에 마련한 사명의 울타리와 이 울타리 안에서 혁신적 활동이 리더십의 본질이라는 것을 가르쳤다. 리더십의 본질은 리더가 아니라 리더가 제시하는 목적에 대한 믿음을 구성원들이 받아들이고 이 믿음을 시대에 맞게 공동으로 공진화 시키는 역량이라는 것을 가르쳤다.
서번트 리더십를 행사했는데 성과가 나지 않는다거나 서번트 리더십을 했더니 구성원들이 리더를 호구로 취급하는 것은 서번트 리더십을 오해해서 생긴 해프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