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11-18 08:19
[N.Learning] 진성리더십 아카데미 강화도 워크샵 후기
|
|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2,705
|
진성리더십 아카데미 강화도 워크샵 후기: 2013년 11월 16일
어제 11월 17일 강화도 둘레길 15번길을 진성리더십 아카데미 도반들과 함께 걸었다. 강화도 남문에서 시작해서 남장대를 거쳐, 공동묘지, 국화저수지, 서문을 거쳐서 강화여고 숲길을 거쳐, 북문, 북장대, 고려궁지를 거쳐 동문까지 돌아오는 11km의 꽤 긴 길이었다.
강화문화원 옆 카페에서 모여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다가 후 11시 반쯤이른 점심을 먹고 남문에 집결했다.
때마침 민선생님의 생일이어서 점심을 먹고 생일축하 노래를 부른후 후식으로 생일 케익을 나눠먹었다. 케익에 초를 몇 개나 꼽나 궁금해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내가 아는 민현정 선생 나이만큼 꽂지는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워낙 동안이어서 본인이 임위로 꽂아논 초의 갯수를 다른 사람들은 다 믿는 눈치였다. 나는 거의 몸만 달랑왔는데 많은 분들이 간식과 과일을 챙겨와서 평소 서로를 챙기는 훈훈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남문으로 이용하여 각각 도반과 짝을 지어 출발했다. 1라운드는 도반과 같이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미션과 이 미선에 이어진 끈들을 찾아내는 여정이었다. 내 도반은 1기중 가장 연세가 많은 최수녀님이었다. 최수녀님은 연세와는 달리 아주 정정하시고 목소리도 우렁차셔서 우리 그룹에서 인기가 높다. 수녀님으로부터 고등학교시절 수도원에 들어가기 위해 부모님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아버님의 반대를 피해 미국수녀원에 가서 계를 받기로 결정하고 미국으로 떠나 네브라스카 시골 수도원에서의 4년간의 수도생활을 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게 다 1960년대 중반에 일어난 일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평범하게 사시길 바라는 아버님과의 갈등과 고뇌, 딸을 미국으로 보낸 후 딸이 그리워서 틈만나면 수도원에 들러 딸의 안부를 물었던 아버님의 딸에 대한 애절한 사랑의 숨은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수도승으로의 고뇌이전에 인간으로의 따뜻한 애틋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남장대 밑에서 수녀님과 헤여져서 2라운드의 혼자 사색하고 성찰하는 프로그램을 수행하였다. 2라운드의 사색 봉투를 열어보니 사색의 드라이버로 주어진 시가 내가 대학교 다닐 때 그렇게 애절하게 외우고 다녔던 최승자 시인의 [개 같은 가을이] 였다. 새삼스럽게 가을을 많이 타고 혹독하게 방황하던 1970년대말과 1980년대초의 대학시절이 떠올랐다.
+++++++++++++++++++++++ 개 같은 가을이 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 처들어 온다 매독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 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 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 있는 기억의 폐수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 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
나는 혹독한 가을을 헤치며 과연 어디까지 왔나, 나의 강물은 언제쯤이면 바다를 만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아직도 바다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나에게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라운드에서는 내 삶의 특별한 아픔, 고통, 시련, 성취, 선택, 변화, 특별한 만남을 생각해보고, 인생의 풀지 못한 과제가 있다면 어떤 것이었나? 나에게 자부심, 존재감, 가치를 느끼게 해준 사건에 대해서 성찰해보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남장대를 올라서니 강화도의 남쪽 탁트인 전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감탄을 뒤로하고, 산을 내려가니 공동묘지길이 나왔다. 묘지길을 걷자니 죽음의 문제가 나에게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들었다. 50이 지난 어느 날에 세월이 갑자기 빨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세월이라는 기차와 내 인생의 기차가 서로 마주보며 달리다가 서로 교차하기 직전까지는 점점 속도가 점점느려지더니 교차점을 지나는 순간 엄청난 속도로 달아나는 것을 느꼈는데 이 교차점이 내 나이 50이었던 것같다. 세월이 너무 빨리 달아나서 갑자기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얼마 전에 같은 학교의 동료교수인 최준식교수님의 죽음에 대한 칼럼에서 소개된 자신의 장례식을 설계하는 법을 읽고 감동을 받았는데 내가 내 장례식을 설계한다면 가족을 빼놓고 누구를 내 장례식에 초대할 것인가? 내가 초대하고 싶은 사람의 숫자를 12명 정도로 제한 한다면 삶의 지금 시점에서 내 장례식에 초대하고 싶은 사람은 몇명인가를 세어보았다. 이들에게 장례식 초대장을 쓴다면 어떤 내용으로 초대장을 쓸 것인가? 이들에 내 장례식에 왔을 때 고맙다는 이야기와 이분들 각자에게 어떤 말을 마지막으로 전할 것인가?
