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해보면 이 사람이 시간의 개념 중 어디에 천착해가며 삶을 살고 있는지가 분석된다. 과거에 만들어놓은 성공과 실패에 대한 기억을 중심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구술할 수도 있고,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자신의 일과 직책 등을 중심으로 서술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기억할 과거가 많아져서 과거를 중심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기록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현재 잘 나가가고 있다면 현재를 중심으로 기록할 것이다. 청년들은 미래를 생각해가며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려 노력할 것이다. 나이가 들면 미래의 창이 서서히 닫히고 현재와 과거에 자리를 물려준다. 나이가 들고 성취한 것들이 많아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정체성에서 미래는 닫혀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은 나이가 들고 안정된 삶을 누릴수록 과거와 현재에 중심으로 삶이 구조화되고 미래가 닫혀 가지만 죽는 순간까지 미래의 지평을 열어놓고 미래와 대화해가며 정체성을 구성하는 사람도 있다. 과거, 현재, 미래가 정체성 속에서 온전하게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리더라고 부른다. 리더는 과거, 현재, 미래가 이 사람의 삶의 지평속에서 끊임없이 대화하는 Deep Time을 체험하는 사람들이다.
리더들에게 핵심은 현재를 성취할수록 닫혀져가는 미래이다. 미래가 닫혀진 사람들은 미래를 시간을 따라가는 것으로 개념화 하지만 미래는 따라가서는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미래는 항상 먼저 앞서가서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의 장이다.
이 미래라는 시간의 장을 먼저 가다보면 미래의 끝에서 만나는 것이 죽음이다. 이 죽음을 직면했을 때 자신의 과거와 현재에 축적해놓은 많은 허상들을 의미없이 떨어져 나간다. 이 원리는 회사에서 중요한 일을 중심으로 일을 구조조정할 때도 자주 채용된다. Neflix 원리로 알려진 이 원리는 이렇게 의미 없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중심으로 일하지 말고 정말도 중요한 것을 중심으로 역할을 조정해나가는 원리로 많이 통용되고 있다.
이 죽음 앞에서도 자신에게 중요한 것으로 살아남는 것이 운명이다. 운명적이다라는 말은 죽음 앞에서도 이것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운명을 직면할 자신이 없어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리더란 이 운명과의 조우를 생명의 탄생으로 바꾼 사람들이다. 죽음 끝에서 만난 자신의 운명을 현재 삶의 시작점으로 돌려놓은 사람들이 리더들이다. 미래의 끝에서 현재의 시작을 보는 사람들이 리더들이다. 리더가 미래를 앞서가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운명과의 조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운명을 구성하는 것은 자신이 이 세상에 왜 존재하는지, 왜 태어났는지에 대한 답인 <목적>이다. 이 목적을 찾고 이 찾은 목적을 현재로 끌어들어 삶의 시작점으로 삼고 구현하려는 삶을 사는 모습이 진정성(Authenticity) 있는 삶의 본질이다. 목적이 이끄는 삶을 산다는 것은 자신만의 진정성이 발현된 운명적 삶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운명과 만나는 순간 원망, 미안함 등은 다 떨어져 나가고 자신의 본질이 현존재의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이런 운명과의 조우를 현재의 삶의 장면에서 구현해 변화를 일구는 사람들을 진성리더라고 칭한다.
진성리더십 본질은 운명과의 만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