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사회가 워낙 본질이나 도덕만을 중시하고 실용적인 것을 상놈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실용을 중시하는 실학자의 입장에서 시대를 개탄한 것이다. 그 당시 사람들은 근본을 중요하게 여기고 말단을 하찮게 여겼다. 자신의 말을 많은 학자들이 이해 못하자 먹고살 만해야 도덕이 바로 설 수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이런 유형원의 주장을 놓고 유형원은 실용만 중시하고 도나 본질을 무시한 사람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유형원이 꿈꿨던 진짜 실용주의는 본과 말 대와 소 철학과 경제가 통합된 실용주의였다. 말 소 경제 디테일만이 강조되는 실용주의는 유사실용주로 경계대상으로 삼았다.

돈되는 것은 뭐든지 다 하겠다고 주장한다면 유사실용주의의 옹호자가 된다는 것이다. 진짜 실용주의자 이형원이 꿈꾸는 세상은 철학과 기술이 제대로 통합되어 경제적 유익이 따라오는 세상이었던 것이다.

애플은 인문과 기술의 교차점에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 스티브 잡의 철학은 유형원의 가르침을 제대로 따른 실용주의의 사표였던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서 삼성의 철학을 팔 수 있을 때 삼성은 일류를 넘어서 초일류로 거듭날 수 있다고 직원들을 독려했었다. 결국 이런 실용주의적 통찰이 삼성에게 막대한 부를 가져다 주었다. 이건희 회장의 지배구조나 승계 문제 등 공과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많지만 이런 점에서 이건희 회장은 진짜 실용의 의미를 이해하는 몇 안 되는 한국 재벌의 총수였다.