사람은 죽음 앞에 마주보고 있을 때 가장 진정성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복원한다. 죽음과 대면해서는 우리의 가식과 허식은 다 떨어져 나가고 나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만 살아 남는다. 죽는 순간에도 살아남는 우리에 대한 진솔한 스토리는 죽음에 대한 성찰을 통해서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 죽음은 우리에게 우리의 진정성의 삶을 잉태해주는 삶의 모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동묘지를 지나니 국화저수지가 나타났다. 저수지 둘레를 길로 포장해서 다니기 편하도록 조성해놓았다. 강화도는 바다도 있고 산도 있고 호수도 있는 참 아기자기한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화저수지에서 휴식을 취하며 내 삶의 주변에 많은 고마운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동생과 누님이 어머님을 모시고 가을 단풍 맞이를 하고 있는 사진이 카카오톡을 통해 날아왔다. 80중반의 연세이지만 아직도 건강하게 가을단풍놀이를 하실 수 있는 어머님이 참 소중하고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의 나의 삶을 뒤돌아보면 내 주변에는 너무 고마운 사람들이 포진해 있었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더 월등한 재능을 가진 것도 아닌 정말로 평범한 사람인데 감당할 수 없는 많은 혜택을 받는 자리까지 올라오게 한 것은 모두 이분들의 도움 덕택이었다. 삶의 매 굴곡마다 때로는 여러운 일도 있었지만 그때 마다 마법처럼 숨은 천사가 나타나서 아무런 댓가 없이 나를 도와주었고 그분들의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었던 것이었다. 이분들에게 받은 도움과 은혜를 나는 과연 절반 정도라도 갚고 세상을 떠날 수있을 것인가? 혹시 절반도 못갚고 세상에 부채만 진채 떠나게 되면 어떻하나? 이분들에게 진 빚을 누구에게 갚아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국화저수지에서 3라운드의 내용을 담은 봉투를 개방했다. 3라운드의 미션은 자신의 진북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이었다. 조셉 갬벨의 영웅의 여행이 프람트를 주어졌고,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고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내 재능과 내 신념의 혜택을 받을 사람은 누구이며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가치는 무엇인가? 이것을 어떻게 신념으로 바꿀 것인가? 내 삶의 목적을 구현하기 위한 도전적 과제는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도록 설계되었다. 성찰을 끝낸 후 정리된 생각을 엽서에 정리하도록 준비되었다.
내 삶의 사명은 학자이자 연구자로써 정신모형이라는 마법의 안경을 만들어 일반사람들이 이 정신모형이 없었을 때는 보지 못했던 자신의 진북 true north과 그 진북 밑에 드러나는 더 나은 세상과 기회에 대해서 눈을 뜨게 할 수 있는 안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마법사의 마을로 들어갈 때 끼고 들어갔던 획일적 초록색 안경이 아닌 자신의 진북의 마을로 들어가게 하는 안경을 만드는 일이다. 이 정신모형의 안경을 쓰는 순간 누구나가 자신의 진북을 볼 수 있고 자신의 진북을 복원한 임파워된 세상을 살 수 있게 하는 안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 나의 미션이다.
