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여질 결심>에서 탕웨이가 연기한 송서래의 남편 이름이 기도수이다. 영화는 서래의 남편 기도수가 등산 중알 수 없는 이유로 실족사하고 이 실족사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미스터리 물이다. 결찰은 평소 기도수가 조선족 아내인 서래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으로 서래를 학대했다는 단서를 잡고 아마도 서래가 남편을 보복살해 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취조한다. 영화의 본말은 서래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서래에 대해 연민의 정을 느끼는 형사와 남편과 달리 서래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형사간 이루어질 수 없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다.
내가 이 영화에 사로 잡힌 이유는 서래와 형사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서래의 남편 기도수의 삶이다. 기도수의 삶은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편린과 너무 흡사하게 닮았다.
기도수는 출입국 사무실에서 근무하다 퇴직했다. 이민을심사하는 과정에서 서래를 만났다. 기도수는 등산과 암벽등반 매니아로 유튜브 채널 '기도수TV'을 운영했다.
기도수는 자신 삶의 본질은 텅비어 있지만 겉을 명품으로 치장하면 명품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믿는 망상의 주인공이다. 송서래가 조선족임에도 기도수가 결혼한 이유는 아마도 미모도 있었지만 송서래 할아버지가 독립운동 유공자라는 명품혈통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한마디로 기도수에게 송서래는 명품 트로피 아내였다.
기도수는 명품 매니아다. 시계는 롤렉스 데이데이트다. 등산복은 아크데릭스다. 이어폰은 슈어 이어폰이다. 말러의 교향곡 5번 5악장을 듣는다. 집에서는 진공관 엠프로 LP 음악을 듣는다.
기도수가 마시는 위스키가 카바란 위스키다. 구체적으로 카바란 솔리스트 올로로소 셰리(Kavalan Solist Oloroso Sherry Cask)다. 위스키도 본인의 명품 취향을 반영한 것이다. 스코틀랜드, 캐나다, 일본의 유명 싱글몰트 위스키도 있지만 대만에 싱글몰트 명품이 있다는 것은 위스키 매니아들만 안다. 대만의 카바란은 대만의 원주민 부족의 이름이다. 기도수는 카바란 위스키를 마실 수 있어야 자신을 차별화된 명품 오타쿠 대열에 위치시길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명품에 대한 소유욕이 강해 자신이 소유한 모든 명품에 자신 이름 KDS라는 이니셜을 새겼다. 문제는 명품쇼핑의 일환으로 사들인 트로피 아내 서래가 문제였다. 나름 독립군의 손자로 강도 높은 주인의 삶을 살아온 서래는 기도수의 장식품이 될 수는 없었다. 명품 노예로 길들이는 것에 실패하자 기도수는 서래의 몸 중 드러나지 않는 부분만 골라서 집중적으로 가정폭력을 행사한다. 심지어는 서래의 몸에 문신으로 KDS라는 이니셜까지 새겨넣는 것에 성공하지만 서래는 독립군의 손자이고 자신의 주관적 사랑을 찾아서 자신의 몸을 일으키는 독립된 존재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결국 기도수는 등반 중 서래에 의해 살해되고 이 사건은 목격자가 없어서 사고사로 위장된다.
이 영화가 내 눈을 사로잡은 이유는 기도수처럼 자신을 명품으로 치장하며 정신을 물상화 시키고 그러는 과정에서 자신을 우상화시켜가며 사는 사람들의 말로다. 이런 사람은 세상의 상승하는 지평을 따라잡지 못해 생긴 싱크홀을 자신의 퀘렌시아로 생각하고 이속에서 자기도취에 취해 사는 사람이다. 세상의 지평이 다시 상승해 지각변동을 일으키면 싱크홀이 무너지고 매몰되어 자신의 동굴이 무덤이 된다.
기도수처럼 오타쿠의 삶을 이상형으로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세상의 지평에 주체적 울림을 창출하지 못하는 오타쿠의 삶은 자신의 정신을 끊임없이 물상화시켜 자신을 자신의 노예로 만든다. 가장 무서운 우상화는 자신에 대한 나르시즘이다. 우상화의 전 단계인 물상화는 물건과 자신을 동일화시켜 자신의 살아 있는 정신을 말라 죽게하는 과정이다.
자신을 명품으로 치장하고 명품 체험으로 채워도 대체불가능한 차별화는 먼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대체불가능한 차별화는 존재목적에 기반한 존재우위를 구사할 수 있을 때이다. 자신에 관한 선한 약속이 자신의 주체적 몸으로 실현되고 채워질 때 우리는 명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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