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빈(Lewin)은 현대적 변화경영 이론을 기초한 조직개발(organizational development)의 아버지이다. 본인은 1950-60년대 유행하던 행동주의에 기초된 레빈의 변화이론이 행동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100년 기업의 변화경영>에서 신레빈이론(Neo-Lewinian Model)을 제시했다.

신레빈이론의 핵심은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 변화의 타겟인 것은 맞지만 행동을 제대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행동의 뿌리가 되는 정신모형(mental model)에 대한 이해와 변화가 없이는 근원적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행동의 뿌리를 구성하고 있는 정신모형을 놓치고 행동을 다양한 평가 보상을 통해 잘라내도 결국 이런 평가보상의 회오리가 지나가면 정신모형 속에 숨겨져 있던 뿌리는 사라진 행동을 쉽게 재생산해내기 때문이다. 뿌리를 파내지 못하고 잡초의 보이는 부분만을 제거했을 때 잡초의 뿌리가 잡초를 무한재생산해내는 원리와 같다. 이런 잡초 제거 방식의 행동변화는 변화관리자를 백전백패 시킨다. 우리나라 기업에도 도입한 변화가 대부분 실패하는 이유이다.

<100년 기업의 변화경영>에서 제시된 신레빈이론도 레빈의 과정이론에 따라 변화의 과정을 삼 단계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레빈의 변화 3단계론은 육각형의 얼음을 별표모양의 얼음으로 바꾸는 과정과 비슷하다. 첫 단계는 육각형의 어름을 녹이는 단계이다. 둘째 단계는 별표모양의 틀을 만들어서 녹인 물을 따르는 단계이다. 마지막 단계는 새롭게 물이 채워진 별표모양의 틀을 냉동실에 넣어서 변화된 상태가 자연스런 상태가 되도록 굳히는 단계이다. 여기서 레빈이 주창하는 변화경영과의 차이점은 변화의 대상이 행동이나 습관이 아니라 정신모형이라는 세상을 바라보는 지도라는 점이다. 즉 변화는 과거의 정신모형을 녹이고 새로운 정신모형을 만들고 이 새 정신모형에 따라 필요한 행동을 길러서 습관화 시키는 작업이다.

성경에도 신레빈이론에 기반한 변화경영에 대한 설명이 있다.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는 자가 없나니 만일 그렇게 하면 새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가 쏟아지고 부대도 못쓰게 되리라.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할 것이니라 (누가복음 5:37-38).

포도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첫 단계는 딴 포도를 항아리에 넣어서 일차 발효하는 과정이다. 일 차 발효된 포도주를 새술이라고 부른다. 이 새 술을 그냥 마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부대에 넣어 이차발효로 숙성하는 과정을 거쳐야 포도주로 마실 수 있다.

이 차 발효도 발효 과정이기 때문에 낡은 부대에 넣으면 당연히 부대가 견디지 못하고 터진다. 여기서 새 부대는 습관이나 행동의 뿌리에 해당하는 철학과 생각을 담고 있는 정신모형을 상징한다. 옛날의 정신모형을 버리지 않고 새술을 여기에 담으면 정신모형이 터져 결국은 어렵게 만든 술을 버린다.

기업이나 리더도 세상에 대한 지도인 정신모형을 가지고 있지만 변화를 담당하는 리더들이 이 정신모형의 실체를 객관화시켜서 새로운 부대로 만들어내는 통찰력은 없다. 이들이 신경쓰는 것은 보이는 행동과 습관이다. 이 보이는 습관과 행동을 제거하기 위해 HR을 동원해 평가와 보상 상벌을 붙이지만 이런 행동과 습관이 뿌리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인센티브, 평가, 상벌로 충분히 나쁜 습관과 행동이 제거되었다고 생각하고 이것들을 슬그머니 제거하면 뿌리는 다시 습관과 행동을 살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