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리바게트를 운영하는 SPC 사태를 보며 목적을 상실한 브랜드가 돈을 쫒아 마케팅 광고의 도구가 되었을 때 경험하는 파국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비싼 광고 모델을 도입해서 광고하는 회사 제품은 의식적으로 사지 않는다. 또한 프로모션을 위해 회사가 내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면 반드시 이 회사를 차단 리스트로 등록해놓는다. SNS나 온라인 매체를 통해서 들어오는 광고도 의식적으로 차단한다.
고객이 광고를 차단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신뢰의 문제다. 비싼 광고모델을 고용해 마케팅에 천문학적 돈을 쓰는 회사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품질혁신을 통해 고객에게 돌여줘야 하는 가치를 망각하고 품질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고객에게 마케팅 광고 비용을 전가시켜 이윤을 착취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런 회사들은 정당한 가치창출에 대한 연구와 노력보다는 포장으로 고객을 현혹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고객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갑질을 하는 것이다. 이런 차단노력에도 불구하고 한 연구에 따르면 성인들은 하루 평균 5천회의 광고 폭탄을 맞는 것으로 보고했다.
일방적 광고폭탄이 회사가 고객을 향한 갑질이라면 과장광고는 사기행각이다. 최근에도 이런 품질과 상관없는 과장광고로 이가탄, 인사돌, 우르사, 불가리스가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품질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과장 광고 회사들은 지금까지 수천억의 부당 이익을 올린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돈의 대부분은 고객에게 가치로 되돌려주어야 했을 비용이다.
지금은 시대가 빅데이터, 모바일, 데이터 과학,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넘어서 인공지능, 가상현실, 혼합현실, 메타버스, 웨어러블, 커넼티드, IoT 센서를 통해 가상과 현실이 통합된 초연결 디지털 데이터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5G, 6G는 이 모든 연결이 실시간으로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미국의 의사가 한국의 환자를 실시간으로 원격으로 수술하는 것도 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진화와 더불어 블록체인 기술이 더욱 가속화 되면 품질의 투명성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깨져 품질에 대한 정보가 투명해지면 광고로 밀어내기 하던 회사의 행태는 사라질 것이다. 이에 집단적으로 대응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다. 이런 경향 때문에 초기에는 비슷한 품질임에도 광고로 승부해왔던 화장품 회사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겠지만 결국 비싼 에이전시와 비싼 광고모델에 기반한 전통적 광고로 승부를 걸었던 대부분의 회사들은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다.
갑질로 규정되는 광고가 사라지고 기업은 고객과의 직접거래를 통해 충성심을 보상해주는 시스템이 자리잡을 것이다. 다양한 포인트나 마일리지 보상제도가 진화되어 여기서 쌓인 포인트나 별점이 다른 영역에서도 코인형태로 전환되어 화페처럼 사용할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 브레이브라는 브라우저는 광고차단 기술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디지털 광고 플랫폼을 결합해냈다. 소비자는 이 브라우저에서 보상옵션을 켜면 광고와 콘텐츠를 본 시간을 평가받아 토큰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보상 플랜에 기반해 시간당 보고 싶은 광고 수를 미리 설정할 수도 있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유튜브 수익 모델이 우리가 지향하는 모델이 아님을 예고하고 있다.
광고 마케팅은 사라지지만 회사의 목적과 사명을 품질과 서비스에 끼워넣어 고객에게 회사만의 고유한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경영전략차원의 브랜팅에 대한 연구는 더 요구될 것이다. 똑 같은 품질과 가격의 제품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이 제품을 왜 사용해야하는 이유를 소명할 수 있는 회사의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팬덤을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광고로 이런 고객의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경영과 문화자체가 바뀌어야 진짜 브랜드가 만들어진다.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 Mix를 마케팅 원리로 발전시켜왔던 Northwestern 대학의 코틀러 교수는 최근 한 매체를 통해 4P Mix에 다른 하나의 중요한 P가 빠져 있었음을 인정했다. 목적(Purpose)의 P를 넣어 4P를 5P로 개정했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과 가격 수준이 같다면 다음 수준의 차별적 경쟁력은 제품과 서비스에 회사의 목적에 대한 철학을 녹여서 고객에게 체험을 팔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회사의 목적이 스며든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체험이 회사의 명성과 신뢰를 통해 제품의 최종적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로 전환된 것이다. 최고의 광고는 체험을 통해 팬덤을 만드는 것이다.
미래에는 고객 체험에 대한 팬덤이 없는 회사가 비싼 광고에 돈을 많이 쓰면 쓸수록 기업의 신뢰도와 기업가치는 점점 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