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기업 어떻게 만들어지나?

기업이 스타트업에서 시작해서 백년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나무가 자라서 숲이라는 큰 생태계로 성장하는 과정과 닮아 있다.

첫 단계는 스타트업 단계이다. 이 단계는 회사를 시작한 창업자와 그 창업자에게 최초로 고용된 구성원에서 시작할 것이다. 이 둘의 관계는 씨앗과 토양과의 관계이다. 씨앗이 제대로 된 씨앗인지의 문제는 회사를 시작한 설립자의 회사에 대한 사명에 달려 있다. 즉 회사를 만들어서 어떤 일을 할 것이며 이 일을 통해서 도달해야 할 여정의 목적지에 대한 탄탄한 스토리가 있는지가 씨앗의 핵심이다. 이 씨앗의 스토리가 구성원이나 잠재적 고객에게 울림을 창출하지 못하면 자원이 동원되지 못해 발아도 못해보고 고사당한다. 또한 단지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씨앗으로 돈을 좀 벌어 보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면 그 아이디어가 꽃 핀 후에 회사는 반드시 무너지게 되어 있다. 씨앗이 알곡이 아니라 쭉정이에 불과했던 것이다.

설립자의 회사에 대한 사명이 씨앗이라면 이 씨앗을 배태시키는 토양은 종업원들이나 파트너들의 마음이다. 첫째 단계는 씨앗이 발아되어서 토양에 뿌리를 내리는 것으로 완성된다. 창업자의 회사에 대한 사명이 토양을 구성하고 있는 종업원들의 마음 속에 받아들여져 뿌리가 내려지는 단계이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돈을 많이 벌어서 구성원들에게 돈 잔치를 하면 구성원들은 씨앗이 뿌리를 내리도록 마음을 빌려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생각에는 함정이 있다. 사업을 하다보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돈이 안 벌릴 때도 있고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이런 상황이 됐을 때 돈에 의해 길들여진 종업원들 중 얼마나 마음의 밭을 계속 빌려주어가며 뜻을 같이하겠는지의 문제이다. 돈은 구성원들의 마음에 뿌리를 내리게 하는데 있어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8-90%의 스타트업은 이 단계를 넘지 못하고 무너진다. 스타트 업을 하더라도 백년기업의 마지막 단계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회사를 디자인 하지 못한다면 결국은 무너질 것이다.

구성원의 마음에 리더의 사업에 대한 씨앗이 발아되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게 해주는 충분조건은 리더의 진정성이다. 리더가 반드시 이 사업을 꼭 해야만 하는 이유인 사명에 대한 진정성, 이 사명을 실현하는 방법에서의 진정성, 구성원들을 대하는 마음에서의 진정성, 얻어진 결과에서의 진정성 등 진정성이 없다면 리더는 자신의 생각을 구성원의 마음의 밭에 뿌리를 내리게 할 수 없다. 이 진정성이 구성원의 마음을 사로 잡지 못하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더욱 요원한 일이다. 돈으로 마음을 사는 것을 비료에 비유할 수 있다면 진정성으로 마음을 사는 것은 물을 주는 행위에 비유된다.

둘째 단계는 성장의 단계다. 나무가 충분히 성장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되는 단계이다. 토양이 비옥하고 구성원들의 마음에 내린 뿌리가 튼튼해서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되기 시작하면 꽃이 피기 시작하고 이 꽃이 향내를 내면 자연스럽게 고객이 모여들고 고객들이 벌과 나비가 되어 수분을 충분히 해주면 달콤한 과일이 열리게 되어 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과일과 꽃이라는 결과를 낳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튼튼한 뿌리를 통해서 공급되는 영양분이 원인이라는 점이다. 많은 회사는 이 원인과 결과를 전치시켜서 꽃이 피지 않거나 과일이 열리지 않으면 이것의 원인을 과일과 꽃에서 찾은 우를 범하는 데 꽃이나 과일은 결과이고 이것이 안 생기는 원인은 뿌리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중견기업들은 이 단계를 거치고 있다.

셋째 단계는 성숙의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기업은 과일 중 일정의 낙과를 인정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일이다.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일 없이 계속 성과를 위해 농사를 짖는다면 아무리 튼튼한 뿌리를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땅은 산성화 되어 결국 나무는 고사당하게 되어 있다. 이 단계는 회사의 존재이유인 사명을 CSR이나 CSV 등을 통해 고객이나 구성원들과도 공감대를 형성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단계이다. 토양을 더 비옥하게 만들어 회사의 성장에 관심을 가진 공동체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마음 속에까지 뿌리를 확장하는 작업이 이 단계의 핵심이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욕을 먹는 이유가 바로 이 단계를 못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기업이나 재벌들은 이 단계를 거치고 있다.

