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성품은 안 변한다는 가설을 가진 사람들이 친구나 동료가 변화하는 모습을 목격하면 이 사람이 죽을 때가 되었다고 예언한다. 어른들의 성품이란 바뀌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자조할 때 사용한다.

사람은 절대 안 변한다고 결론내린 사람들은 변화 동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효과가 없는 많은 변화전략을 시도하다 실패한 사람들이다. 사람들을 변화시키는데 실패하는 근본적 이유는 상대의 맘에 안드는 행동, 태도, 습관 등 겉으로 보이는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이것을 잘라버리는 식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잡초를 제거하는데 가위로 신상필벌을 적용한다. 잡초에 해당하는 태도나 행동이나 습관이 바뀌면 보상을 해주고 안 바뀌면 벌을 가한다.

가위질하는 사람들의 문제는 이런 잡초를 지탱해주는 뿌리에 해당하는 것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 뿌리가 제거되거나 바뀌지 않는다면 이 뿌리는 가위질 압력이 사라지는 순간 다시 잘라버린 행동, 태도, 습관을 그대로 재생시킨다. 한 여름에 잡초를 제거하는 농부일을 해본 사람들은 뿌리가 제거되지 못한 잡초가 얼마나 생명력이 강한지를 이해한다.

뿌리가 살아 있는데 신상필벌이라는 가위질을 통해 이것을 제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성인들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우다. 자신의 심성이 완전히 만들어지지 않은 어린이들에게 신상필벌이 작동할런지 모르나 심성이라는 뿌리가 있는 어른들에게 이런 가위질 당함은 인간으로서 모독이다. 이 모독에 보복하기 위해서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잘라버린 습관, 태도, 행동을 살려낸다. 성인에게 가위질은 성인의 자발성도 같이 잘라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이런 행동, 태도, 습관의 뿌리인 심성의 근원적 변화는 지금까지 유지하고 살고 있었던 낡은 정신의 죽음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죽음을 정신의 죽음이 아니라 육체의 죽음으로 생각하지만 잘못된 추정이다. 심성은 낡은 정신이 죽고 새 정신이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 방식으로 성장한다. 심성에 대한 근원적 변화는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는 체험과 같다. 뱀이 성장을 위해 자신의 허물을 벗는 고통을 감내하듯이 이런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용기가 요구된다. 알에서 깨어나 다시 태어나는 과정들이 축적되어 심성의 뿌리가 자리잡는다.

인간이 근원적 변화를 위해서는 자신의 정신이 환골탈퇴하는 첫경험이 핵심이다. 소위 각성체험으로 불려지는 첫 과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이후의 삶은 다시 만든 심성의 스토리를 세상의 변화에 맞춰 공진화 시켜 숙성시키는 과정이므로 처음의 과정처럼 고통스럽지 않다. 첫 각성체험을 통과한 후 다시 알에서 깨어나는 경험은 성장의 즐거움을 수반하는 자연스런 학습의 과정이다.

성인의 행동, 태도, 습관을 고치기 위해 신상필벌을 동원해서 이것을 가위질하는 것은 역으로 보면 이런 나쁜 점을 가지치기해서 이것을 더 생동력있게 살려낸다. 이율배반의 잘못된 학습법이다. 근원적 변화의 과정은 이것들의 뿌리에 해당하는 심성 즉 정신모형이라는 것의 실체를 이해하고 이것을 해체하고 새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안목이나 고도의 훈련이 필요한 영역이다. 뿌리에 해당하는 심성의 변화없이 행동과 태도와 습관의 교체가 가능하다고 믿게 만든 것이 행동과학자들이 범한 최고의 실수다.

어떤 계기로 알에서 깨어나서 심성의 변화를 경험하고 이것을 목격한 남들에게 죽을 때가 되었나보다라는 말을 듣는 것은 최고의 찬사다. 이전의 정신이 죽고 새로운 정신이 태어났음이다. 이미 죽은 병아리가 다시 소생되었다는 의미다. 정신모형의 변화를 위한 첫걸음에 성공했다는 축복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나도 이런 축복의 메시지를 들어보고 싶다. 자신의 성격조차도 변화시켜 품격있는 성품의 스토리를 숙성시킨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사람은 안 바뀐다는 명제에 갇혀서 새로운 시도조차 포기하고 있을 때 자기변혁의 실마리를 찾아낸 것이다.

이런 제대로 된 심성의 변화가 축적되어 성품의 나무를 길러냈을 때 내 행동, 태도, 습관은 향기를 품어내기 시작한다. 품성의 향기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힘이된다. 능력은 기본이고 품성이 내 주변으로 도리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를 실현시키는 원천이다.

상대를 바꾸기 위해 이들 행동이나 태도나 습관에 가위질하는 것을 멈추어야 변화의 원리가 보인다. 태도, 습관, 행동에 가위질하는 것은 동물을 변화시킬 때 유용한 원리이다. 가위질을 사람들에게 적용할 때는 이들의 나쁜 행동, 습관, 태도를 더 완성하게 키우게 되고 결국 다시 사람은 안 바뀐다면 명제를 참으로 받아들이는 불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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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

복숭아나무나 오얏나무는 말을 하지 않지만 그 아래에는 절로 길이 생긴다는 뜻으로, 산 속의 도리(桃李)는 그대로 있을 뿐이지만 그 꽃과 열매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사람들의 왕래가 있어 저절로 길이 생긴다는 말이다. 덕이 있는 사람은 잠자코 있어도 그 덕을 사모하여 사람들이 따른다는 뜻이다. 사마천이 이광(李廣)을 평하면서 한 말이다. 시골사람처럼 투박하고 말도 잘하지 못했던 이광의 충실한 마음씨는 사대부의 신뢰를 얻었다. 사마천은 그를 복숭아와 오얏에 비유했다. 꽃이 곱고 열매 맛이 좋아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져 나무 밑에 길이 날 수밖에 없다고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