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가 영연방에 대항해서 독립운동을 펼치기 위해 아프리카의 나라들을 여행하고 있을 때 벌어진 일이다. 순회 중 식량과 여비가 떨어져서 거리의 낭인으로 전락할 처지에 몰렸다. 수행원들의 걱정은 태산인데 간디는 무사 태평이다. 이런 소문을 듣고 독지가가 멀리서 찾아와서 간디 일행을 구해냈다. 이 귀인이 간디 일행을 떠나기전 간디에게 물었다. 혹시 내가 나타날 것을 알았나요? 간디의 대답은 아니오였다. 간디가 귀인에게 설명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내가 하는 일이 내 사욕을 챙기는 일도 아니고 영연방의 압제에서 많은 사람들을 구해내는 일인데 간디가 거지가 되어 이 일을 수행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면 시기는 예측할 수 없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는 것을 믿고 있었다는 것이 간디의 대답이다.

간디는 귀인이 스스로 찾아오게 하는 원리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삶의 스토리가 사욕에 차 있는 개인 비즈니스를 실현하는 일이라면 똑 같은 사욕에 찬 사기꾼들만 나타나 서로 간을 보다 끝낼 것이다. 자신의 스토리가 간디의 스토리와 비슷해서 이 스토리가 구현되면 더 나은 세상이 올 것이라는 것을 전할 수 있다면 귀인이 나타날 개연성은 더 높아진다. 자신의 삶의 스토리의 구현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고통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지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면 귀인을 부를 개연성은 그만큼 높다. 하지만 스토리만으로 귀인을 부를 수 있다고 믿는다면 순진한 사람이다. 자신의 스토리를 구현하는데 간절함을 몸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스토리는 그냥 스토리이고 이 스토리가 자신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포장한 스토리인지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스토리에 대한 믿음은 이 스토리텔러가 측은한 정도로 몸으로 보여주어야 사람들은 이 사람의 스토리를 진정성을 가진 믿음으로 받아들인다. 믿음으로 받아들여질 때만 귀인이 나타난다. 어떤 스토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진정성 있는 스토리로 받아 들인다는 것은 이 스토리가 나의 삶에 내재화되었다는 것이다. 삶의 스토리가 내재화되면 나는 이 스토리로 대변된다. 이 스토리는 나의 인품이 된 것이다. 인간이 풍기는 향기는 이 스토리가 풍기는 인품의 향기이다. 결국 사람들이 멀리서도 찾아오는 것은 이 인품의 향기에 취했기 때문이다. 인품의 향기에 취하면 길어 없어도 사람들을 연결해가며 찾아온다. 사람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전달되는 인품의 향기는 빛보다 멀리간다.

돌이켜보면 내가 다른 사람을 내 가용힌 범위 내에서 도와주는 결정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스토리만 가지고 와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에게는 도움을 주지 못했다. 아무나 다 도와 줄 수 있다는 생각은 본인의 능력을 신의 지위로 착각할 때 생긴다는 생각 때문이다. 내가 교수로서 대학원생에게 도움을 준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이 학생이 연구를 통해서 구현하려는 세상이 단순히 교수가 될 개인적 욕심을 벗어나 얼마나 더 나은 세상을 구현하려는 것인지, 이 연구를 구현하기 위해서 말이 아닌 글쓰기 등으로 얼마나 측은함을 보였는지라는 기준을 설정하고 도와 주었다는 생각이다.

나는 사회가 개선 되기 위해서는 도움을 준 사람에게 반드시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진보한 이유는 이런 서로에게 주고 받는 도움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부채 때문에 모르는 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적 교환이 증가하는 것에 기인한다고 본다. 계산해서 정확하게 주고 받는 경제적 교환을 넘어선 사회적 교환에 기반한 도움은 전염효과가 있어서 사회의 복지를 개선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나에게 도움을 받은 학생은 나에게 도움을 갚지는 못하겠지만 자신이 교수로 성장했을 때 비슷한 믿음을 실천할 것이고 이와 같은 확산은 결국 사회전체를 개선하는 효과를 촉진한다는 생각이다. 결국 나도 지금까지 이만큼이나마 설 수 있는 것도 내가 빚을 갚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이들도 나에게 도움을 주기 전에 내 스토리가 얼마나 사회를 개선할 수 있고 얼마나 믿을만한 이야기 였는지를 판별했을 것 같다. 결국 큰 귀인은 둘 사이의 경제적 가치를 최적화해서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최적화 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나타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가 사회에 대해 갚아야 할 빚이 점점 쌓이고 있지만 내가 귀인으로 나타나 도움을 주지 않으면 내 마음이 아플 것 같은 분들의 리스트도 명료해진다. 언젠가 나는 그들에게 귀인으로 다가설 것이다.

#사회적교환 #경제적교환 #도움의원리 #진성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