둘째와 셋째 단계의 성공을 결정해주는 조직의 원리는 정렬이다. 조직의 사명을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다른 구성요소를 정렬시킬 수 있는지가 성공의 관건이다.

넷째 단계는 100년 기업의 완성단계이다. 기업의 전략적 의도를 구성하는 사명이 회사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 사명이 구현되어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패스들 간 정렬이 완성되어서 기업이 자신의 서비스와 제품을 통해서 고객에게 자신의 문화를 팔 수 있는 단계이다. 종업원들도 회사가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고객도 이 회사가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자신들의 행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해관계자들도 회사에 대해서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태가 구현되면 회사의 브랜드 가치가 고객에게 보통명사로 받아들여진다. 사람들은 약국에서 진통제를 구할 때 진통제를 달라고 하기보다는 타이네놀 주세요라고 주문하는 단계이다.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 처럼 종업원들이 회사의 로고를 팔에 문신하고 다니거나 할리데이비스 고객처럼 할리데이비스를 자신의 몸에 문신해가며 자랑한다. 브랜드가치가 보통명사로까지 만들어졌다면 이 기업은 100년 기업을 향한 인지적 성벽을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백년기업이 있을까? 나이가 100년이 넘은 기업들은 있어도 진정한 의미의 백년기업은 없다고 봐야할 것이다. 어쩌다 나이가 100살이 넘은 기업들은 그냥 천 운을 타고나서 천세를 누릴 뿐이고 이런 기업들은 반드시 소멸의 단계를 거칠 것이다.

마지막 다섯째 단계는 완성된 100년 기업의 플랫폼을 전파하고 확산하는 단계이다. 회사에서 산출한 씨앗들이나 다양한 성장의 파트너들이 가져간 씨앗들이 여기저기에 심어져서 또 다른 과일나무들이 심어지고 이것들이 모여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하는 단계이다. 이 생태계에서 어떤 리더들은 플랫폼을 만들어서 더 체계적으로 생태계를 육성해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생태계들이 숲을 만들었을 때 이 숲의 중심을 형성한 리더기업이었던 우리의 생존은 생태계의 생존에 의해서 결정된다. 독자적 기업은 세상의 환경이 변하면 언제든지 사라질 가능성이 있지만 생태계를 스스로 조성해서 여기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기업은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영구히 생존을 보장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개체들이 모여서 숲을 이루고 있는 생태계가 학습하는 방법은 한 회사가 학습하는 방법보다 더 진화적이다. 또한 이 건강한 숲은 다른 생태계를 위해 산소를 펑펑 품어내어 다른 생태계를 배태시킨다.

다섯째 단계의 성공을 결정해주는 원리는 생태계의 공진화를 위한 협업과 조정이다.

우리나가가 글로벌에서 지속성장하는 경제의 백년대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정책들을 무모하게 실험하고 쏟아낼 것이 아니라 그 시간에 이와 같은 생태계의 환경을 디자인하고 조성하는 일에 국가가 앞장서서 나서야 할 것이다.

핵심적인 사항은 백년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백년기업의 목적지에 사명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믿음을 잃어버리는 순간 100년 기업의 기차는 반드시 탈선한다. 둘째, 각 단계마다 사명의 스토리는 진화되서 관련된 주변의 파트너들의 마음에 지속적인 울림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울림은 주변의 파트너들이 어려운 상황이나 필요한 상황에서 나에게 자발적으로 자원을 제공해주는 길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세상에 대해서 울림을 창출해주지 못하고 있는 기업은 이미 죽은 기업이다. 마지막으로 어떤 단계에 도달했던 겸손한 자세로 실수를 인정하고 자복해가며 끊임없이 실험하고 학습한다는 점이다.

백년기업의 울림을 창출할 수 있는 사명을 담고 있는 스토리 박스인 기업의 문화적 유전자를 밈(Meme)이라 칭한다. 단거리를 빨리 가고 싶다면 혼자 뛰어가면 되지만 100년 대계와 같은 먼 거리를 가고 싶다면 제대로된 동행을 구하는 것이 최선이다. 동행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울림이 담긴 우리 회사만의 스토리가 밈이다.

여러분 회사는 밈을 가졌나요?

어러분 회사는 백년기업의 어떤 단계에 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