내가 목숨처럼 중요시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가치는 나의 강물이 바다로 흘러갈 수 있도록 물을 모아주는 뚝의 역할을 한다. 곰곰히 생각해보닌 아마도 내가 제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에 내가 중시하는 가치의 중요한 부분이 담겨있다는 생각을 해봤다. 내가 제자들에게 강조했던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모든 것을 말로 때우려는 사람을 지독하게 싫어한다. 진정성을 가지고 측은할 정도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좋다. 내가 행할 수 있는 헌신적 사랑, 희생, 용서는 오직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만 사용될 것이다. 예수님이 아닌 나는 세상의 모두에게 열정을 쏟을 정도로 시간이 많지 않다.
어느 덧 생각을 하다보니 서문에 이르렀다. 서문에서 북문에 이르기까지는 좀 가파른 고갯길이었다. 힘든 고갯길을 넘다보니 더 이상 생각의 흐름이 멈춰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긴 이런 과정을 통해서 육체에 몰입해 정신을 비우는 것도 다음 단계의 성찰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창준선생이 프로그램을 아주 기가 막히게 잘 디자인 했다는 감탄사가 나왔다. 강화여고 옛숲길이라는 정겨운 숲길은 소나무 향기를 통해 아톤피치가 물씬 물씬 풍겨나왔다. 중간에 벤치에 앉아서 휴식들 취했다. 회원들이 선물로 준 귤과 초코렛을 먹다보니 아카데미 구성원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내가 지켜본 바에 의하면 우리 아카데미 회원들의 얼굴에는 한결같이 진지함과 삶에 대한 희열이 묻어난다. 영혼의 종소리를 들어가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이분들의 얼굴을 생각하니 이분들을 빨리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휴식을 중단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북문을 거처 북장대에서 내려본 강화도의 뱃길과 바닷길과 억세밭은 천상의 화원에 와 있다는 느낌을 가져다 주었다. 몇 장의 셀카를 찍고 길을 재촉했다. 생각에 빠져 있다보니 내가 우리 대열 중 가장 마지막에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회원들이 걱정할까봐 동문까지는 빠른 걸음으로 도착했다.
회원들은 거의 모두가 빨간코 네모라는 카페에 모여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사장님이 직접 작품을 만들어서 전시해 놓은 예쁜 카페였다. 메밀차와 커피를 마셔가며 오늘 있었던 성찰과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한 모든 분들이 삶에 새로운 장면을 겸험한 희열을 말씀해주셨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 각자의 소감들에 대해서 이야기가 있었고 아카데미의 운영에 대해서도 많은 조언들을 해주셨다. 부부가 같이 1기에 지원했는데 본인은 붙고 부인은 떨어진 회원분은 부인의 스펙이 본인보다 훨씬 나은데 왜 자신만이 붙었는지 궁궁하시다고 질문을 하시기도 하셨다. 워낙 많은 인원들이 지원을 하시기 때문에 평소에 리더십의 헤택을 못받은 분들을 중심으로 선발의 우선권을 두었다는 말씀을 드렸다. 2기 회원모집에는 1기분들이 맨토로 참여하시는 안과 회원을 선발할 때 면접관으로도 참여하여서 후배들을 직접 선발하셨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드렸다.
워크샵에 같이 참가하기 위해 올 때부터 대리기사를 자처하신 네패스의 원실장님과 집근처에서 간단히 이차를 하고 헤여졌다. 원실장님도 이번 여행과 회원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자신의 재능과 이 재능이 쓰여질 수 있는 사명에 대해서 보다 깊은 확신과 성찰을 할 수 있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삶의 매일매일이 이런 식으로 소풍가는 기분으로 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문득했다.
감동적인 워크샵을 설계해주신 맨토 이창준선생님, 임진용씨, 김화경팀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