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쯔버그라는 학자는 직무만족을 연구하며 직무에 불만을 주는 요인과 만족을 일으키는 요인이 서로 독립적이라는 것을 주장해져서 유명해졌다. 직무불만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위생요인이라고 해서 임금이나 근로조건 등을 제시했다. 반면 직무만족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동기요인이라고 칭하고 직무를 통한 성장체험을 할 수 있게 하는 자율성이나 일의 의미 등을 예로 제시했다. 위생요인인 임금이나 근로조건을 좋게해도 만족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나 자신이 기대한 수준에 못미칠 경우는 불만족에 큰 영향을 주는 반면 직무를 통해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동기요인인 의미나 자율성 등은 없어도 불만족에 영향을 주지 못하나 있다면 금상첨화로 직무만족을 증가시킨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후세의 행복을 위해 남겨주는 유산도 허쯔버그의 이원론을 이용해서 설명할 수 있을 것같다. 유산에는 금전적 재산이나 생물학적 유전자를 상속(inheritance)하는 상속과 살아서 실현시킨 삶의 메모리를 유훈으로 남겨주는 유산(Legacy)이 있다.
재산과 유산은 자손들에게 허쯔버그의 위생요인과 동기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재산상속을 못받은 후손들은 불만의 요소가 되겠지만 많은 재산상속을 남겼다고 해서 후세들의 삶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요인이 되지는 못한다. 반면 목적을 실현시킨 메모리로서 유산은 동기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소중한 유산의 기억이 후세의 삶의 씨줄로 채용이 되면 더 행복한 미래를 구가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재산상속은 한 세대를 지나면 탕진되지만 유산은 후세의 삶에 채용되면 이들이 향유하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마르지 않는 복권당첨금이 된다.
재산(inheritance)보다는 유산(legacy)의 가치를 높히 평가해서 미래를 만든 분으로 유한양행의 창업자 유일한 박사가 있다.
유일한 박사의 유언장을 보면 직계가족에 관한 언급이 세 번 나온다. 첫째 장남에게는 "너는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니 앞으로 자립해서 살아가라"라는 유산을 남겼다. 재산을 물려주지 않았다. 딸 재라에게는 유한중고교이자 그의 묘소가 있는 오천평의 땅을 물려줄테니 유한동산으로 꾸며 학생들의 젊은 의지를 불태우게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한다. 재산보다는 유산이다. 유일하게 재산상속을 받은 사람은 손녀인 유일링이다. 유일링에게는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학자금으로 쓰도록 주식의 배당금 가운데 1만달러 (당시 환율로 320만원)의 재산을 남겼다. 나머지 재산은 <한국사회 및 교육신탁기금>에 전액 기증했다.
유한양행은 유일한 박사의 생명보국의 유산을 물려받아 제약업의 사명의 씨줄과 날줄로 살려냈다. 유한양행은 앞으로 6년이 되면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존경받는 백년기업의 대열에 오른다. 유일한 박사는 유산으로 50년 전에 이미 미래를 만든 사람이 되었다.
재벌 중에서도 상속세를 내지 않고 재산을 물려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제대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모습으로 재산보다 유산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기업들이 있다. 대표적 기업으로 알려진 기업은 신세계와 오뚜기 같은 기업들이다.
세계 최고 갑부 워렌 버핏은 재산에 대해 이런 생각을 남겼다. "솔직히 돈에 대해 죄의식 같은 것은 없다. 그러나 돈은 사회가 갚기를 요구하면 지불해야할 어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물처럼 써버릴 수 있지만 사회가 요구하면 갚아야 할 어음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돈에 대해 이런 철학을 가진 웨렌 버핏이 자신의 회사 버크셔 헤쉬웨이를 자신의 세 자녀 중 한 사람에게 물려주려 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이들이 다 재산받기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큰 아들은 농장을 경영하고 있고, 둘째 아들은 음악을 하고 있다. 막내는 딸로 저소득층의 어린이들을 발굴해 공부시키는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아버지가 일군 부를 핑계로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일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자식들이 자신들의 소중한 일 때문에 아버지가 물려주는 재산을 거부하고 나섰다. 둘째 아들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거부하는 이유를 밝혔다. "내가 행복한 것은 최고 부호의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음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대기업들은 포스코의 제철보국이나 기업보국과 같은 재산상속보다는 유산 상속을 통해 지금의 기업을 일구었다. 그 당시의 유산으로 지금이라는 미래를 만든 것이다.
문제는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떤 유산을 마련해서 미래를 남겨줄 수 있는지의 문제에서는 많은 한국의 재벌기업들이 의구심의 원천이다. 유산을 남겨주지 못한 회사가 존경받는 100년 기업의 미래를 만든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내가 내 후세의 미래를 위해 남길 것은 재산인가 유산인가? 내가 후손에게 남겨줄 것이 유산이 아닌 재산 밖에 없다면 이것을 탕진해야 하는 후손들에게 불행의 불씨만을 남기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