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HR에서 지금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이슈는 인력 대손실(The Great Attrition) 혹은 인력 대사직(The Great Resignation) 현상이다. 무슨 이유인지 어렵게 뽑아놓은 핵심인재들이 조직을 이탈하는 현상이다.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손실이고 회사를 떠나는 종업원의 입장에서 보면 사직이다.

실제 미국 노동통계청의 올 7월 발표에 따르면 매달 평균 4백만 근로자들이 이직했고 이런 수요를 반영해 천구십만 건의 채용공고가 있었다.

이런 현상은 초연결과 플랫폼 시대에 새롭게 이입되는 MZ세대가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회사를 옮겨다니는 국지적 현상으로 이해되고 있었으나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기존의 중견 인력도 회사를 옮기는 현상으로 불똥이 옮겨 붙었다.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늘어남에 따라 일과 삶에 대한 균형을 도모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다. 디지털 혁명시대가 가시화됨에 따라 창업을 하려는 젊은이들과 이들에게 기술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집중적으로 퇴사하는 현상도 변수이다. 팬데믹으로 글로벌 공급망들이 재편되고 이에 따른 이직수요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실제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 HR 전문인력 중 가장 많은 인력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 리쿠르팅 관련 부서다.

문제는 미국이나 한국 기업들이 이런 대이직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이직은 개인들의 학습과 조직의 학습이 괴리에서 발생한다. 전통적으로 HR에서 이직은 개인들 수준에서만 문제제기가 이뤄졌었다. 구조조정으로 퇴출되는 직원의 문제를 학습을 못한 개인들의 문제로 이들에게 치부되어 책임을 전가시켰다. 하지만 전통적 관점에서도 구조조정이 발생하는 것을 더 깊이 분석해보면 원인 제공자는 개인이 아니라 회사다. 회사가 환경변화에 대한 적절한 학습을 하지 못해 퇴출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고 구조조정이란 이런 회사수준의 조직학습 부재를 개인에게 전가시킨 문제다. HR 전통주의자들에게는 회사가 살아야 종업원도 살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 경영자들의 논리가 먹혀들었다.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이 뉴노멀로 자리잡고 있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는 조직도 학습하고 개인도 학습하고 이 두 학습은 상승적으로 균형점을 찾아서 움직인다. 이 둘 사이에 균형이 깨어지는 순간 대이동이 발생한다. 지금 이슈로 제기되는 대이직은 회사와 개인 모두가 책임져야 할 문제다.

학습하지 못하는 회사에 근무하는 유능한 직원들의 목적함수는 회사의 목적함수와 괴리를 겪는다. 오랫동안 학습하는 것을 게을리한 회사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통적 관행에 따라 개인의 목적함수를 회사의 목적함수에 수렴시키도록 각종 HR 제안들이 제공되는데 이는 아주 위험한 관행이다. 규모가 크고 현금을 많이 유보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경우 이런 경향이 더욱 심각하다.

이런 회사에서 개인의 목표와 조직의 목표를 정렬시키는 활동은 개인에게 큰 비극이자 고통이다. 학습하지 못하는 회사가 개인의 목표를 조직의 목표에 정렬시키라고 명령하는 것은 개인들을 회사의 미숙한 정신모형의 감옥에 가두는 행동이다. 이것은 회사에 의한 갑질이다. 크고 안정적인 직장이 좋은 직장이라는 생각으로 이런 직장에 올인해서 직장을 잡은 신입사원들이 이직하는 대부분의 이유이기도 하다. 건강한 회사는 개인과 조직이 서로 학습해가며 서로의 학습의 목표도 높혀가고 이런 성장체험의 결과로 개인과 조직의 목적과 목표에 대한 교차점도 저절도 늘어나는 경우다. 지금과 같은 시대에 능력이 있는 핵심인재들이 회사를 떠나는 것은 회사가 학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다.

초우량기업의 CEO들은 신입사원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다음과 같은 황당한 제안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굳이 회사를 위해 희생해가며 일하지 말고 회사를 이용해 여러분의 개인적 성공을 구가해보세요." 회사가 충분히 학습을 하고 있어서 어떤 사원이 들어와도 이들에게 성장체험에 대한 룸이 충분하다는 믿음이 깔려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제안이다. 회사는 충분히 높은 수준의 학습을 하고 있으니 여러분들은 회사의 학습을 따라잡아 자신을 업그레드 시키는 성장체험으로 스스로의 성공을 구가하라는 제안이다. 회사가 숫가락으로 떠 먹여주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종업원 체험을 스스로 큐레이션 하라는 주문이다.

이런 회사 CEO들의 제안을 뒤집어보면 회사 제공하는 고도의 시스템과 성숙된 학습 문화를 날줄로 삼아 여기에 자신의 개인적 성장이라는 씨줄을 결합시켜 새로운 피륙을 직조해내고 이 피륙을 통해 회사의 새로운 미래를 뉴노멀로 다시 제안하라는 엄청난 명령이다.

지금 시대에 대이직은 미국만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을 포함한 모든 글로벌 경제가 직면할 문제다. 인력의 대이동은 회사가 학습하지 못하기 때문에 촉발된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회사의 성공을 위해 일하지 말고 여러분의 성공을 위해 회사를 이용하라고 제안할 수 있는 정도의 학습과 성장의 플랫폼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회사가 보유한 대부분 HR 재원은 충원직원 숫자를 늘리는데 모두 소진해야 할 것이다. 지금 대부분 큰 기업들이 당면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