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안경을 벗어 던지자 드러난 상식의 세상
차이(difference)의 발견
어렵다는 고백이 인용되는 두 가지 다른 맥락이 있다.
한 가지는 진짜 어려운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 때와 같은 상황에서이다. 어려운 수학 문제는 모두에게 인지적으로 어렵다.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보편적으로 어려운 문제와는 상관없이 어떤 사람에게는 아주 쉬운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주 어렵다는 고백을 들을 때도 있다.
우리는 세상을 볼 때 그냥 나안으로 보고 그대로 이해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자신이 검증해온 가정들의 집합체인 정신모형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정신모형은 자신이 만든 세상의 지도이다. 문제는 두 사람이 같은 대상에 대해 다른 가정으로 접근해 다른 정신모형의 지도를 가지고 있는 경우이다. 세상을 볼 때 이 다른 정신모형은 색 안경이 된다. 이 색안경으로 쓰고 본 세상이 파란 세상인데 빨간 색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에게 자신이 본 세상을 설명하면 빨강 안경을 쓴 사람은 이해하지 못한다. 파란색 안경을 쓴 어린이도 다 이해하는 내용임에도 빨간색 안경을 쓴 천재에게도 내용이 어렵게 느껴진다. 세상을 보는 가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정하에서 상대를 이해하려 시도하니 모든 것은 난해해진다. 여기에서의 어려움은 인지적 어려움이라기보다는 가정의 다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에서 생긴 인지적 장애현상이다.
니체는 젊은이를 타락으로 이끄는 확실한 방법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 대신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이를 존경하도록 지시하는 것이다라고 충고하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꼰대라는 말을 듣는 것도 따지고 보면 시대에 뒤떨어진 자신의 가정을 남들에게 강요할 때이다. 인간관계의 황금율은 역지사지이다. 다른 사람에게 취급받고 싶어하는대로 상대를 취급하는 것이 황금율이다. 이 황금율이 적용되기 위한 첫 단추는 내 색안경을 벗어버리고 상대의 색안경을 껴보는 것이다. 이것을 토대로 상대에게도 내 색안경을 껴보도록 제안해보는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온통 난해안 것으로 가득찬 세상으로 변화할 것이다. 난해해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면 상대는 틀렸고 자신이 쉽게 이해한 것으로 착각한 자신의 것만을 상대에게 강요할 것이다. 상대도 나와 같을 것이라는 가정으로 다름을 답이 틀림으로 규정하는 순간 결국 세상은 서로가 틀렸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간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장으로 변화할 것이다. 다름이 틀림으로 인식되는 순간이다. 서로간 세상을 보는 가정의 차이만 인정해도 소통과 갈등 등 모든 인간간 문제와 관련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지금의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색안경을 벗어 던지고 가정의 벽을 허무는 순간 진리가 스스로 제 모습을 드러내 우리를 편견의 감옥에서 해방시킬 것이다. 인간관계를 규정하는 모든 진리는 차이에 대한 발견에 뿌리를 두고있다. 편견의 감옥을 벗어나는 순간 세상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상식의 세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상식이 통하지 않고 세상이 복잡하고 어려운 이유는 편견의 감옥 속에 갇혀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차이를 이해하지 못함을 핑게로 자신의 입장을 상대에게 강요하기 때문이다.
다름이 틀림으로 인식되는 편견이 세상은 모두에게 어렵다. 특히 소수의 지위를 가진 사람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다름이 다름으로 이해되는 상식적인 세상만이 정직한 세상의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매트릭스 영화의 주인공은 이런 다름을 인정하는 세계로의 여행을 위해 빨간약을 선택한다. 빨간약을 선택했다는 것은 자신의 동굴에서 벗어나 더 큰 세상으로의 노마드 여행을 시작한다는 의미이다. 다름의 세상에서 더 큰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에 자신을 내 던진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